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9일 수요일

'알파고' 보는 미래학자의 눈…"인간에 우호적인 AI 과제"

바둑천재 이세돌 9단에게 충격의 패배를 안긴 '알파고'. 이 놀라운 바둑 인공지능(AI)을 바라보는 미래학자는 앞으로 다가올 세상을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인공지능이 현실에 미칠 영향력 등을 연구하는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IT디자인융합학부 교수는 9일 "중간중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기보를 검토했는데, 알파고가 생각보다 잘 뒀다"며 "알파고의 지난 기보를 봤을 때는 해석력 면에서 이 9단에게 안 될 것 같았는데, 이번 대국을 보니 남은 경기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세돌 9단과 4, 5판을 뒀다고 해서 알파고의 실력이 금방 나아지기는 어렵다"며 "최소 몇 개월, 몇 년 동안 프로기사들과 대국을 한다면 결국에서 이세돌 9단과 비슷한 수준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전을 거듭할수록 알파고의 학습력이 좋아질 텐데, 지금까지 둔 450만 번의 대국 데이터는 사실 이세돌 9단과 같은 최고수와 둔 것이 아니어서 대단한 게 아닙니다.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딥러닝' 방식보다, 직접 두면서 문제를 파악하는 '강화학습'을 통해 발전하는 만큼, 이번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을 통해 더욱 성장할 겁니다."

그는 "예상보다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가 빠르다"고 진단했다. "2045년 정도 돼야 인공지능의 수준이 인간과 비슷하게 될 줄 알았는데, 10~20년 정도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미래와 관련한 다양한 시나리오, SF영화 속 세상의 현실화, 인공지능의 학습법 등을 연구하고 있다. 그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여기는 것은 인공지능이 인간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길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우호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현재 흐름이라면 인공지능은 우리가 모르는 환경에서 어느 순간 자율성을 갖게 될 텐데, 이럴 경우 인공지능이 생존을 위해 스스로를 복제하면서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놓일 수 있죠. 그 이전에, 복제를 주도하게 될 최초의 씨앗과 같은 인공지능에게 인간에 대한 우호성을 심어 줘야 할 겁니다. 그렇다면 인간에 적대적인 인공지능이 확산되더라도 커버가 될 테니까요."

그가 인공지능의 기능적인 면 외에도 윤리적인 측면을 중요시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에서는 관심이 없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2012년부터 법학회에서 이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도 인공지능이 인간에 우호적인 생각을 가지도록 하는 데 어느 정도 관심을 두고 있죠. 구글 임원진으로 있는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 역시 이 점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책 '특이점이 온다'로도 유명한 발명가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구글의 임원으로 들어가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있어요. 커즈와일은 인공지능이 고도로 발달하게 되면 인간들과 결합해 '포스트 휴먼'이 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정 교수는 "커즈와일 같은 경우 인간이 로봇, 인공지능과 결합해 새로운 종으로 태어나야 한다고 본다"며 "인공지능이 인간에 우호적인 입장을 갖지 못하면 커즈와일의 생각도 실현 불가능하기에, 그도 이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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