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조기교육 득보다 실… “뛰어 놀며 더 많은것 얻죠”
기저귀도 못 뗀 영유아까지 사교육 시장에 내몰리고 있지만 정작 조기교육의 효과는 검증된 바 없다는 것이 유아교육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조기 사교육으로 ‘반짝효과’를 볼 수는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효과는 반감되고 그로 인해 잃어버리는 것들이 더 많다고 사교육을 경험한 학생과 학부모들도 ‘증언’한다. 아이는 발달단계에 맞게 ‘놀게 하고’, 부모는 올바른 육아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 각계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제시한 해법이다.
◆조기교육 효과 정말 있을까?
사교육 시장에서는 어릴 때 시작할수록 학습효과가 높아지고 비용 부담도 적어진다며 조기교육을 부추긴다. 그 근거로 해외 저명 학자들의 뇌과학 이론을 입맛에 맞게 왜곡시키고 검증되지 않은 각종 이론들을 차용한다.
서울대 이병민 교수(영어교육학)는 “사교육업체에서는 조기교육의 효과를 강조하며 ‘결정적 시기’라는 말을 쓰는데, 학문적으로 여러 가지 논란이 있는 가설”이라며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우리나라의 영어 환경에서는 단언코 결정적 시기를 검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기 사교육이 학습능력을 오히려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이기숙 교수 연구팀이 2011년 수도권 초등학교 1학년 308명을 대상으로 국어 학습능력을 조사한 결과 만 5세 때 언어 사교육을 받은 집단의 점수는 49.35점으로 사교육을 받지 않은 집단 50.86점보다 낮았다. 독해력과 논리력, 맞춤법, 오자, 관련 있는 단어 찾기의 5가지 영역에서 모두 사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들의 점수가 더 높았다. 특히 독해력에서는 두 집단의 점수 차가 2.24점까지 벌어졌다.
이 교수는 “선행학습을 받으면 한글을 금세 외우는 등의 반짝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흥미를 잃을 수 있다”며 “학습성과에 가장 큰 효과를 내는 것은 집중력인데, 발달과정에 맞지 않는 선행학습을 너무 많이 시키니 집중을 못하고 산만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취재진이 만난 부모나 학생들은 ‘처음에는 또래보다 빨리 한글을 익히고, 영어를 곧잘 해 앞서 가는 것 같았지만 2∼3년만 지나도 실력이 평준화된다’, ‘사교육을 끊고 나서 처음에는 성적이 떨어졌지만 혼자 공부하는 법을 터득하면서 다시 성적이 올랐다’고 말했다.
◆아이를 놀게 하라
주입식 교육과 입시 위주 교육의 병폐가 공론화되면서 사교육업체들은 ‘놀이형 학습’, ‘놀이식 교육’ 등의 문구로 마케팅 방향을 돌렸다. 처음에는 어린 자녀에게 공부를 시키는 게 아니라 놀이를 통해 뭔가를 얻을 수 있다고 해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학습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
소아정신과학회 곽영숙 회장은 “놀이학원(놀이학교) 등 구조화된 환경에서 정해진 매뉴얼대로 놀이를 가르쳐주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놀이’가 아니다”며 “자유로운 환경에서 아이가 혼자 상상력을 발휘하며 놀아야 창의력과 독립심이 발달한다”고 지적했다.
이기숙 교수는 “학원 등 사교육을 아예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유치원 교육을 침해하는 것이 문제”라며 “부모들은 아이들을 무조건 전문가에게 맡기면 다 똑똑해지는 줄 알지만, 영유아기에는 부모와의 교류, 애착관계 형성, 또래 친구들과의 놀이와 접촉이 발달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사교육 전에 ‘부모교육’부터
부모들이 사교육에 집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벌중심 사회에서 체화된 경쟁심리와 정보부족으로 인한 불안감 때문이다. 핵가족 사회에서 가족 친지로부터 육아 도움을 받지 못하고, 신뢰할 만한 육아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사교육업체의 입김이 작용하는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면서 무분별하게 사교육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중앙대 이원영 유아교육과 명예교수는 “1980년대에는 국가 정책으로 방송국마다 자녀상담교실 등 부모교육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지금은 예능에 밀렸다”면서 “국가 차원에서 부모들에게 육아와 교육에 필요한 양질의 정보를 제공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임미령 영유아사교육포럼 대표는 “전업주부는 워킹맘에 대한 열등감으로 자신의 역할을 자녀 교육에서 찾고, 워킹맘은 전업주부처럼 돌봐주지 못하는 죄책감 때문에 사교육을 시키는 경향이 있다”며 “부모들이 사교육에 의지하는 것은 보육과 교육 부문에 민간비율이 너무 높은 데다 믿고 맡길 질 좋은 공교육 기관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임 대표는 “공교육과 보육 영역에서 프로그램보다는 질 높은 교사와 환경이 제공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사교육 업체들의 과장 광고, 과다한 가격도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계일보
◆조기교육 효과 정말 있을까?
