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21일 목요일

한국 vs 미국 고교생 삶은 하늘과 땅 차이

미국에서 보내는 교환학생 이야기 (학교편)

2016년의 첫날은 미국에서 시작했다. 교환학생 제도를 이용해 작년 여름 미국에 왔기 때문이다. 8월에 시작한 1학기가 끝나고 지난 1월에 2학기가 시작됐다. 언어도 문화도 다르지만 늘 새로운 것들을 보고 만나고 배워가는 재미가 크다. 가까운 나라이기도 하고 먼나라이기도 한 이웃나라 미국. 미국의 고등학교는 어떤지 살펴보자.

미국 고교의 구성, 시간표
T.F. Riggs High School의 외관 [사진=T.F. Riggs High School 홍보영상 캡처]
먼저 미국 고교의 학년 구분은 9학년부터 12학년으로 구분되며 학년별로 프레시맨·소포모어·주니어·시니어라 불린다. 나는 현재 약 850명 가량의 학생이 있는 티에프 릭스 하이스쿨(T.F. Riggs High School)에 다니고 있다.

등교시간은 수업시작시간이기도 한 오전 8시 15분. 학교가 끝나는 시간은 오후 3시 2분이다. 수업시간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50분이다. 하루 일과는 7교시로 구성되어 있다.

쉬는 시간은 단 4분이다. 이동수업이지만 거리가 길지 않아 4분이면 적당하고 만약 화장실이나 락커에 가야하는데 쉬는 시간이 끝났다면 현재 수업 담당 선생님께 복도 통행증를 받거나 구두허락을 받아야 한다.

점심시간은 25분이다. 특이하게도 우리학교는 A·B·C 런치로 나뉘어 있는데 4교시가 3개로 25분씩 나누어져 있다. 예를 들어 점심이 A런치면 3교시가 끝난후 25분 동안 점심을 먹으러 가고 남은 B, C 런치 시간에 4교시 수업을 들으러 가는 것이다. 점심은 유료로 제공되는 급식을 이용하기도 하고 도시락을 싸오거나 외부에서 먹어도 된다.

미국의 고등학교는 학교 등교시간·쉬는시간·점심시간·하교시간 등이 학교별로 모두 다르다. 학생의 수, 스쿨버스 운행의 여부, 학교 접근성 등 여러가지를 고려하기 때문이다.

미국 고교의 수업
수업 중인 교실 [사진=T.F. Riggs High School 홍보영상 캡처]
수업은 대학교처럼 자유선택이다. 기초 수업과 심화 수업을 포함해 총 100개의 수업을 선택할 수 있는데, 크게 수학·과학·국어와 함께 비즈니스·컴퓨터·외국어·연극·영양학·인문학·미술·공예·밴드·사회과학 그리고 기술학으로 나뉜다. 이것들은 다시 상세하게 나뉘는데, 사회과학의 경우 세계사·미국사·경제학·원주민학·사회학·정부수업·심리학·최신 사회 소식 수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2학기의 시간표. 1학기에 수학2·미국사·도예·미술 소묘·영어 말하기·밴드 기초수업을 수강했다. 2학기엔 콘서트 밴드·미국사·수학2·애니메이션·콘서트 합창·영어 쓰기+문학을 수강한다. 일주일에 1~2회 하교 전 재즈밴드 연주를 하고, 방과후 운동 경기가 있는 날에는 학교 팹밴드와 함께 연주를 한다. (팹밴드: 스포츠 경기에서 연주하는 학교 악단)

학교 성적은 1분기 성적 40%·2분기 성적 40%·학기시험(기말고사) 20%로 구성된다. 성적은 숙제·퀴즈·테스트 등으로 평가한다. 퀴즈와 테스트는 단원평가 같은 것인데 일주일에 한 번씩 본다. 현재 점수가 낮다면 선생님께 직접 찾아가 추가 숙제를 받거나 봉사활동 등으로 약간이나마 올릴 수도 있다.

성적은 3일 내에 반영된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관리 사이트를 통해 오늘 제출 한 숙제, 오늘 친 퀴즈나 테스트의 결과를 금방 알 수 있다. 선생님마다 다르지만 원하면 퀴즈나 테스트를 선생님의 동의하에 미룰 수도 있다.

