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4일 목요일

수학이 삶을 변화시킨다”… ‘수학계 올림픽’ 9일간 축제 수학 천재들 서울 총집결

‘수학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수학자대회(ICM·International Congress of Mathematicians)가 13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하면서 세계 수학계의 관심이 대한민국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 대회는 기초과학 분야 최대 학술 행사로 지난 1897년 스위스 취리히 대회 이래 117년의 전통을 갖고 있다.

‘나눔으로 희망이 되는 축제-후발국에 꿈과 희망을’이라는 주제로 오는 21일까지 열리는 이번 대회는 세계 120여 개국 5000여 명의 수학자가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중국·인도에 이어 4번째로 열렸다. 이번 대회는 학술행사로 필즈상 등 주요 상 수상 강연(10회), 국내외 수학자의 기조강연(21회), 초청강연(179회) 등이 진행된다. 신진 수학자들의 일반 학술논문 1182개도 발표된다. 

이날 오전 개막식에서는 대회의 꽃이자 하이라이트인 필즈상 시상 외에 일반인들의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한 다채로운 대중행사도 마련됐다. 세계적인 수학자에서 글로벌 펀드매니저로 변신한 제임스 사이먼스 르네상스테크놀로지 명예회장이 이날 수학과 삶을 주제로 대중강연을 한다. 그는 수학이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삶에서 수학의 의미는 무엇인지 등 어려운 수식이 아니라, 삶이 녹아든 수학을 청중에게소개할 예정이다. 19일에는 ‘나는 왜 수학이 싫어졌나’라는 영화를 감상하고 영화에 직접 출연한 세드리크 빌라니(2010년 필즈상 수상자) 프랑스 에콜 노말 리옹대 교수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준비돼 있다. 같은 날 열리는 프로 바둑 기사와 수학자들의 다면기 행사도 관심을 끈다. 이창호·유창혁·서봉수 9단이 세계적인 수학자들과 1대6 다면기를 펼치며 수학에 대한 대중의 흥미를 자극한다. 

이 대회를 주최하는 ICM은 70여 개 회원국을 수준에 따라 5등급으로 나누는데 우리나라는 1981년 가장 낮은 1군으로 가입한 뒤 1993년 2군으로 올라섰고, 2007년에 4군으로 상향 조정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학기술 논문 인용색인(SCI)급 논문 수를 포함한 종합적인 수학 역량에서 세계 10위권까지 도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수학계에서는 이번 대회가 한국 수학을 한 단계 더 높이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몇 년 뒤 수학 선진국 클럽이라는 5군 진입도 가능하다는 분위기다. 

황준묵 고등과학원 교수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대회 기조 강연을 맡은 것도 큰 성과다. 대회 기조 강연자는 국제수학연맹(IMU)이 세계적 석학으로 인정받는 수학자 가운데서 직접 선정한다. 필즈상 수상자 대다수는 상을 받기 전 기조 강연자로 대회 연단에 오른 경험이 있어 이번 기조 강연이 향후 한국인 최초의 필즈상 수상으로 이어질지 관심을 끈다. 

이 밖에 김범식 고등과학원 교수, 강석진·이기암·하승열 서울대 교수, 김병한 연세대 교수 등 5명이 초청 연사로 나서 한국 수학의 위상을 드높인다. 우리나라 수학자가 한꺼번에 5명씩이나 연사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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