2013년 8월 23일 금요일

싱가포르국립대 예일·MIT 등과 공동학위… 3분의 1이 外國학생

예일大 300년만에 첫 해외분교, 100여개국에서 학생들 몰려… 本紙 아시아 대학 평가 2위
우수한 교수 데려오기 위해 의사·변호사만큼 연봉 주기도
지난달 하순 싱가포르국립대(NUS)에선 30도를 넘는 무더위에도 예일-NUS 인문교양대학 공사가 한창이었다. 4만7000㎡ 부지 위에 골조를 올린 기숙형 대학 3개 동엔 'Yale-NUS College'라고 쓴 푸른색 천이 둘러져 있었다. 아이비리그(미국 동부 명문 8개 대학) 중 하나인 예일은 1701년 개교 이래 300여년 만에 첫 해외 캠퍼스를 내면서 아시아에서 가장 개방적이고, 국제화된 싱가포르를 택했다. 싱가포르국립대가 운영자금 전액을 부담하고, 강의는 두 학교가 반반씩 맡기로 했다. 완공 시점은 2015년이지만, 26개국 157명의 학부생을 선발해 이달 중 임시 교사에서 수업을 시작한다. 건물이 완공되면 1000명의 학생들이 기숙사에 머물면서 교육을 받게 된다. 탄춰취엔(Tan Chorh Chuan) NUS 총장은 "싱가포르국립대의 부속 대학이자, 아시아 최초의 인문교양대학으로 예일대 본교와 학문 교류 등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1905년 개교한 싱가포르국립대는 2013년 조선일보·QS 아시아대학평가에서 2위에 올랐다. 2012 세계대학평가에서는 700개 세계 대학 중에 25위를 차지했다. 100여 개국에서 모인 3만7000여명 학생들이 밤낮없이 책과 씨름하고 있다.

◇예일·MIT 등 초일류 대학과 제휴


 싱가포르국립대의 연구 인력 추이 그래프
미국 명문 듀크대와 2005년 제휴해 만든 듀크-NUS 의학대학원에선 연구원들이 하얀 가운을 입고 연구를 하고 있다. 암·줄기세포·신경과학·심혈관 등 5개 프로젝트에 300여명 연구원이 소속돼 있다. 한국인 연구원 김혜진씨는 "한국 대학에 있을 때보다 각종 지원금이 두 배나 많고,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도 좋다"고 말했다. 최근 골수암을 억제하는 약물을 개발해 세계적 주목을 받기도 했다. 맞은편에 보건부, 싱가포르 종합병원 등이 위치해 일종의 의학 단지가 조성됐다.

싱가포르국립대는 아시아라는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1997년부터 '월드 클래스 유니버시티스(World Class Universities· WCU)'라는 해외 대학 제휴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정부도 무역산업부 산하 경제개발청(Economic Development Board·EDB)에 해외 대학 아시아캠퍼스 유치 업무를 일임해 힘을 보탰다.

존스홉킨스 피바디 음대, MIT와도 공동학위 파트너십을 맺었다. UCLA와는 MBA(경영학 석사) 과정을 제휴하는 등 125개의 복수·공동 학위제를 운영 중이다. 릴리 콩 대외부총장은 "비싼 돈 들여 미국이나 유럽 갈 필요 없다. 싱가포르국립대에 오면 세계 최고 대학의 학위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로도 적극 진출해 미국 스탠퍼드·펜실베이니아대, 중국 칭화·푸단대 등 5개국 7개 학교에 분교를 세웠다. 학부생 중 70%는 교환학생 등으로 40개국 300여개 대학에서 다른 세상을 경험한다.

◇면학 환경에 아낌없는 지원

예일-NUS 인문교양대학 공사 현장 옆엔 기숙사·세미나룸·수영장·피트니스클럽·학생회관 등을 19만㎡ 부지에 모아 놓은 U-타운(대학 마을)이 있었다. 유선형 디자인의 빌딩 7동이 하나로 연결돼 햇볕이나 비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외국 학생들이 야외 수영을 즐기거나 24시간 운영되는 스타벅스에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교내 셔틀버스 안에서 무료 와이파이도 가능했다. 기계공학과 2학년생 여 옌량은 "방과 후에도 친구들과 이곳에서 어울리면서 팀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때문에 학교와 일상이 하나가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우수한 교수를 유치하는 데도 돈을 아끼지 않는다. NUS는 의사·변호사 등으로 일할 경우 올릴 수 있는 소득을 조사해 교수 연봉을 책정한다. 푼입 공보처장은 "한 명의 석학은 인적 네트워크를 몰고 오기 때문에 연봉 100만달러(약 11억원)를 줘도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싱가포르국립대는 "대학 개혁의 핵심은 교수 사회의 변화에 있다"면서 2000년 초부터 칼을 빼들었다. 연공서열을 깬 연봉제, 능력 위주의 승진 제도 등을 도입했다.

탠응치에 부총장은 "이제 대학은 '교육'과 '연구'를 세계시장에 수출하는 '글로벌 기업'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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