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30일 수요일

비판적 사고·자기주도학습력 키워… AI 시대 대비해야


해외 명문고의 미래 인재 육성법 들어보니
기계가 가질 수 없는 능력 길러야
학생 개성 존중하는 수업이 비결

폴 엘리스 EF국제사립학교 옥스퍼드 캠퍼스 교장은 “학교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할 능력과 대입에 필요한 요소를 함께 갖추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했다.
폴 엘리스 EF국제사립학교 옥스퍼드 캠퍼스 교장은 “학교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할 능력과 대입에 필요한 요소를 함께 갖추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했다./EF국제사립학교 제공

"시험 점수만을 위한 공부로는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가 될 수 없습니다. 해외 명문대 학생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어렵죠. 국제 감각과 비판적 사고, 문제해결력, 자기주도성까지 갖추고 미래에 대비해야 합니다. 이는 학교 안에서 충분히 키울 수 있는 능력입니다."

스웨덴 교육업체 이에프(EF)가 운영하는 EF국제사립학교 옥스퍼드 캠퍼스(영국)의 폴 엘리스(Paul Ellis) 교장은 미래 교육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학생부종합전형·논술전형 등을 통해 다양한 학생을 선발하려고 하나 여전히 내신·수능 등 수치화한 성적이 가장 중시되고 이를 위한 사교육이 성행하는 한국 교육계엔 뼈아픈 충고다. EF국제사립학교는 매년 아이비리그를 비롯한 영미권 명문대 합격생을 다수 배출하는 보딩스쿨이다. 입학 설명회를 위해 다음 달 1~2일 제주와 서울을 방문하는 엘리스 교장을 이메일로 미리 만나봤다.

◇학생 개성 존중하는 학제, 미래형 인재 키워

EF국제사립학교 옥스퍼드 캠퍼스에선 지난해 케임브리지대·임페리얼대(의대)·런던정경대·시카고대 등 명문대 합격생이 다수 나왔다. 대입 실적이 해마다 향상되는 추세다. 엘리스 교장은 획일적인 커리큘럼에 매몰되지 않고 학생 개성을 존중하는 학풍을 가장 큰 비결로 꼽았다. 이곳 학제는 A레벨(A-Level·영국 대학 입학 준비 과정) 또는 IB디플로마(International Baccalaureate Diploma·국제 공통 고등학교 학위 과정)로 구성돼 있다. EF국제사립학교 토베이(영국)와 뉴욕(미국) 캠퍼스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은 10학년을 마친 후 두 학제 중 하나를 택해 2년간 이수한다. 엘리스 교장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다양한 분야에 흥미를 가지는 학생에겐 IB디플로마가, 소수의 특정 과목을 깊이 있게 배우려는 학생에겐 A레벨이 적합하다. 두 과정 모두 수업이 토론식으로 진행되며 학업량이 많고 수준이 높아 이를 이수했다는 것은 명문대가 요구하는 학습력을 갖췄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 세계 2000여 개 대학이 신입생 선발 시 IB디플로마 성적을 인정한다. 엘리스 교장은 "A레벨 과정은 부가적인 ESL 수업을, IB디플로마 과정은 통합 언어 과정을 각각 수강하게 돼 있어 영어에 부담을 가지는 학생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도록 했다"면서 "필요한 경우 점심시간·방과 후·토요일 아침까지 보충 수업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두 학제를 잘 선택해 활용하면 학생 잠재력을 높이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A레벨을 이수하는 동안 점점 분석적이고 창의적이며 역동적으로 변했던 한국 여학생이 기억에 남네요. 그는 우수한 성적으로 런던정경대에 진학했습니다. 특정 과목을 집중적이며 융합적으로 학습하는 A레벨과 학생의 성향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봅니다."

그는 "앞으로는 인공지능을 비롯한 컴퓨터가 지금 인간이 하는 많은 일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며 "인간은 기계가 가질 수 없는 능력을 길러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했다. "정서 지능, 판단력, 도덕성, 카리스마와 같은 가치가 더 필요해질 겁니다. 이를 위해선 학생들의 개성을 잘 발달시켜 독립적이고 비판적이며 유연하게 사고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대입 준비 과정도 철저히
엘리스 교장은 "최상의 교육 제도는 학생들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할 능력을 키우는 동시에 대입에 필요한 요소도 놓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EF국제사립학교의 교사진은 대입 지도와 상담에 상당한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옥스퍼드 캠퍼스 교사 40여 명은 대부분 전공을 토대로 대학과 동급 교육기관에서 학생을 가르친 경험이 있습니다. 옥스퍼드대 입학처 근무 경력이 있는 진학 지도부장 교사를 중심으로 대학 입학부서와 수시로 교류하며 최신 입시 정보를 입수하죠. 전문성을 갖춘 교사들이 최상위권부터 중하위권까지 적성이 다 다른 학생들이 저마다 개성에 맞는 학교를 찾아 적합한 준비를 하도록 돕습니다."

학교생활기록부에 교내 활동만 기록할 수 있는 한국과 달리 영미권 대입에서는 교외 활동이 매우 중시된다. 이 때문에 EF국제사립학교는 50여 개의 동아리와 방과 후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봉사·축구·농구·골프·모의 UN·체스·토론·사회적 기업·댄스 등 클럽 중 원하는 클럽에 참여하면 된다. 엘리스 교장은 "클럽들 수준이 매우 높다"며 "모의 투자팀은 영국에서 1만개 이상의 팀이 참가한 대회에서 준결승까지 진출했다"고 했다. 인턴 경험도 대입에 필수다. 11학년 학생들은 여름방학 동안 세계 곳곳의 EF 사무실에서 인턴십을 하며 경제·마케팅·홍보 등 업무 경험을 쌓는다.

옥스퍼드 캠퍼스 학생들 은 아프리카 및 중동계(13%)·북남미계(8%)·유럽계(38%)·아시아계(32%)·유라시아계(10%)로 구성돼 있다. 한국인 비율은 5% 미만으로 제한된다. 엘리스 교장은 "국제 감각과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 원활한 의사소통력, 협동심을 필수로 갖춰야 하는 시대에 EF국제사립학교의 글로벌한 환경은 학생들의 경쟁력을 키워주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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