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9일 수요일

알파고 뇌는 1200개 “인간 모방 아닌 이기는 게 목표

알파고 뇌는 1200개 “인간 모방 아닌 이기는 게 목표

오전 7시가 되자 알람시계는 “비가 오니 우산을 준비하라”며 김미래(가명)씨를 깨운다. 자율주행차에 탄 그는 회의에 필요한 자료를 살펴보며 회사로 향한다. 외국인 손님이 찾아와도 통역기가 실시간으로 번역해 줘 막힘이 없다. 스마트폰은 외국인 손님과 갈 만한 한식당을 추천해주고, 인터넷으로 예약을 마친다.

핵심 개발자 데이비드 실버 강연
영국선 맞춤 의료 위한 협업 시작
잡일 하는 가정용 로봇 제작도 가능
8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주최한 ‘성큼 다가온 인공지능’ 콘퍼런스에서 발표자로 나선 국내외 석학들이 내다본 인공지능(AI)이 바꿀 우리의 생활상이다.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막연한 기대와 두려움이 아닌 문제 해결 도구로서 AI의 가능성을 이해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날 콘퍼런스의 스포트라이트는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을 앞둔 ‘알파고’의 핵심 개발자인 데이비드 실버 딥마인드 연구총괄에게 모아졌다.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CEO)의 오랜 친구·동료이자 지난 1월 네이처에 소개된 관련 논문을 쓴 저자다.

그는 알파고가 수의 위치를 계산하는 ‘정책망’으로 탐색의 ‘범위’를 좁히고, 승률을 계산하는 ‘가치망’으로 탐색의 ‘깊이’를 줄여 인간의 직관력을 흉내 낸다고 설명했다. 프로기사는 다음 수를 놓기 위해 초당 100개의 수를 고려하지만 알파고는 1초에 10만 개를 검색할 정도로 계산도 빠르다.
구글에 따르면 알파고는 1200여 개의 중앙처리장치(CPU)를 사용해 이 9단과 맞선다. 바둑 프로그램과의 대결에서는 CPU 48개를 사용했으나 지난해 10월 판후이와의 대국 때처럼 이를 25배로 늘린 것이다. 실버 총괄은 “(알파고 개발 목적은) 인간을 모방하는 게 아니라 인간을 이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대국보다는 알파고가 가져올 변화를 주목해 달라고 했다. 실버 총괄은 “체스 챔피언을 이긴 딥블루는 다른 분야에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며 “그러나 범용성을 가진 알파고를 활용하면 의료 데이터를 학습해 치료 방법을 알려주고, 잡다한 일을 하는 가정용 로봇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알파고가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영국 국립보건국과 협업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른 여러 산업으로 확장해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의료용 알파고, 가정용 알파고가 나올 수 있음을 시사했다.

‘개인적인 예상을 해 달라’는 참석자의 질문에 실버는 “알파고가 이세돌의 기력을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변수가 많아 승패를 예측하긴 힘들다”고 단서를 달았지만 “이길 자신이 있다”는 하사비스 CEO와는 다른 답변이다.
 
독일 인공지능연구소(DFKI)의 기술책임자인 안드레아스 덴겔 교수는 AI가 문장 속의 내용, 사람의 표정·시선을 분석해 사람의 감정·생각을 분석하는 데 이르렀다며 데이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현재의 직업 중 상당수가 10~20년 내에 컴퓨터에 의해 대체되는 등 직업 형태의 변화도 예상된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2018년까지 업무용 콘텐트의 80%가 기계로 작성되고, 300만 명 이상이 로봇 상사를 모시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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