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영재학교 합격한非수도권·광역시 출신 3인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이하 ‘한과영’)가 최근 2015학년도 신입생 128명을 발표했다. 서울(37명), 경기(38명), 인천(11명) 등 수도권 합격자만 전체 신입생의 67%에 달했다. 합격자 3명 가운데 2명이 수도권 출신인 셈이다. 부산(18명), 대구(8명), 대전(3명), 광주(2명), 울산(1명) 등 광역시 출신 합격자까지 포함한 숫자는 전체 합격자의 92%를 차지한다.
김경수(강원 강릉 경포중 3년)·김성중(전남 순천왕운중 3년)·송원근(경북 영천 영동중 3년)군은 한과영의 바늘구멍을 뚫었다. 김성중군과 송원근군이 거주한 전남·경북 지역에서는 각 2명만 한과영 합격자를 배출했다. 김경수군은 강원 지역 유일한 합격자다. 세 사람은 자신처럼 과학영재학교에 진학하고 싶은 지방 소도시 학생을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3인의 이야기에는 ‘타고난 좋은 머리’ 이상의 합격 비결이 가득했다.
◇ 1만 문제의 법칙… 끈기가 중요하다
김경수·김성중·송원근군은 물론 총명한 머리를 타고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송원근군은 4세(이하 한국 나이 기준) 때 어머니가 재미 삼아 가르친 덧셈·뺄셈을 깨치더니 1주일 만에 스스로 곱셈·나눗셈 원리를 알아냈다. 김경수군은 6세 때 어머니가 건네 준 수학책에 담긴 문제를 그 자리에서 다 풀어버렸다. 김성중군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이미 최대공약수·최소공배수 개념을 이해했다.
총명함보다 더 강한 3인의 공통점은 끈기다. 김성중군은 부모의 직장 때문에 초등 4학년 때부터 3년간 전남 완도에 속한 섬 청산도에서 살았다. 약 2000명이 사는 작은 섬에서 김성중군은 학교 교사와 EBS 인터넷강의에만 의지해 초·중등 수학 올림피아드 과정을 공부했다. "답지를 봐도 이해가 안 되는 문제는 사설학원에 전화 문의까지 해 가면서 기어코 원리를 알아냈어요. 그때 부모님이 '쟤는 뭘 해도 하겠구나' 하셨대요."(웃음) 경시대회에 참가하려고 아침 첫배를 타고 뭍으로 나가 막배를 타고 청산도로 돌아오는 날도 많았다. 초등 6학년 겨울방학 때는 중등 과정 수학을 수준별로 공부하며 혼자 1만 문제를 풀어볼 정도였다.
송원근군은 "대도시보다 확실히 교육 여건이 열악했다"면서도 "덕분에 학원 공부에 매진하기보다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꾸준히 과학 잡지를 정기 구독한 것 이외에도 송원근군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었다. 한과영 진학을 결심한 계기도 한과영 졸업생 김현근(27)씨가 쓴 책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는 없다'(사회평론)를 읽고 나서였다. 송원근군은 "책 덕분에 조금 돌아가더라도 혼자 고민하고 탐구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가 길러졌다"고 말했다.
김경수군은 학교에서 수학 수업을 받을 때도 배운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과정을 거쳤다. "학교에서 구의 겉넓이를 구하는 방법을 배울 때였어요. 선생님이 4π�²이라는 공식만 가르쳐주시곤 무작정 외우라고 하셨어요. 저는 공식의 원리가 너무 궁금해서 직접 유도했죠. 반지름이 �인 구를 반으로 쪼개고, 쪼개진 반구를 다시 반으로 쪼개고, 무한히 쪼갠 조각을 펼쳐 모으면 구의 겉넓이는 반지름이 2�인 원의 넓이와 같을 거라 생각했어요."
한과영의 1단계 전형인 학생기록물평가는 학교생활기록부·자기소개서·교사추천서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세 사람은 "끈기와 성실성의 척도인 내신 성적 유지는 기본"이라고 입을 모았다.
◇ 모범답안·풀이에 얽매일 필요 없어… 공부 즐겨야
김성중군은 "청산도에서 혼자 초·중등 수학 올림피아드 과정을 공부할 때, 내 풀이 과정은 해답지가 제시한 풀이 과정과 다를 때가 잦았다"고 말했다. "이때 창의적 사고가 발달한 덕분에 이번 한과영 입시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한과영의 2단계 전형 창의적 문제해결력 평가는 1단계 합격자의 80%를 탈락시킬 정도로 변별력이 크다. 송원근군도 "가장 중요한 전형 단계"라고 말했다. "수학·과학 과목 시험을 각각 2시간 동안 치러야 해요. 중학 교과과정 내에서 출제되지만 창의성을 요구하는 서술형 문제라 까다롭죠. 무분별한 선행 학습은 지양하되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어느 정도 사교육의 도움을 받는 것도 현명하다고 생각해요."
