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10일 목요일

2017 전국 과학영재학교 입시 개막… 반드시 짚고 가야 할 몇 가지

2단계 창의적 문제해결력 평가에서는 ‘과정’이 관건입니다. 정답 맞히기보다 중학교 교육과정 내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다양한 풀이 과정과 사고력, 창의성 등을 드러내는지를 봅니다. 문항 수가 적은 2단계 수학·과학 풀이 시간을 각각 2~3시간씩 제시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예요. 자기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그 과정을 보기 위해서죠. 이러한 관점에서 선행학습 지식만을 활용한 문제 해결 방식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습니다.”(김동훈 한국과학영재학교 입학팀장)

“2단계 영재성 검사는 학생의 특성과 역량을 파악하고자 도입된 겁니다. 결과보다 사고 과정을 중시하는 것은 어느 과학영재고나 같을 거예요. 수상 실적 등을 쓰지 못하게 돼 있는 자기소개서 등에서 아이들의 활동 과정, 성장, 열정 등을 보는 것도 ‘과정 중시’ 맥락과 일치하죠.”(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입학홍보 관계자)

“중학교 3학년 1학기 교과과정 내에서 매년 새롭게 출제되는 2단계 영재 소양평가의 경우, 단기간의 사교육 선행학습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워요. 초등학교부터 이어져 온 학생의 수학·과학에 대한 열의를 보고자 하거든요. 사교육 기관에서 전년도 입시를 치른 아이들의 기억을 통해 복기한 기출문제로 학습하는 게 큰 의미가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죠.”(이선임 광주과학고 입학관리부장)

8일 한 입시기관이 ‘2017 전국 과학영재학교, 과학예술영재학교 전형 분석 및 대책’이라는 제목의 자료에서 ‘단계별로 전형하는 영재성 평가와 수학·과학 창의적 문제해결력 평가 등에 대비해 기출문제나 단원별 심층문제를 풀며 실전 감각을 길러야 한다’며 기출문제의 중요성을 짚었다. 그러나 △경기과학고 △광주과학고 △대구과학고 △대전과학고 △서울과학고 △한국과학영재학교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등 전국 8개 과학영재학교 관계자들이 말하는 ‘2017학년도 입시 준비법’은 사설 입시기관들이 내놓은 가이드나 분석 자료와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기출문제로 실전 대비하고 수상 내역으로 영재성 드러내라?
과학영재고 관계자들은 기출문제의 중요성을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입시기관들은 기출문제로 문제 유형을 익혀 지원자들에게 되도록 많은 문항을 해결하라고 하지만, 과학영재고 교사들은 (전형 단계에서 지원자가 보이는) ‘과정’을 중시한다. 김동훈 한국과학영재학교 입학팀장은 “정답을 맞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출제 방향이 ‘과정 중시’라는 점을 숙지해야 한다. 문항 수 적은 수학·과학 문제해결력검사 시간을 각각 2~3시간씩 둔 것도 아이들이 자신만의 방식대로 풀이하는 과정을 보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실제 재작년 한국과학영재학교 입시에서는 2단계에서 상당수 문항을 해결한 서울의 유명 학원 출신 지원자가 떨어지고 ‘자신의 생각을 편안하게 풀어내고 표현하는 방식으로 공부해 온’ 여학생이 합격한 사례가 있었다. 김동훈 교사는 “이 여학생의 경우 한 문항에 대해 편안하게 자기 생각을 피력하는 스타일이라 어머니가 많이 불안해하던 케이스다. 하지만 영재고에서는 자기 생각을 소신 있게 표현하는 것, 창의력 있게 표현하는 것을 더 높이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답을 적으려는 훈련보다는 한 문제를 갖고 고민하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기출문제 숙지가 중요하지 않다는 점도 이 부분에서 드러난다. 자기만의 방식대로 다른 풀이 방향을 제시하면, 교사들은 그 지원자를 ‘새로운 인재’로 보고 주목한다”고 말했다.

‘정확하지 않은 출처’에서 나온 사설 입시기관의 기출문제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부분 학교가 전년도 문항을 공개하지 않을 뿐더러  매년 연구를 통해 입시 문제를 변형 출제하기 때문이다.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관계자는 “영재고들은 전년과 같은 방향으로 문제를 개발하지 않는다. 기출문제를 제공하는 사교육 업체가 있다면 학부모들의 심리적 불안을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의할 점은 또 있다. 사설 입시기관이 최근 내놓은 ‘관련 분야에서 수상실적, 연구 항목 등이 우수하면 이를 자기소개서 내에 진정성 있게 구체적으로 서술하도록 한다’라는 조언에도 허점이 자리한다. 현재 과학영재고들이 △수상실적 △자격증 △영재교육원 이수 등을 기재 금지사항으로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재 금지사항은 사교육 유발 억제를 위한 교육부 방침으로 대부분 학교가 적용하고 있지만 감점 등의 직접적 불이익은 없는 상태다. 하지만 과정을 중시하는 영재고 입시 정책상 수상내역은 기재는 주 평가요소가 되지 못한다.

한국과학영재학교는 입학도우미 페이지를 통해 ‘자기소개서 작성 시 수상실적 및 자격증에 관련된 사항은 제외된다’고 명시했다. 김동훈 교사는 “자기소개서는 결과물 위주 평가가 아니라 얼마나 열정적으로 살아왔는가, 수학·과학 분야에 얼마나 열정을 보여왔는가를 보고자 하는 것”이라며 “수상 내역은 중요하지 않다. 수상하기 위해 얼마나 몰입하고 공부하고 준비해왔는지 과정만을 본다. 과정, 노력, 수준 등이 들어가면 좋다”고 귀띔했다.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입학홍보 관계자도 “자기소개서 등 서류에 대회명 등 수상 실적을 적지 못하도록 한 것은 과학영재고 공통 사항일 것”이라며 “‘상 탔다’는 사실보다는 대회나 연구활동을 준비한 과정과 그를 통해 성장한 내용, 영향력, 진로 등을 적으면 된다”고 말했다.


◇4월부터 전국 8개 영재고 입시 일제히 시작… 2단계 전형일 모두 동일, 지원 시 유의해야
4월 4일 대전과학고 원서접수를 시작으로 전국 8개 영재고 입시가 막을 연다. 현재 서울과학고와 경기과학고,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등이 모집요강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분석은 어렵지만, 대부분 지난해와 동일한 전형 방식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1단계 학생기록물 평가, 2단계 창의적 문제해결력 평가, 3단계 영재 캠프 등이다. 경기과학고의 경우 1단계에서 서류평가 및 영재성 검사를 동시에 진행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대전과학고가 내달 4일부터 7일까지 접수를 진행하며, 대구과학고가 4월 5일부터 11일까지,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가 4월 5일부터 7일까지, 광주과학고가 4월 6일부터 11일까지, 한국과학영재학교가 4월 6일부터 12일까지 실시한다. 요강을 발표하지 않은 학교들도 4월 중 원서접수를 실시할 예정이라 모집요강 발표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선발 인원은 광주과학고·대구과학고·대전과학고 90명, 한국과학영재학교 120명,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75명 등이다. 모두 정원 내 기준이다.

한편 현재까지 모집요강을 발표한 5개 영재고들의 2단계 창의적 문제해결력 평가(영재성 검사) 전형 날짜는 5월 22일로 모두 동일하다. 학교 간 복수 지원은 가능하지만 일정이 겹쳐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니 최종 목표로 하는 학교를 기준으로 원서 접수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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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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