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12일 화요일

서울대 藥大 8년만에 "1학년 신입생 뽑겠다"

기존 '편입제' 폐지 추진… 약대 35곳 중 31곳이 동의
- 의대처럼 예과 2년·본과 4년으로
"자격증 따려는 직장인만 몰려… 藥學 연구할 우수인재가 없다"
교육부는 "바꿀 수 없다" 반대

조선일보
서울대 약학대학을 비롯한 전국 약대(藥大)들이 고졸자(高卒者)를 신입생으로 선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입시 제도 및 학제(學制) 개편안을 교육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전국 약대들은 4년제를 6년제로 바꾼 2009년부터 고졸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았다. 대신 학부 2학년 과정을 수료한 학생들 가운데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 성적 우수자를 3학년 편입생으로 선발하는 '2+4학제'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대학 입시를 주관하는 교육부가 약대의 신입생 선발 방침에 반대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0일 본지가 입수한 '서울대 약대 기초 약학교육 발전 방향'에 따르면, 서울대 약대는 현재 2년간 다른 전공을 배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3학년 편입생을 모집하는 현행 제도를 폐지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대신 의과대학이나 치의과대학처럼 고졸 신입생을 1학년으로 선발해 전반부 2년은 교양과정, 후반부 4년은 전공과정을 가르치기로 했다.

서울대 약대는 이 같은 방안을 전국 35개 약대 협의체인 한국약학교육협의회와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약학교육협의회 상임이사인 한균희 연세대 약대 학장은 "35개 약대 가운데 31곳이 편입제 폐지와 신입생 선발이라는 서울대 약대 개편안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전국 약대가 학제 개편에 나선 것은 약학(藥學) 분야 연구 개발을 이끌 우수 인재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봉진 서울대 약대 학장은 "'약사'라는 안정적인 자격증을 따기 위해 나이 든 직장인들이 몰리면서 젊고 패기 있는 연구 인력 지망자는 줄어들고 있다"며 "서울의 한 약대에는 '삼성전자 퇴사자 모임'이 있고, 최근 65세로 정년퇴임한 노(老) 교수가 노후에 약사로 일하겠다며 약대에 편입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약대의 경우 과거에는 학부 졸업생 가운데 60%가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2+4학제 도입 이후에는 이 비율이 절반인 30%로 떨어졌다고 한다.

약대가 주도하는 학제 개편안에 다른 이공계열 교수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약대가 이공계 1·2학년 학생들을 흡수하는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가 입수한 한국약학교육협의회의 '6년제 약학교육의 학제 변화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의 화학과 자퇴율은 약대 2+4학제 도입 이전인 2009년에는 2.2%였다. 그러나 2010 ~2014년에는 36.6%로 치솟았다. 약대 편입 학생의 26%씩을 차지하는 생물학과와 공대의 자퇴율도 비슷한 수준으로 급등했다.

그러나 약대들이 추진하는 입시·학제 개편안이 그대로 통과될지는 미지수라는 전망이 많다. 대학 입시와 학제를 바꾸려면 교육부에서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하는데, 교육부가 이에 대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도입 몇 년 되지 않은 제도를 쉽게 바꿀 수 없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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