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28일 목요일

따라 하면서 배운다⋯ 부모는 아이에게 무엇을 물려줘야 하는가?

인공지능 로봇 ‘알파고’에 대한 논란이 한창일 때 신문의 사회면을 장식한 또 다른 인공지능 이야기가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개발한 채팅 로봇 ‘테이’의 이야기였다. 테이는 사람의 언어 사용에 대한 연구를 위해 개발된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알파고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뇌를 모방한 신경망 구조를 가지고 있다. 더 많이 사용하거나 칭찬과 격려를 받은 일들이 망(network)연결로 강화되어 생각의 길(path)이 만들어 지는 것이 신경망 구조의 특징이다. 그런데 테이는 심각한 오류로 사용 첫날 가동이 중지됐다. 인공지능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공개되었던 테이에게 극우 성향을 가진 사용자들이 인종차별과 관련된 대화를 집중적으로 훈련시켰고, 결국 테이가 ‘인종차별적 언어’들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테이에게 의도적으로 나쁜 말을 가르친 사람들이 사용한 수법은 ‘따라 해봐’ 였다. 같은 말을 반복해서 따라 했던 테이는 결국 ‘제노사이드(학살)를 찬성’하고 ‘홀로코스트(2차 대전 중 유대인 학살)는 거짓’이며, ‘멕시코인에 대한 인종차별’은 당연하다고 말하게 되었다.
역설적이지만 인공지능의 신경망 구조에 의한 초보적인 학습은 우리의 뇌가 뉴런 간의 연결을 어떻게 강화시키는지 그 단서를 제공한다. 바로 ‘모델링(Modeling)’이라고 부르는 따라 하기 학습 결과를 말이다. 모델링은 주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 일어나는데 의도하지 않고 지시적이지 않아도 부모의 행동을 보고 아이가 따라 하게 되는 학습 방법을 말한다. 모델링은 눈에 보이는 행동뿐만 아니라 부모의 가치관과 지식 습득에 대한 방법까지 아이에게 스며들게 만든다.
최근 입시의 핵심은 성적을 통한 줄 세우기가 아니라 어느 정도 정해진 수준을 넘어가면, 교과와 비교과를 함께 평가해 면접으로 합격 여부를 가리는 방식이다. 특히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는 특목·자사고 학생들은 면접을 통해 ‘인성’ 부분을 평가 받는다. 이때 중요한 요소는 ‘다른 사람과 문제없이 살 수 있는지’다. 특히, 인성 면접 중 강조되는 ‘상황 판단’ 관련 문제의 핵심은 ‘배려’하는 방법이다. 갈등 관계에 놓인 상황에서 학생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학생은 프로젝트 수업의 팀 리더다. 프로젝트 수업 중 참여도가 낮은 학생이 마지막 시간에 같은 점수를 받게 해달라고 부탁할 때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라던지, ‘반 대항 축구 대표를 뽑을 때 실력이 떨어진 친구에게 어떻게 이야기하여 팀에서 빠질 것을 부탁할 것인지?’ 등과 같이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질문이 주어진다.
자신이 맡은 책임과 권한 내에서 갈등을 정당하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갈등은 주로 한쪽의 이야기만 듣고 생겨난 오해와 불신 때문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에 불참한 학생이 있을 경우,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듣고 교사에게 불참 사실과 그 이유를 정확하게 전달하여 공평한 평가를 받게 하는 것이 팀 리더의 역할이다. (대부분 학생들은 불참한 학생의 사정을 들어보려 하지 않고 ‘안 된다’라고 답변 한다.)
이런 균형 있는 사고방식은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논리적인 연습을 통해 훈련할 수 있지만 대부분 가정에서 배울 수 있다. 인간의 사고는 일정한 경험과 지식이 쌓이면 ‘자동화(Automaticity)’ 되어 문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갈등 해결과 배려하는 방법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반복 학습할 수 있다면, 빠르고 정확하게 올바른 길을 찾아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밥상머리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연구 결과가 있어 소개한다. 하버드 대학의 ‘캐서린 스노우’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아이들은 책을 읽을 때보다 10배가 넘는 어휘를 가족과의 식사 중에 익히게 된다고 한다. 또한 컬럼비아대학교 약물오남용 예방센터(CASA)에서도 비슷한 연구 결과(2009)를 발표했다. A, B학점을 받는 학생의 가족간 주당 식사 비율이 C학점을 받는 학생보다 현저하게 높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부모는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넘어가면 직접 공부를 지도하기 힘들어 한다. 그러나 학부모가 꼭 가르쳐 줘야 할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남을 배려하는 마음’일 것이다. 지하철 혹은 공원에서 다른 사람을 밀치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먼저 지나가겠습니다’, ‘실례합니다’ 라는 한마디가 학생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과학영재학교 3차 캠프 면접, 과학고·자사고 인성 면접, 대입 수시 학생부 종합전형의 심층 면접에서 학생의 능력을 더욱 빛나게 해줄 수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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