한가지 놀라운 점은 '치치페이퍼(Cheat-Cheat Paper)'라 불리는 컨닝페이퍼가 허용이 된다는 점이다. 오픈북과 비슷한 것 같지만, 오직 A4용지의 한 면에 반드시 손으로 쓴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한정된 지면에 효과적으로 요점을 정리하는 작업도 공부의 하나라고 보는 것 같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나의 경우는 1학기 수학 학기시험 때 사용해봤다.

미국 고교의 학교 규칙과 수업 분위기
미국 학교의 수업 분위기는 교사 재량에 따라 다르다. [사진=T.F. Riggs High School 홍보영상 캡처]
미국은 다양한 인종이 모여 국가를 구성한 나라이기 때문에 이러한 개인의 개성과 다양성이 존중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복장, 두발 그리고 화장에 너그러운 학교규칙
복장, 두발 그리고 화장에 너그러운 학교규칙

미국 고교의 장점 중 하나는 복장, 두발 그리고 화장에 너그러운 학교규칙이다. 대부분의 공립학교는 복장제한이 크지 않다. 일반적인 사복 패션으로 과도한 성적 노출만 없으면 제한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학교에서 힙합 패션, 스트릿 패션, 트레이닝 패션 등 매우 다양한 복장들을 만날 수 있다.

두발 또한 삭발을 하든 머리를 세우든 머리가 길고 짧거나 헤어펌 등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컬러렌즈 착용, 화장 역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금지되는 것은 18세 이하의 흡연과 마약이다. 현재 사우스다코타 법령에 따라 흡연은 18세 이상의 연령만 할 수 있다. 따라서 18세가 넘은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만 흡연하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약에 관한 법령은 주마다 다르지만 사우스다코타 내에선 마약을 금지한다.

미국 학교의 수업 분위기는 한국의 학교 보다 자유롭다. 수업 별 교사 별로 다르지만 대부분 수업시간에 껌 씹기·턱 괴기·다리 꼬기, 심지어 음료수를 마셔도 상관이 없다. 또한 가끔 수업 대신 자유시간을 갖거나 화창한 날은 야외에서 산책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자유로운 수업 분위기는 한국처럼 빡빡한 진도 쫓기에 연연하지 않고 자유로운 학칙과 개방적인 교사의 생각 그리고 다분히 미국적인 개인주의가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미국 고등학교의 방과후

여학생 방과후 농구. [사진=Grandpre Photography]

T.F.Riggs High School에서는 미식축구, 농구, 펍밴드 등의 다양한 방과후 활동을 한다. [사진=grandpre photography]

미국의 10대 문화는 한국과는 무척 다르다. 방과후에 야간자율학습을 하거나 학원을 가는 한국의 학생과 달리 대다수 미국 학생은 학교 운동부나 악기 연주 또는 독서로 시간을 보낸다. 평일 방과후 스케이팅, 어린이 놀이공원 봉사 또는 영화를 보러가거나 운동을 하러 가는 학생들도 상당히 많다. 방과후에 친구와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가는 친구들도 많다.

이는 대중교통으로 등하교하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선 14세가 넘으면 면허를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재학생 80%가 아르바이트로 용돈과 학비 마련
재학생 80%가 아르바이트로 용돈과 학비 마련

현재 재학 중인 학교의 경우, 일을 하는 학생이 80% 가량 된다. 학교는 학생들의 일자리에 대해 제한하지 않으며 간접적으로 도움을 준다. 구인공고를 위한 게시판을 따로 만들어 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방과후는 물론 주말에도 일을 하러 가는데, 많은 경우 용돈벌이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대학 학비를 미리 마련하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드물지만 스스로의 미래를 위해 직접 커뮤니티를 꾸리거나 사업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운동부나 밴드 또는 합창부에 속한 학생들은 경기나 공연이 있으면 방과후에 학교 (혹은 외부)에서 경기 또는 공연을 한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수업 전 또는 방과후에 재즈밴드와 팹밴드를 하고 간혹 합창부 공연에 참여한다.

교환학생 입장에서 체험한 미국 학교의 최대 장점은 원하는 수업을 직접 선택하는 것과 방과후 시간을 스스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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