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3일 금요일

수학과 잡지 덕분에 노벨상 탔어요!

노벨 화학상 수상자 헤럴드 크로토 교수 인터뷰\


“1967년에 열린 캐나다 몬트리올 엑스포 미국관을 아세요? 건축가 벅민스터 풀러가 오각형과 육각형 구조를 이어붙여 만든 돔 말이에요. ‘지오데식 돔’이라고도 부르죠. 저는 잡지 표지에 나온 지오데식 돔을 보고 풀러렌 분자구조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크로토 교수는 네덜란드 브릿지 학회 강연에서 우연히 잡지에서 발견한 지오데식 돔 이미지 덕분에 풀러렌 분자 구조에 대한 단서를 얻었다고 말했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크로토 교수는 네덜란드 브릿지 학회 강연에서 우연히 잡지에서 발견한 지오데식 돔 이미지 덕분에 풀러렌 분자 구조에 대한 단서를 얻었다고 말했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지난 7월 27일, 네덜란드의 시골마을 엔스케데 지역의 한 교회에서 노벨 화학상을 받은 해럴드 크로토 교수가 수학자와 예술가, 문학작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크로토 교수는 일명 ‘축구공 분자’라고도 불리는 풀러렌을 발견해 1996년에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화학자로, 현재 플로리다주립대학교 화학과 교수로 있다.







































풀러렌은 탄소 60개가 구형으로 배열된 분자로, 나노과학의 출발점이 된 물질이다. 그런데 노벨 화학상을 받은 화학자가 왜 수학자와 예술가, 학생들 앞에서 강연을 하는 걸까?



크로토 교수가 강연한 모임은 전세계 16개 나라에서 250명의 수학자와 과학자, 예술가, 그리고 학생들이 참석한 ‘브릿지 학회’다. 브릿지 학회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자신이 만든 수학적인 예술 작품이나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융합 수학 축제로, 매년 나라를 순회하며 열린다. 올해는 17번째 학회로, 7월 27일부터 31일까지 5일 동안 네덜란드 엔스케데 지역에서 열렸다. 이번 브릿지 학회에서는 크로토 교수의 강연을 비롯해 참가자들이 만든 수학 예술 작품 전시와 연구 발표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화학자인 해럴드 크로토 교수가 이 학회에 참석해 기조강연을 한 이유도 수학이 그의 연구 업적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어린이신문과 잡지 보는 것을 좋아했던 크로토 교수는 지오데식 돔이 그려진 잡지 표지를 보고 탄소 원자 60개로 이루어진 풀러렌을 생각해 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풀러렌이 탄소 원자 60개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몰랐어요. 단지 실험 결과와 잡지에서본 지오데식 돔을 참고해 이 분자가 여러 개의 5각형으로 이루어진 공 모양의 구조일 거라고 추측만 했죠. 그래서 수학자들에게 도움을 청했더니, 제 생각처럼 5각형 12개와 6각형 20개가 구 모양으로 배열된 축구공 모양의 분자구조라는 걸 알려 주더군요.”



풀러렌은 오각형 하나가 다섯 개의 육각형으로 둘러싸인 축구공 모양의 분자구조를 이루고 있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잡지와 수학자들의 도움 덕분에 노벨상까지 받게 된 크로토 교수는 자신 역시 브릿지 학회에 모인 사람들처럼 수학과 예술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의 전공이 화학과 미술이라고 말할 정도로 그림과 디자인 작업에 대한 애착이 컸다.































크로토 교수가 직접 디자인한 연구소 로고.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크로토 교수가 직접 디자인한 연구소 로고.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시간이 나면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을 해요. 제 연구소 로고도 제가 디자인했죠. 특히 잡지 표지 그림을 디자인하는 걸 좋아해요. 이번 학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만든 작품들을 눈여겨 봤는데 정말 흥미로웠어요. 한 가지 수학적인 개념을 가지고 각자의 상상력에 따라 이렇게 다양한 예술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참 놀라워요.”



잡지를 좋아한다는 크로토 교수에게 한국에서 가져간 <수학동아>를 보여 주자 큰 관심을 보이면서, 영국에는 이런 잡지가 없다며 아쉬워했다.































수학동아 같은 잡지가 어린 학생들의 교육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말하며 포즈를 취한 크로토 교수.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수학동아 같은 잡지가 어린 학생들의 교육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말하며 포즈를 취한
크로토 교수.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예전에는 다양한 잡지가 많았어요. 하지만 방송과 인터넷, 스마트폰이 발달하면서 점점 잡지가 설자리를 잃게 됐지요. 어렸을 때 즐겨 읽었던 어린이신문이 제게 큰 도움이 됐던 것처럼, <수학동아>가 한국 어린이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크로토 교수는 수학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조언을 덧붙였다.



“수학은 세상을 설명하는 언어예요. 한국의 문화를 알기 위해서는 한글을 배워야 하는 것처럼, 자신이 관심 있는 것을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 수학이라는 언어를 배운다고 생각하세요. 수학과 관련이 없는 분야는 없으니까요.”













내년 한국에서 열릴 세계수학자대회와 브릿지 학회를 소개하는 박형주 교수.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내년 한국에서 열릴 세계수학자대회와 브릿지 학회를 소개하는 박형주 교수.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이번 브릿지 학회에서는 내년에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제18회 브릿지 학회를 소개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내년 브릿지 학회는 서울에서 2014세계수학자대회가 열리는 기간 중인 8월 14일부터 19일까지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열리는 것으로, 2014세계수학자대회 조직위원장인 포스텍 박형주 교수도 네덜란드 대회장을 찾아 세계수학자대회와 내년 브릿지 학회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올해 브릿지 학회에서 소개된 다양한 수학 예술작품 소개는 물론, 판화가 에셔로 대표되는 네덜란드 융합 수학 연구 등 네덜란드 브릿지 학회의 자세한 이야기는 <수학동아> 9월호에서 생생한 사진과 함께 더욱 풍성하게 만날 수 있다.



네덜란드 엔스케데=수학동아







풀러렌은 오각형 하나가 다섯 개의 육각형으로 둘러싸인 축구공 모양의 분자구조를 이루고 있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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