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26일 화요일

서울대 왔던 외국인 교수들, 줄줄이 떠난다

국제 경쟁력 높인다더니… 외국 경쟁대학에 석학들 빼앗겨

母國 봉사하고자 서울대 택했던 입양아 출신 소렌슨 교수 홍콩行
"처우도 연구환경도 열악해 실망" 한 교수는 연봉 3배 받고 가기도
한국미술 좋아 연봉 절반에 왔던 랠프 샌더 교수도 4년만에 英복귀
"나도 같이 도태될까봐 두려웠다"

엘리 박 소렌슨, 랠프 샌더 사진
엘리 박 소렌슨, 랠프 샌더
한국 입양아 출신으로 첫 서울대 교수로 임용돼 화제를 모았던 엘리 박 소렌슨(37) 교수가 4년 만에 홍콩중문대로 이직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생후 8개월 때 덴마크로 입양된 소렌슨 교수는 런던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명문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연구교수로 근무하다 2011년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로 임용됐다. 서울대 관계자는 "소렌슨 교수가 모국(母國)에 봉사하고자 한국행을 택했지만, 외국 대학에 비해 열악한 서울대의 연봉과 연구 환경 등에 실망을 느끼고 조건이 좋은 홍콩 대학으로 떠났다"고 말했다.

서울대가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영입했던 외국인 교수들의 이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대가 새누리당 이종배 의원에게 제출한 '2016년도 서울대학교 운영 성과 자체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서울대 외국인 전임교원 비율은 5.5%로 2013년(5.5%)과 2014년(5.4%)에 이어 3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서울대의 외국인 교원 비율은 10~20%대인 도쿄대·홍콩대·싱가포르국립대 같은 아시아권 대학은 물론 연세대(7.6%)와 고려대(7.0%), 성균관대(6.6%) 등 국내 명문 사립대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종배 의원은 "서울대가 매년 신규 교수 채용의 10%를 외국인으로 충원하는데도 외국인 비율이 늘지 않는 것은 새로 뽑은 수만큼 그만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외국인 교수가 서울대를 등지는 이유 중 하나는 상대적으로 적은 월급 때문이다. 서울대 건축학과에서 4년간 근무했던 피터 페레토(44) 교수는 지난해 홍콩중문대로 이직했다. 그는 서울대 봉급의 3배를 보장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공대의 한 교수는 "한국인은 서울대 교수라는 명예와 사회적 지위 때문에 연봉이 낮아도 참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러나 서울대를 큰 영광으로 여기지 않는 외국인 교수는 외국 대학의 높은 연봉 제의를 거절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서울대 교수의 연봉은 주요 사립대보다 낮다. 서울대 평의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대 정교수의 평균 연봉은 1억500만원으로 연세대(1억6200만원)의 65%, 성균관대(1억3400만원)의 80% 수준이었다.
서울대 외국인 전임교원 수 추이 그래프
국제 무대에서 서울대의 순위가 떨어지는 것도 이유다. 랠프 샌더(53) 전 서울대 미대 교수는 원래 몸담고 있던 영국 얼스터 대학의 절반 정도 연봉을 제의받고 서울대에 부임했었다. "연봉에 관계없이 한국 미술을 꼭 경험해보고 싶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샌더 교수는 불과 4년 만에 원래 있던 얼스터대학으로 복귀했다. 그는 서울대를 떠나며 "한국과 서울대가 정말 마음에 들지만, 한국 학계가 너무 낙후돼 있어서 나도 같이 도태될까봐 견디기 어려웠다"고 했다고 한다. 지난달 발표된 '2016 조선일보·QS 아시아 대학 평가'에 따르면 서울대의 '교원당 논문 수'는 1년 만에 21위에서 52위로 떨어졌다. 중국 칭화대(30위)와 일본 도쿄대(36위)는 물론 인도 IIT봄베이(37위), 대만 국립청궁대(45위)보다도 낮은 순위다. 또 교수들이 얼마나 영향력 있는 논문을 썼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논문당 피인용 수'에서도 서울대는 지난해 18위에서 올해 24위로 떨어졌다.
언어 장벽 때문에 자신의 연구를 도와줄대학원생을 구하지 못해 떠나는 교수도 있다. 서울대가 지난해 8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임용된 외국인 교수 80명은 1인당 평균 4.2명의 대학원생을 지도했다. 서울대 교수가 평균 7~8명의 대학원생을 지도하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이 중 24명(30%)은 한 명의 대학원생도 지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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