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10일 목요일

의사·화가·펀드매니저까지… 코앞으로 다가온 인공지능

인간 對 인공지능 두뇌전쟁] 인공지능의 진화, 어디까지?

인공지능이 추상화 그리고 음계 조합해 노래까지 작곡, 투자 수익률도 인간보다 높아
스티븐 호킹과 일론 머스크 "AI 연구는 악마 소환하는 것… 인류 100년내 정복당해" 경고

9일 구글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이세돌 9단을 꺾으면서 인공지능의 능력이 과연 어디까지 발전할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바둑계는 물론 인공지능 전문가들조차 향후 20~30년간은 프로 바둑기사를 꺾을 인공지능이 등장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하지만 알파고는 이런 예측을 보기 좋게 깨뜨렸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인공지능이 가까운 시일 내에 모든 면에서 인간을 뛰어넘고, 공상과학(SF) 영화 '매트릭스'나 '터미네이터'처럼 기계가 인류를 지배하는 시대가 오는 것 아니냐는 걱정까지 나온다.

인공지능 발전이 인류에 재앙 되나

이런 우려는 평범한 일반인만 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적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혁명을 선도한 빌 게이츠 같은 인물까지 인공지능의 발전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내외신 기자 300여명 북새통 -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 세워진 기자실에서 각국 취재진들이 스크린으로 생중계된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의 대국을 보고 있다. 세기의 대결로 꼽히는 이번 대국을 취재하기 위해 300여 명의 내외신 취재진들이 모였다.
내외신 기자 300여명 북새통 -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 세워진 기자실에서 각국 취재진들이 스크린으로 생중계된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의 대국을 보고 있다. 세기의 대결로 꼽히는 이번 대국을 취재하기 위해 300여 명의 내외신 취재진들이 모였다. /오종찬 기자
호킹 교수는 지난해 5월 "인류는 100년 내에 인공지능에 의해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최고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도 "인공지능 연구는 악마를 소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에 대한 심각한 두려움을 표현한 것이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는 순간을 '특이점(特異點)'으로 정의했다. 인공지능 스스로 자기 자신보다 더 똑똑한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으면, 지능이 무한히 높은 존재가 출현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시점은 2045년으로 예상했다.

이 정도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개별 분야에서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인공지능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김석원 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SPRI) 실장은 "IBM의 수퍼컴퓨터 '왓슨'이 인간 의사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질병을 진단해내는 등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분야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는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예술의 영역까지 인공지능이 침투했다. 올해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딥드림'이 그린 추상화 29점은 총 9만7000달러에 팔렸다. 미국 예일대의 인공지능 '쿨리타'는 음계를 조합해 작곡까지 척척 해낸다.

단순작업에서 관리자 역할까지 척척
인공지능이 그린 추상화 -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딥 드림’이 그린 추상화. 딥 드림은 주어진 이미지를 보고, 이를 재해석해 추상화 형식으로 표현하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딥 드림이 그린 추상화 29점은 9만7000달러에 판매되기도 했다.
인공지능이 그린 추상화 -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딥 드림’이 그린 추상화. 딥 드림은 주어진 이미지를 보고, 이를 재해석해 추상화 형식으로 표현하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딥 드림이 그린 추상화 29점은 9만7000달러에 판매되기도 했다. /구글 제공
투자 업계에서도 인공지능이 인간을 앞선다. 시시각각 변하는 수많은 변수를 재빨리 계산해내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은 채 냉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올 1~2월 일반 펀드매니저들이 운용하는 펀드가 평균 3%의 손실을 내는 동안, 컴퓨터로 원자재 등의 가격 흐름을 읽고 투자하는 방식을 도입한 펀드는 5%의 수익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인공지능이 물리적인 신체를 가진 로봇과 결합하면 영향력은 더 커진다. 군사용 로봇에 인공지능을 탑재하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력하고도 똑똑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로봇과 인간의 전쟁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수퍼컴퓨터 업체 '클루닉스'의 권대석 대표는 "가장 복잡한 게임으로 평가받는 바둑에서 인공지능이 사람이 이긴 것은 사람의 머리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일을 인공지능이 대신하는 세상이 코앞에 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마저 대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30년이면 인공지능의 관리 감독하에 일하는 사람이 3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태윤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단순작업을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으로 보지만, 비용 측면에서 보면 고급 인력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공지능은 정확하게 객관적인 데이터로만 사람을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관리자 역할도 훌륭히 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간과 공존하는 인공지능 필요

현존하는 '알파고'나 '왓슨' 같은 인공지능이 당장 인간을 위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김진형 KAIST 전산학과 명예교수는 "과학자들은 아직 자의식을 가진 지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모른다"면서 "현재의 기술 방식으로 퀴즈와 바둑 같은 특정 분야에서 인간을 이길 수는 있지만, 이것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기계가 스스로 생각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시킨 일을 더 잘하게 될 뿐이고, 지시하는 주체 가 인간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개발에서 무조건 효율만 따질 것이 아니라 인간과의 공존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규칙을 절대적으로 지키는 구글의 무인차가 사고를 내는 것은, 보행자나 상대 차량 운전자가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이런 성향까지 감안해야,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간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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