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자사고 입시 속 ‘소논문의 진실’
여름방학이 다가오면서 중학생 사이에서 소논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소논문은 연구나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를 논문의 형식을 빌려 정리한 일종의 보고서.
고교생이 대입 수시에서 자신의 남다른 학업역량을 보여주기 위해 소논문을 쓴다면, 중학생은 특수목적고(특목고)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입시를 위해 소논문을 쓴다. 특목고와 자사고 입시는 자기소개서를 기반으로 면접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데, ‘자기소개서에 소논문 작성 경험을 담으면 차별화된 학업역량을 드러낼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진 탓이다.
문제는 고교 입시 경쟁이 과열되면서 소논문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 학부모들이 자주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특목고 입시를 준비하는 우리 아이의 소논문을 대신 써줄 명문대 재학생을 구한다”는 내용의 글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특목고나 자사고에 가기 위해서는 소논문을 꼭 써야만 하는 것일까.
어려운 연구주제 고르다 ‘감점’
특목·자사고 입학담당자들의 대답은 ‘No’다. 중학생 수준을 뛰어넘는 주제나 연구 방법으로 소논문을 썼다간 도리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학생들 중에는 특목·자사고가 중요하게 평가하는 ‘학업역량’이 소논문으로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수학·과학적 사고가 뛰어난 학생들이 경쟁하는 과학고 입시에서 이런 경향이 더욱 짙어진다. 심화된 교과 개념이 들어간 주제나 전문적인 실험 방법이 동원된 연구를 통해 자신의 차별화된 역량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 중학생이 쓴 소논문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실험을 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많은 돈을 주고 소논문 컨설팅이나 전문 기관의 첨삭을 받으려는 중학생이 생겨나는 것.
하지만 중학생 수준을 뛰어넘는 소논문은 결과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경기북과학고의 입학 담당자는 “서류 심사를 하다 보면 소논문의 주제나 내용이 중복될 때가 많다. 상당수가 영재교육기관이나 학원 등으로부터 별도의 지도를 받은 경우”라면서 “이런 학생은 서류평가나 면접에서 걸러진다. 꼭 남다른 성과를 담보하진 않더라도 자신의 호기심이나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해 파고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번듯한 결과물보다 연구 과정 성실해야
실제 고입에서는 ‘소논문’이라는 그럴싸한 결과물보다 소논문을 통한 지원자의 실질적인 발전과 변화를 더욱 중요하게 본다.
특목·자사고 입시에서 ‘교내·외 대회의 참가 및 수상 실적’은 자기소개서에 기재할 수 없다. 학교생활기록부를 제출할 때도 4번 수상경력은 제외하고 출력해야 한다. 뛰어난 소논문을 작성해 교내·외 대회에서 상을 받아도 정작 그 사실에 대해서는 학생부와 자소서 어디에도 드러낼 수 없는 것.
대신 연구과정에서 느낀 점과 그로 인한 변화에 관해서는 자기소개서에 기술할 수 있다. 소논문 자체보다는 소논문을 작성하기 위한 연구 과정에서 지원자가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통해 지원자의 잠재력을 평가하기 때문.
신동원 휘문고 교장은 “연구 내용의 우수성보다는 연구의 지속성이나 연구에 임하는 성실한 태도 등을 통해 지원 학생이 자신의 관심분야에 대해 얼마나 진정성 있게 고민해 왔는지를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소논문 안 써도 OK
꼭 소논문 형태의 결과물이 필요한 건 아니다. 용인외대부고 1학년 김나영 양은 중학교 시절 소논문을 작성한 적이 없다. 하지만 자신의 관심 분야인 언론과 관련해 책을 읽거나 자료 조사를 해 보면서 ‘언론인이 가져야 할 참된 자질’과 같은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곤 했다.
비록 결과물은 없지만, 이 과정은 외대부고 면접에서 유용하게 활용됐다. 김 양은 “면접에서 진로와 관련된 질문을 받았을 때, 평소에도 항상 고민하고 탐구해왔던 문제여서 수월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교내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라면서 “제한된 시간 내에 소논문을 작성하기 위해 별도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기보다는 자신의 관심사와 관련된 교내 대회나 동아리 활동 등을 폭넓고 깊이 있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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