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4일 목요일

13조원 번 수학자 "數學은 현대 산업의 해결사"

검색·생명공학 등 전방위서 활용되는 유일한 학문이 수학
수학으로 난제 해결하는 것은 정말 재미있고 아름다워"

"수학은 금융, 생명공학, 유전학 등 모든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어요. 수학을 통해 다양한 난제를 해결하는 것은 정말 재미있고 아름답습니다."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4 서울 세계수학자대회'에 참석한 제임스 사이먼스(Simons)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명예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수학이 갖는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23세에 미국 하버드대 수학과 교수가 됐던 그는 이후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라는 투자회사를 설립해 미국 최고 연봉의 펀드매니저로 이름을 날렸다. 포브스에 따르면 사이먼스 명예회장의 재산은 125억달러(약 12조8500억원)에 달한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사이먼스 명예회장은 수학자이자 펀드매니저로, 자선사업가로 살아가는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데이터 분석해 언제나 돈을 버는 공식 만든다

사이먼스 명예회장이 창업한 르네상스는 월가에서도 단기투자매매, 계량 분석으로 유명한 헤지펀드 회사다. 이 회사는 과거의 데이터를 분석해 주가 변동의 큰 흐름을 벗어나는 작은 요소를 빨리 포착해 빠르게 주식을 사고파는 방식을 적용한다. 그는 "환율, 주가는 폭등과 폭락을 계속하지만 우리가 운영하는 펀드는 계속해서 견실한 성과를 낸다"고 말했다.
미국 하버드대 수학과 교수 출신인 제임스 사이먼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명예회장은 “수학은 구글의 검색엔진부터 의료계, 통신 등 거의 모든 산업에 활용되는 학문”이라고 말했다
▲ 미국 하버드대 수학과 교수 출신인 제임스 사이먼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명예회장은 “수학은 구글의 검색엔진부터 의료계, 통신 등 거의 모든 산업에 활용되는 학문”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금융·경제·경영 전공자보다 수학·물리학·천문학·통계학 등을 전공한 사람을 우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펀드를 운영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주식, 기업 실적 등 수많은 과거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는 것"이라며 "분석을 통해 반복되는 공식을 찾고, 그 공식에 맞춰 펀드를 운영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하나의 종목, 분야에만 투자하는 게 아니라 짧은 시간에 많은 거래를 진행하는 것도 수익을 거두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수익을 낼 수 있는 공식에 맞춰 거래를 많이 하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2008년 발생한 세계 금융 위기는 금융공학·수학을 이용한 복잡한 파생상품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지적이 많다. 사이먼스 명예회장은 이에 대해 "일부 은행의 잘못된 모델링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의 데이터를 통해 공식을 만들어야지, 가정을 해선 안 된다"며 "당시 은행들은 부동산 가격은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을 했는데 이는 정말 바보 같은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수십년간 부동산 가격은 거의 내려가지 않았지만 1920년대 대공황 당시에는 엄청난 부동산 가격 폭락이 있었다는 것이다.

금융으로 번 돈, 기초과학에 투자

2010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사이먼스 명예회장은 요즘 기초과학 분야에 거액을 지원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분야는 자폐증 치료 같은 의학부터 수학·과학·물리·화학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그는 "처음 DNA를 발견한 사람은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랐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 발견이 이제 의학계에 가장 중요한 인간 게놈 프로젝트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기초과학에 투자하는 것이 응용과학보다 속도는 느릴지언정, 훨씬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자폐증 연구를 지원하는 데는 개인적인 사연도 있다. 그의 딸 오드리(Audrey)가 자폐증을 안고 태어났기 때문. 사이먼스 명예회장은 10년째 자폐증 치료·연구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자폐증이 있는 자녀를 둔 부모는 아마 내 심정을 다 알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먼스 명예회장은 "구글의 검색엔진부터 의료계, 통신 등 현대 산업의 대부분에 수학은 존재한다"며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는 유일한 학문이 수학"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학교육재단과 기초과학연구재단을 만든 것도, 회사를 창업한 것도, 교수로서 연구 업적을 세운 것도 인생의 큰 성과"라며 "하나를 하기도 어려운데 수학 덕분에 3개의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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