사교육 시장에서는 어릴 때 시작할수록 학습효과가 높아지고 비용 부담도 적어진다며 조기교육을 부추긴다. 그 근거로 해외 저명 학자들의 뇌과학 이론을 입맛에 맞게 왜곡시키고 검증되지 않은 각종 이론들을 차용한다.
서울대 이병민 교수(영어교육학)는 “사교육업체에서는 조기교육의 효과를 강조하며 ‘결정적 시기’라는 말을 쓰는데, 학문적으로 여러 가지 논란이 있는 가설”이라며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우리나라의 영어 환경에서는 단언코 결정적 시기를 검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기 사교육이 학습능력을 오히려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이기숙 교수 연구팀이 2011년 수도권 초등학교 1학년 308명을 대상으로 국어 학습능력을 조사한 결과 만 5세 때 언어 사교육을 받은 집단의 점수는 49.35점으로 사교육을 받지 않은 집단 50.86점보다 낮았다. 독해력과 논리력, 맞춤법, 오자, 관련 있는 단어 찾기의 5가지 영역에서 모두 사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들의 점수가 더 높았다. 특히 독해력에서는 두 집단의 점수 차가 2.24점까지 벌어졌다.
이 교수는 “선행학습을 받으면 한글을 금세 외우는 등의 반짝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흥미를 잃을 수 있다”며 “학습성과에 가장 큰 효과를 내는 것은 집중력인데, 발달과정에 맞지 않는 선행학습을 너무 많이 시키니 집중을 못하고 산만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취재진이 만난 부모나 학생들은 ‘처음에는 또래보다 빨리 한글을 익히고, 영어를 곧잘 해 앞서 가는 것 같았지만 2∼3년만 지나도 실력이 평준화된다’, ‘사교육을 끊고 나서 처음에는 성적이 떨어졌지만 혼자 공부하는 법을 터득하면서 다시 성적이 올랐다’고 말했다.
◆아이를 놀게 하라
주입식 교육과 입시 위주 교육의 병폐가 공론화되면서 사교육업체들은 ‘놀이형 학습’, ‘놀이식 교육’ 등의 문구로 마케팅 방향을 돌렸다. 처음에는 어린 자녀에게 공부를 시키는 게 아니라 놀이를 통해 뭔가를 얻을 수 있다고 해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학습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
소아정신과학회 곽영숙 회장은 “놀이학원(놀이학교) 등 구조화된 환경에서 정해진 매뉴얼대로 놀이를 가르쳐주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놀이’가 아니다”며 “자유로운 환경에서 아이가 혼자 상상력을 발휘하며 놀아야 창의력과 독립심이 발달한다”고 지적했다.
이기숙 교수는 “학원 등 사교육을 아예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유치원 교육을 침해하는 것이 문제”라며 “부모들은 아이들을 무조건 전문가에게 맡기면 다 똑똑해지는 줄 알지만, 영유아기에는 부모와의 교류, 애착관계 형성, 또래 친구들과의 놀이와 접촉이 발달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사교육 전에 ‘부모교육’부터
부모들이 사교육에 집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벌중심 사회에서 체화된 경쟁심리와 정보부족으로 인한 불안감 때문이다. 핵가족 사회에서 가족 친지로부터 육아 도움을 받지 못하고, 신뢰할 만한 육아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사교육업체의 입김이 작용하는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면서 무분별하게 사교육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중앙대 이원영 유아교육과 명예교수는 “1980년대에는 국가 정책으로 방송국마다 자녀상담교실 등 부모교육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지금은 예능에 밀렸다”면서 “국가 차원에서 부모들에게 육아와 교육에 필요한 양질의 정보를 제공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임미령 영유아사교육포럼 대표는 “전업주부는 워킹맘에 대한 열등감으로 자신의 역할을 자녀 교육에서 찾고, 워킹맘은 전업주부처럼 돌봐주지 못하는 죄책감 때문에 사교육을 시키는 경향이 있다”며 “부모들이 사교육에 의지하는 것은 보육과 교육 부문에 민간비율이 너무 높은 데다 믿고 맡길 질 좋은 공교육 기관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임 대표는 “공교육과 보육 영역에서 프로그램보다는 질 높은 교사와 환경이 제공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사교육 업체들의 과장 광고, 과다한 가격도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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