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7일 화요일

수시엔 수능점수 반영 배제 검토…대학들, 정시 비중 늘릴 듯

한겨레

[한겨레] 전형 어떻게 달라지나

수능 점수 공개 늦추기로

정시모집에서만 반영 가능

성적 좋은 재수생 유리할 듯

수시, 상위권 학생 변별력 위해

논술 비중 확대 가능성 커

“사교육업체들만 대박” 우려도


* 수시 : 2017학년도부터

교육부가 27일 발표한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시안)’과 관련해 수험생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은 수시모집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비중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란 점이다. 반면, 비중이 늘어나는 정시모집에서는 수능 비중이 커지고, 수시 전형에서 논술의 중요성도 부각돼 결과적으로 사교육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교육부는 이날 고교생의 대입 준비 부담을 완화하는 대입전형 간소화 방안의 하나로 대학들이 수시와 정시모집 때 그 취지에 부합하는 전형을 운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2015~2016학년도에는 교육부가 재정 지원을 미끼로 대학들이 수시 전형 때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반영하지 않도록 하기로 했다. 수능 백분위 점수를 활용해 학생들에게 촘촘한 서열을 매기는 관행도 없애는 방향으로 유도하기로 했다. 2017학년도부터는 아예 수시모집이 끝난 뒤에 수능 성적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이렇게 되면 대학들의 수능 최저학력기준 적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현재는 수시모집으로 뽑는 인원이 전체 대학 정원의 66.2%(한국대학교육협의회 4월 조사)에 이르지만, 앞으로는 대학들이 수능 성적 반영이 가능한 정시모집의 비중을 늘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백범 교육부 대학지원실장은 “수시에서 학생 선점 기능이 없어져 일부 상위권 대학은 정시 쪽 비중을 늘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계명대 입학처장 강문식 교수(전 전국대학입학처장협의회 회장)는 “(수시 전형 때 중요하게 평가하라고 한) 학생부에 대한 신뢰가 낮기 때문에,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어지면 논술을 안 보는 우리 학교는 정시 입학생을 40%에서 최소 50%까지 늘리는 쪽으로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에 따라 수시 전형에서 수능의 공백을 메울 논술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교육부는 2015학년도부터 지금과 같은 어려운 논술을 지양하고, 일반과목 수준의 쉬운 논술 문제를 출제하도록 재정지원 등을 통해 유도하기로 했다. 하지만 입시업체 하늘교육의 임성호 대표는 “논술이 고교 과정에서 쉽게 출제되더라도 여전히 상대평가라는 점에서 그 영향력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능만으로 선발하는 정시 비중이 늘어날 경우 고3보다 수능에 강세를 보이는 재수생에게 유리한 상황이 조성될 수도 있다. 2012학년도 수능 언어·수리·외국어 3개 영역의 상위 3000등 가운데 47.1%가 재수생이라는 조사 결과(<한겨레> 5월8일치 8면 참조)도 있다. 김윤배 성균관대 입학처장은 “논술학원에 올인하는 학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수시 전형에 수능 최저학력을 반영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정시 비중이 늘어나면 서울 강남 지역 등에서 너무나 많은 재수생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사교육 창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동춘 전국진학지도교사협의회 공동대표(대전 대성여고 교사)는 “이번에 개편안을 만든 대입제도 발전방안 연구위원회에 속한 교수들은 전부 논술을 보는 대학 교수들이다. 상위권 학생들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논술을 유지하는 쪽으로 개편안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처는 사교육업체가 대박나는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찬승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도 “현재 대부분 고교에서 아직 논술 중심 전형을 준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사교육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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