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21일 목요일

외국인 학교에서 운동과 공부 줄타기

제출기한에 쫒겨 밤새 혹사해가며 과제물을 끝내거나 한 강의실에서 다른 강의실로 허겁지겁 옮겨 다니는 일이 어쩌면 고등학생들에겐 가장 적극적인 운동인지도 모른다.
어마어마한 학습량에 짓눌린 학생들에게 교과 성적과 운동의 균형을 잡는 건 신체적·정신적인 도전 과제다. 하지만 학교 스포츠를 중시하는 미국식 교육이 이뤄지는 외국인학교에서는 누구나 맞닥뜨려야 하는 일이다. 공부와 운동 각각 뛰어난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을 들여야 하기에 '도전'이라는 말로 밖엔 설명할 수 없다.서울외국인학교를 졸업하고 페퍼다인대 진학 예정인 하사라(18)양은 12학년 때 학교 배구, 농구와 축구 여자 대표팀의 주장이었다. 학과성적을 유지하며 사회생활과 스포츠 활동의 균형을 잡느라 곡예를 했다. 고교 시절의 가장 중요한 마지막 두 학기에는 공부에 올인을 하느라 스포츠에 집중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사라양은 "4년 전 고등학교 대표팀의 선수로 뽑히는 바람에 운동을 과도하게 많이 했고, 중학교 공부와는 차원이 다른 고등학교 공부에 적응하기가 더 힘들었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나이가 들수록 'scholar athlete'(성적을 유지하는 동시에 운동도 잘하는 학생)이란 무엇을 뜻하는지 차츰 알게됐다고 한다. 그는 "나에겐 운동 보다는 학교 공부가 결국 최우선"이라고 말했다.이번 학기 서울외국인학교 11학년이 되는 채김지산양도 지난 학년 학교 배구, 농구와 축구 여자 대표팀의 선수로 활약했다. 지산양은 매일 방과후 두 시간씩 운동부 연습에 할애한다. 산술적으로는 일주일에 10시간의 귀한 공부 시간을 잃는 셈이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숙제를 바로 시작하고 점심시간 마다 학교 도서관에 가서 못 끝낸 숙제를 마저 해요. 매 학기 운동을 함으로써 오히려 시간 관리 능력이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지산양의 말대로 스포츠로 인해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영국의 Routledge Taylor & Francis Group이 발행하는 학술지 'The International Journal of the History of Sport'에 따르면, 운동 선수들은 어떤 순간에도 능률적이고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게 훈련 받는다. 어려운 시기가 찾아와도 인내심을 잃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다. 특히 팀 운동을 하는 학생들은 협동을 통해 성공하는 법을 배우고, 깊이 인내하는 법도 배운다. 게다가 운동을 열심히 하는 학생들은 상당히 조직적이고 체계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여러 연구가 학교생활에서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도 정기적으로 하는 것이 학생들에겐 큰 이득이 될 것이라고 증언하고 있다.나 역시 서울외국인학교 농구 2군팀의 주장으로 뛰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내 몸을 챙기고 학교 성적을 유지하는 것에도 많은 노력이 들었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동료 선수들의 농구 실력을 키우고 물, 간식 등을 챙기느라 많은 시간을 빼앗겼다. 하지만 수고한 보람이 있었다. 연습과 시합을 통해 귀한 시간을 함께 보내며 같이 울고 웃는 귀중한 친구들을 사귄 것이다. 또한 농구공을 잡을 때마다 스트레스가 풀려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결론적으로, 스포츠는 귀한 시간과 정력이 투자되는 활동이지만, 놀랍게도 그 때문에 학교 성적이나 과제물의 질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운동은 봉사 정신을 키우고, 스트레스를 푸는데도 도움이 되며, 학교에 대한 소속감도 키우는 장점도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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