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16.4% 3월보다 수능 때 더 좋은 성적
내신과 비교해 수시냐 정시냐 참고용으로
개념 부족한 건 1년 장기 계획 짜서 준비
10일 고 1~3학년 학생들이 첫 전국 모의고사인 3월 학력평가(이하 3월 학평)를 치른다.
여기에 대해서는 ‘첫 모의고사 성적이 고3까지 간다’거나 ‘재수생 강세로 3월 학평 성적이 수능까지 가거나 떨어진다’는 속설이 많다. 정말 그럴까. 입시전문기관 메가스터디와 함께 고3 재학생의 3월 학평과 수능 성적 사이 상관관계를 조사해봤다.
분석 결과 고3 재학생의 3월 학평 성적이 수능까지 유지되거나 떨어지는 추세가 전체적으로는 맞지만 수능에서 성적이 향상된 학생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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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성적 오르는 수험생 가장 많아
수능에서 재수·삼수 등 N수생 강세는 오래된 현상이다. 이 때문에 고3 재학생들은 “3월 학평 성적이 수능까지 가거나 수능에서 더 떨어진다”는 속설을 정설처럼 받아들인다. 3월 학평 성적이 안 좋으면 지레 수능을 포기하거나 마음을 잡지 못해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이 많다. 안광복 서울 중동고 교사는 “3월 학평 직후 5월까지 수능 학습량을 늘려야 하는 때인데도 3월 학평 성적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속설이 정말 맞을까. 최근 3개년(2013~2015년) 고3 재학생의 3월 학평 성적과 그해 수능 성적 사이 상관관계를 조사해봤다. 분석 결과 조사 대상 학생 중 16.4%(6143명 중 1005명)가 3월 학평보다 수능에서 국어·수학·영어 과목에서 더 좋은 성적을 올렸다. 조사 대상 여섯 중 한 명은 수능까지 남은 10개월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성적을 끌어올린 것이다.
문·이과를 나눠보면 문과 학생의 성적 향상 사례가 더 많다. 문과 학생은 18.9%(3483명 중 657명), 이과 학생은 13.1%(2660명 중 348명)가 3월 학평보다 수능 성적이 더 좋았다. “3월 학평 성적이 수능까지 가거나 수능에서 더 떨어진다”는 속설이 전체적인 추세는 맞지만 개별 학생 모두에게 적용되는 정설은 아닌 셈이다.
국어·수학·영어 영역별로 보면 문과 학생 중 국어 성적이 소폭이라도 올라간 학생은 30.1%(1050명)였다. 수학은 22.3%(777명), 영어는 26.3%(915명)의 학생들이 각 영역에서 백분위가 올라갔다. 이과는 국어·수학·영어에서 각각 34%(905명), 13.2%(351명), 23.6%(628명)가 성적이 올랐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수시모집 전형에 지원한 학생들은 기준을 맞추기 위해 수능 4개 영역 중 2~3개 과목에만 집중해 공부하는 경향이 크다”고 이유를 분석했다.
백분위가 아닌 등급을 기준으로 봐도 3월 학평보다 수능에서 더 높은 성적을 기록하는 학생은 있다. 일반적으로 수능에서 백분위는 소폭 올라가도 등급을 올리기는 어렵다고 알려졌다. 1~100%까지 촘촘하게 구분되는 백분위와 달리 등급은 구간으로 나뉘기 때문이다. 1등급은 상위 4%, 2등급은 상위 4~11%와 같은 식이다. 이 때문에 등급을 올리기 위해서는 훨씬 큰 폭으로 점수를 올려야 한다. 문과의 경우 3월 학평과 비교해 수능에서 등급을 1등급 이상 향상한 학생 비율은 국어는 16.7%(577명), 수학은 12%(413명), 영어는 13.4%(463명)였다. 이과는 국어·수학·영어 각각 19.8%(523명), 7.7%(203명), 11.5%(303명)의 학생이 등급을 올렸다.
오장원 서울 단대부고 진로진학상담부장은 “3월 학평 성적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며 “3월 학평은 남은 10개월 동안의 수능 공부와 입시 전략을 짜는 점검의 의미가 큰 것이지 수능 성적을 예측하는 기준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안 교사는 “3월 학평은 교육청 주관이기 때문에 평가원이 출제하는 실제 수능과는 출제 경향도 약간 다르다”며 “이 시험으로 수능 성적을 예측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3월 학평을 잘 봤다고 으쓱할 것도, 못 봤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자신 있는 과목부터 먼저 보완해야
입시전문가들은 “3학년 첫 모의고사 결과를 꼼꼼하게 분석해 과목별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남은 기간 수능 공부의 큰 흐름을 그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선 먼저 입시 전략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남윤곤 소장은 “본인이 2학년까지 쌓은 내신 성적과 3학년에 올라와 본 3월 학평 성적을 비교해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 중 어느 쪽에 비교 우위를 가졌는지 먼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신은 좋은데 모의고사 성적이 크게 뒤처진다면 내신이 우선적인 지원 기준이 되는 수시모집의 학생부 교과·종합 전형을 목표로 삼는 것이 좋다. 반대로 모의고사 성적은 좋은데 내신이 형편없다면 수능 성적이 당락을 결정하는 정시모집에 주안점을 두는 전략이 적합하다.
두 전략은 큰 그림에서 수능 공부 흐름이 다르다. 남 소장은 “학생부 교과·종합 전형을 준비한다면 목표 대학·학과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며 “모의고사 성적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에 턱없이 부족하다면 수능 4개 영역 중 성적 향상 가능성이 큰 2~3개 과목에 학습 배분을 더 하고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고 조언했다.
3월 학평을 본 직후 문제 검토와 출제 유형 분석 등을 통해 영역별 학습법을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오장원 부장은 “맞춘 문제들도 다시 한번 꼼꼼하게 뜯어보고 영역별로 공부가 부족한 단원과 개념을 모두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개념 이해가 부족하고 기본·예제 문제 풀이도 막히는 과목은 1학년 과정부터 다시 돌아볼 수 있도록 10개월 동안의 공부 계획을 짠다. 특정 단원과 개념만 보충하면 되는 과목은 3월 학평 직후 5월 중간고사 전까지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보완하는 계획을 수립한다. 먼저 해결해야 할 것과 긴 호흡을 갖고 천천히 해결해가야 할 공부를 구분하는 것이다.
과목 간 공부량의 완급 조절은 남은 10개월을 헤쳐 가는 지구력이 된다. 이성권 서울 대진고 교사(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 대표)는 “특히 중간·기말고사 등 내신 시험 준비 기간에도 수능 공부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능은 시간 관리 등 문제 풀이 감각을 예리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재학생은 중간·기말고사 준비 때문에 공부 흐름이 ‘수능→내신→수능→내신’과 같은 방식으로 흘러 수능 리듬이 깨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라고 진단했다. 2~3주 정도 되는 내신 시험 준비 기간에도 수능 공부 리듬이 깨지지 않도록 매일 소화해야 할 수능 공부량을 미리 계획해 두는 게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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