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8일 화요일

의대·교대 초강세, 학과 서열 파괴… 2016 정시를 말하다

의대·교대 초강세, 학과 서열 파괴, 모집군 이동으로 꼬인 수험생 지원 패턴…. 2016 대입(大入) 정시 결과를 요약한 키워드다. 입시 전문가들과 함께 ‘2016 정시 핫 이슈’를 최종 정리했다.

◇의대·수의대 합격선 상승

이번 정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의학계열 합격선 상승이다. 서울대·고려대·아주대·가천대 등 대부분의 의대 커트라인이 껑충 올랐다. 특히 서남대 의대 최종 합격선은 873.7점(자체 환산 기준 표준점수 900점 만점)으로, 전년도(825점)보다 무려 48.7점이나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종서 이투스 교육평가소장은 “전년도까지만 하더라도 수능 성적 상위 1.5%에 해당하는 수험생이 의대에 진학했는데, 2016년도 정시에선 상위 0.7% 이하로 낮아졌다”며 “올해 의대 커트라인이 확실히 높아졌다”고 했다.

정해훈 강남숨마투스학원장도 “2015학년도 대입 정시 의대 커트라인은 수학 B형 응시자 기준 상위 3.9%까지였는데, 이번 정시에선 2%대로 나타나면서 합격선이 크게 올랐다”고 했다.

의대 합격선 상승의 대표적인 이유는 안정된 전문직 선호와 취업난이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대학 졸업 후 취업에 대한 불안감이 의학계열 선호로 이어졌다”고 했다.

수의대 인기도 치솟았다. 2016 정시에서 10개교 수의대 경쟁률은 9.14대 1로, 전년도(7.55)보다 훌쩍 올랐다. 이종서 소장은 “인기 상승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자격증’”이라며 “동물 애호층이 많이 늘어난 점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치대 인기는 주춤했다. 정해훈 원장은 “그동안 수험생이 선호했던 서울대·연세대·경희대 치대 합격선이 모두 2015학년도에 비해 낮아졌다”고 했다. 정용관 스카이에듀 총원장은 “치과의사는 개원을 해야 한다. 하지만 치과 특성상 여러 의료기기가 필요해 초기 투자 비용이 너무 많다. 어렵게 개원해도 문제다.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전망이 밝지 않은 탓에 치대에 합격한 수험생들이 다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교대 초강세
교대 합격선 상승도 이번 정시의 돋보이는 특징 중 하나다. 2016학년도 서울교대 정시 추정 합격선은 525점(수능 표준점수 500+학생부 200)으로, 전년도(515점)보다 10점 올랐다. 경인교대도 이번 정시 합격선이 757점(수능 백분위 800점 만점), 4개 영역 평균 백분위 94.6점(백분위 100점 만점)으로 전년도(747점, 4개 영역 평균 백분위 93.4점)보다 상승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전국 10개 교대, 한국교원대·이화여대·제주대 초등교육과는 물론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대 사범계열의 합격선도 모두 전년보다 올랐다”며 “심각한 취업난의 영향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교직을 희망하는 지원자가 늘어난 게 합격선 상승 요인”이라고 했다.

오종운 평가이사는 “10개 교대 합격선이 오르면서, 같은 군에 있는 연세대·고려대 인문계열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도 눈여겨볼 만 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학과 서열 파괴
최상위권으로 분류됐던 학과와 중·하위권 학과의 합격선(이하 추정치)이 역전되는 현상도 발생했다. 특히 인문·사회계열에서 두드러졌다.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 경영학과 사례가 대표적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서울대 경영학과의 1차 추가 합격선은 531.7점(서울대 점수 산정 방식 기준). 이 대학 인문계열(533.3점)보다 1.6점 낮은 점수다. 해당 대학에서 합격선이 낮은 편에 속했던 농경제사회학부(533.1점)와 소비자아동학부(532.9점)보다도 떨어진다.

연세대 경영학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해당 학과의 1·2차 추가 합격선(추정)은 694.2점(연세대 점수 산정 방식 기준)이다. 2차 추가 합격선 기준 가장 높은 것으로 추정되는 응용통계학과 합격선(699.1점)보다 4.9점 낮은 수치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낮은 합격선을 유지했던 문화인류학과(695.5점)와 문헌정보학과(695.2점)보다도 떨어졌다.

고려대 경영학과도 두 학교와 유사한 현상이 나타났다. 해당 학과의 2차 추가 합격선은 693.4점(고려대 점수 산정 방식 기준). 대학 내 인문계열 하위권에 속했던 보건정책관리학과의 추가 합격선(694.6점)보다 1.2점 낮다. 독어독문학과의 추가 합격선(694.5점)과도 1.1점 차이가 난다.

자연계열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확인됐다. 연세대 자연계열 상위권 학과로 분류됐던 화공생명공학부와 기계공학부의 합격선이 뚝 떨어졌다.
정용관 총원장은 “변별력 있는 수능으로 인해 안정·하향 지원 추세가 이어지면서, 상위권 학과의 합격선이 내려갔고 중·하위권 학과의 커트라인은 올라가서 생긴 결과”라고 설명했다.

수시 결과도 상위권 학과 합격선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실장은 “연·고대 자연계열 상위권 학과의 합격선 하락은, 과학고 졸업자가 예년보다 줄어든 덕분에 일반고 자연계 상위권 수험생들이 수시에서 카이스트·지스트·유니스트·디지스트·포스텍 등에 다수 합격하면서 빚어진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모집군 이동으로 꼬인 수험생 지원 패턴

모집군 이동이 수험생의 지원 패턴을 흩트린 사례도 있다. 중앙대 자연계열이 올해 가·다군 모집으로 변경하면서 수험생의 지원 전략이 꼬인 게 대표적이다.

 “전년도엔 가군에서 한양대·성균관대·서강대를 상향·적정 지원한 학생들이 나군에선 중앙대를 지원하는 게 일반적인 흐름이었다”며 “하지만 이번 정시에선 중앙대가 다군으로 모집군 변동을 하면서, 해당 성적대 학생들이 나군에 지원할 만한 대학이 사라졌고 결국 이들은 해당 군에서 하향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모집군 이동에 따라 해당 대학뿐만 아니라 경쟁대학의 경쟁률과 합격선도 요동친다”며 “지원 전략을 짤 때엔 반드시 모집군 변동으로 인해 발생했던 사례들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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