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12일 화요일

돈 안 되는 걸 왜 전공하냐고 묻는다면…어학·문학 분야



한겨레
<토요일>이언 매큐언 지음, 이민아 옮김, 문학동네 펴냄, 2013년
이언 매큐언 지음, 이민아 옮김, 문학동네 펴냄, 2013년'> “그거 전공하면 뭐 해먹고 살래?” 차가운 질문입니다. 대학이 취업을 위한 관문으로 변해버린 요즘, 어학·문학 전공자들에 대한 주위의 시선은 냉담합니다. 어학·문학 등을 전공하면 취업이 안 된다고 합니다. ‘돈이 안 되는’ 학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어학이나 문학을 전공하려는 수험생한테는 이 가난한 학문을 공부하는 ‘효율적인 이유’가 필요합니다. 물론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이런 학문들을 놓고 공부할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이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국·영·수 공부를 통해서는 이를 이해하기 버거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재미있는 소설책 한 권으로 이런 학문들을 공부하는 이유와 자세 등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언 매큐언의 소설 <토요일>은 문학 등의 가치와 이런 학문을 공부하는 사람들한테 필요한 태도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 토요일>은 인간을 이해하는 방법에 대한 책입니다. 소설의 주인공 헨리 퍼론은 신경외과 의사입니다. 뇌 질환이나 외상 등에 따른 사람의 행동 변화를 오랫동안 지켜본 그는 인간의 문화나 역사가 인류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믿지 않습니다. 인류의 변화는 오로지 우연한 진화를 통한 뇌 구조의 움직임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와 달리 딸 데이지는 인간이 축적한 인문학적인 지식들과 문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시인입니다.

헨리는 소설에서 자신의 생각의 기반이 되는 뇌 과학과 진화의 원리에 대해 설명합니다. 반면 딸 데이지는 인류가 만들어온 예술과 사상이 인류 발전에 어떤 중요한 영향을 끼쳤는지 설명하죠. 작가는 소설 속에서 두 사람의 의견 대립을 통해 인간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를 펼칩니다. 이 소설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여러 학문의 논의를 끌어오는데,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다양한 학문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소설 속 다양한 학문을 통해 이루어지는 논의는 ‘융합형 사고’의 필요성을 말해주기도 합니다. 데이지와 헨리의 생각 가운데 어느 하나도 틀렸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헨리도 인문학을 아주 가치 없는 것으로 여기지는 않습니다. 그는 딸이 추천한 책들을 읽으며 예술의 가치를 이해해보려고 합니다. 문학을 공부할 때도 이런 태도가 필요합니다.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고민은 다분히 인문학적인 고민으로 보이지만, 인문학과 대척점에 있는 자연과학 영역에서도 얘기할 수 있습니다. 문학이 던지는 질문에 답을 내려면 여러 학문을 아우르는 폭넓은 공부를 해야 합니다. 대학에서 학문을 아우르는 융합형 사고를 강조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당장 이 책이 전달하는 과학지식은 ‘생명과학’을 공부하지 않는 문과 학생들한테 “문과는 그것도 모르느냐”는 식의 놀림을 피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합니다.

이 소설처럼 해외 문학을 공부할 때는 책을 원서로 읽는 방법도 제안하고 싶습니다. 원서 읽기는 특정 나라 언어의 특징을 알 수 있게 합니다. 언어 간 차이를 이해하려고 시도하는 노력은 대학에서 전공 언어로 된 텍스트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왜 언어나 문학을 공부하려 하는지 그 이유와 그에 맞는 자세가 뚜렷하면 입시에서도, 대학에서 전공 공부를 할 때도 훨씬 좋습니다. 자신이 공부할 부분이 뚜렷이 보이니까요. 여러분이 지망하는 학문은 중요한 가치가 있고, 먹고살 방법은 충분히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전공 선택에 확신을 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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