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26일 화요일

코딩 공부법

쉬운 책부터 도전해 난도 높여가야… 부모와 함께하면 효과 커"

교육 현장에 코딩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코딩이란 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램을 짜는 작업을 말한다. 요즘 유행하는 '포켓몬 고'를 비롯해 컴퓨터,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각종 소프트웨어가 이 코딩을 통해 만들어진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코딩밖에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에 사교육은 물론이고 공교육에서도 코딩 배우기에 열심이다. 2000년부터 초등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코딩 교육을 한 김종훈(50) 제주교대 초등컴퓨터교육전공 교수는 이러한 관심을 가장 극적으로 체감하는 인물. 우리나라 최고의 코딩 교육 전문가로 꼽히는 그가 가장 추천하는 접근법은 "시중에 나온 코딩 책 중 가장 쉬운 것부터 골라 따라 해보고 고민해보면서 점점 난도가 높은 것으로 확장해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코딩 입문서 '슈퍼 코딩'(길벗어린이)을 번역하고 각색해서 펴낸 것도 이 때문이라는 김 교수를 만나 조언을 들어봤다.

◇코딩은 어려운 것, 선입견 버려야그는 최근의 코딩 열풍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려스럽다. 시류에 휩쓸려 정확한 목표 없이 코딩을 접하는 경우를 자주 봤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초등생을 대상으로 코딩을 무료로 알려주는 '창의력 컴퓨터 교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선발 공고가 뜨면 1분 내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아요. 이전에는 수학·과학 영재들이 참가자 대다수였다면 이제는 일반 학생들로까지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시중의 교육 대부분이 흥미 위주로만 머무는 경우가 많아 아쉬워요. 아직도 이공계로 진학할 학생들을 위한 교육이라는 선입견도 있고요."

그는 강연할 때마다 '코딩 교육을 어떻게 시작하면 좋으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가 교육 기부 형태로 운영하는 블로그(cafe.naver.com/scratchprogramming)에도 똑같은 질문이 매일 올라온다. 그의 대답은 간결하면서도 한결같다. 일단 한 번이라도 직접 경험해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코딩의 흥미를 높이기 위해 초등 저학년 사이에서 많이 활용하는 언플러그드 컴퓨팅(Unplugged Computing)은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언플러그드 컴퓨팅은 컴퓨터 없이 컴퓨터 과학을 학습할 수 있는 놀이활동이다.

"언플러그드 컴퓨팅은 실제 무언가를 제작하는 과정까지 나아가지 않기 때문에 다룰 수 있는 주제가 제한적이죠. 저는 코딩의 가장 큰 목표를 사고력의 확장이라고 봐요.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리과정을 고민하고, 또 그것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명령어를 생각하면서 사고력이 높아지죠."

최근 코딩 입문서 '슈퍼 코딩: 코딩이 쉬워지는 10가지'를 낸 김종훈 교수가 비트브릭을 활용해 스크래치 프로그램을 작동하고 있다.
최근 코딩 입문서 '슈퍼 코딩: 코딩이 쉬워지는 10가지'를 낸 김종훈 교수가 비트브릭을 활용해 스크래치 프로그램을 작동하고 있다./이신영 기자
김 교수는 코딩을 잘하고 싶다면 만드는 재미를 느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교육용 코딩 프로그램인 '스크래치'로 연습해볼 것을 추천한다. 스크래치는 2007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어린이들을 위해 교육용으로 만든 코딩 도구다. 기존 컴퓨터 언어는 동작 하나를 만들기 위해 5줄 이상의 명령어를 입력해야 했지만, 스크래치는 동작 명령어가 저장돼 버튼 하나만 누르면 쉽게 스크립트를 작성할 수 있어 쉽게 활용할 수 있다.

이때 부모가 함께하면 효과가 배가 된다. 시중에 나온 스크래치 등을 쉽게 풀어주는 책을 부모가 먼저 살펴보고 아이와 함께 따라 해보라는 것이다. 사전에 '코딩은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버리라고 조언한다.

"제가 이번에 '슈퍼 코딩'이란 책을 낸 이유도 부모와 함께 공부하기를 바라서예요. '슈퍼 코딩' 같은 입문서는 누구나 쉽게 따라 해볼 수 있죠. 책을 보고 자녀와 함께 따라 하면서 관심을 이끄는 것이 좋아요. 아이에게만 코딩 교육을 맡길 경우, 게임에만 머물거나 흥미 이상으로 넘어가기 어렵거든요. 이때 중요한 것은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 거예요. 알고리즘을 푸는 방법에는 정해진 답이 없기 때문에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어요. 그리고 예제나 응용문제를 반드시 혼자 풀어보도록 권해보세요."

◇부모와 아이 함께 공부하면 좋아김 교수는 세 자녀에게 초등 저학년 때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을 했다. 첫째 현경(15)양이 초등 3학년 때 코딩을 접한 이후로 수학과 과학에 흥미가 높아진 경험을 한 뒤, 지금까지 실천해오고 있다. 그중 둘째 동건(12)군은 2013년 공개소프트웨어개발자대회에서 초등부 1등을 수상해 미국 실리콘밸리로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정보올림피아드에서 장려상도 받았다. 현경양은 초등 6학년 때 정보처리기능사 자격증까지 땄다.

그는 주말을 활용해 2~3시간에 걸쳐 아이들에게 코딩을 익히도록 했다. 옆에 함께 있었지만 절대 만드는 방법을 일방적으로 가르쳐주지 않았다. 난관에 부딪혔을 때만 방향을 제시해주는 정도였다. 또 아이가 한 가지 개념을 배우고 나면 그 원리를 적용할 수 있도록 응용문제를 던줬다. 기본적인 내용을 숙지하고 나서 응용해서 확장해 가다 보면 좀 더 거시적인 수학·과학적 원리를 알 수 있을 것이란 믿음 때문이었다.
 그렇게 주어진 과제를 혼자서 해결하다 보니 아이들의 프로그래밍 실력은 몰라보게 높아졌다.

코딩 교육에 답답해하는 학부모를 위해 김 교수는 "물론 저처럼 똑같이 하라고는 말씀드릴 수는 없겠지만, 아이의 코딩 교육에 소극적이어서는 안 된다"며 "아이가 코딩 책을 놓고 열심히 고민할 수 있도록 여유 시간을 꼭 많이 줘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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