중학교 진학 이후 주입식 수업 탓에 수학에 흥미를 잃었던 김경수군은 중 2 때 '수학탐구반' 방과후활동을 통해 흥미를 되찾았다. "'범죄수학'(Gbrain)이라는 책에 소개된 범죄 사건을 수학을 활용해 해결하는 활동을 했어요. 정답이나 풀이가 정해지지 않아서 창의적인 생각을 키울 수 있었어요." 김경수군은 중 3이 된 지금도 수학 교사에게 요청해 친구들과 '수학탐구반'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한과영의 마지막 3단계 전형은 영재성 다면 평가다. 2박 3일간 캠프를 통해 △과학면접 △수학면접 △토론 △인성평가를 치르게 된다. 특히 인성평가는 캠프 입소부터 퇴소까지 2박 3일 내내 이뤄진다. 김경수군은 "토론을 할 때도 '좋은 발표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의견이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하면서 상대방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다"며 "리더십을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려와 양보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자가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고 말했잖아요. 그 말이 정말 맞아요. 지방 소도시에서 최신 사교육을 못 받았다고 쫄 필요 없어요(웃음). 수학·과학 분야를 즐기며 공부하다 보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겁니다."(김경수)
조선일보
김경수(강원 강릉 경포중 3년)·김성중(전남 순천왕운중 3년)·송원근(경북 영천 영동중 3년)군은 한과영의 바늘구멍을 뚫었다. 김성중군과 송원근군이 거주한 전남·경북 지역에서는 각 2명만 한과영 합격자를 배출했다. 김경수군은 강원 지역 유일한 합격자다. 세 사람은 자신처럼 과학영재학교에 진학하고 싶은 지방 소도시 학생을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3인의 이야기에는 ‘타고난 좋은 머리’ 이상의 합격 비결이 가득했다.
◇ 1만 문제의 법칙… 끈기가 중요하다
김경수·김성중·송원근군은 물론 총명한 머리를 타고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송원근군은 4세(이하 한국 나이 기준) 때 어머니가 재미 삼아 가르친 덧셈·뺄셈을 깨치더니 1주일 만에 스스로 곱셈·나눗셈 원리를 알아냈다. 김경수군은 6세 때 어머니가 건네 준 수학책에 담긴 문제를 그 자리에서 다 풀어버렸다. 김성중군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이미 최대공약수·최소공배수 개념을 이해했다.
총명함보다 더 강한 3인의 공통점은 끈기다. 김성중군은 부모의 직장 때문에 초등 4학년 때부터 3년간 전남 완도에 속한 섬 청산도에서 살았다. 약 2000명이 사는 작은 섬에서 김성중군은 학교 교사와 EBS 인터넷강의에만 의지해 초·중등 수학 올림피아드 과정을 공부했다. "답지를 봐도 이해가 안 되는 문제는 사설학원에 전화 문의까지 해 가면서 기어코 원리를 알아냈어요. 그때 부모님이 '쟤는 뭘 해도 하겠구나' 하셨대요."(웃음) 경시대회에 참가하려고 아침 첫배를 타고 뭍으로 나가 막배를 타고 청산도로 돌아오는 날도 많았다. 초등 6학년 겨울방학 때는 중등 과정 수학을 수준별로 공부하며 혼자 1만 문제를 풀어볼 정도였다.
송원근군은 "대도시보다 확실히 교육 여건이 열악했다"면서도 "덕분에 학원 공부에 매진하기보다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꾸준히 과학 잡지를 정기 구독한 것 이외에도 송원근군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었다. 한과영 진학을 결심한 계기도 한과영 졸업생 김현근(27)씨가 쓴 책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는 없다'(사회평론)를 읽고 나서였다. 송원근군은 "책 덕분에 조금 돌아가더라도 혼자 고민하고 탐구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가 길러졌다"고 말했다.
김경수군은 학교에서 수학 수업을 받을 때도 배운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과정을 거쳤다. "학교에서 구의 겉넓이를 구하는 방법을 배울 때였어요. 선생님이 4π�²이라는 공식만 가르쳐주시곤 무작정 외우라고 하셨어요. 저는 공식의 원리가 너무 궁금해서 직접 유도했죠. 반지름이 �인 구를 반으로 쪼개고, 쪼개진 반구를 다시 반으로 쪼개고, 무한히 쪼갠 조각을 펼쳐 모으면 구의 겉넓이는 반지름이 2�인 원의 넓이와 같을 거라 생각했어요."
한과영의 1단계 전형인 학생기록물평가는 학교생활기록부·자기소개서·교사추천서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세 사람은 "끈기와 성실성의 척도인 내신 성적 유지는 기본"이라고 입을 모았다.
◇ 모범답안·풀이에 얽매일 필요 없어… 공부 즐겨야
김성중군은 "청산도에서 혼자 초·중등 수학 올림피아드 과정을 공부할 때, 내 풀이 과정은 해답지가 제시한 풀이 과정과 다를 때가 잦았다"고 말했다. "이때 창의적 사고가 발달한 덕분에 이번 한과영 입시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한과영의 2단계 전형 창의적 문제해결력 평가는 1단계 합격자의 80%를 탈락시킬 정도로 변별력이 크다. 송원근군도 "가장 중요한 전형 단계"라고 말했다. "수학·과학 과목 시험을 각각 2시간 동안 치러야 해요. 중학 교과과정 내에서 출제되지만 창의성을 요구하는 서술형 문제라 까다롭죠. 무분별한 선행 학습은 지양하되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어느 정도 사교육의 도움을 받는 것도 현명하다고 생각해요."
중학교 진학 이후 주입식 수업 탓에 수학에 흥미를 잃었던 김경수군은 중 2 때 '수학탐구반' 방과후활동을 통해 흥미를 되찾았다. "'범죄수학'(Gbrain)이라는 책에 소개된 범죄 사건을 수학을 활용해 해결하는 활동을 했어요. 정답이나 풀이가 정해지지 않아서 창의적인 생각을 키울 수 있었어요." 김경수군은 중 3이 된 지금도 수학 교사에게 요청해 친구들과 '수학탐구반'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한과영의 마지막 3단계 전형은 영재성 다면 평가다. 2박 3일간 캠프를 통해 △과학면접 △수학면접 △토론 △인성평가를 치르게 된다. 특히 인성평가는 캠프 입소부터 퇴소까지 2박 3일 내내 이뤄진다. 김경수군은 "토론을 할 때도 '좋은 발표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의견이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하면서 상대방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다"며 "리더십을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려와 양보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자가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고 말했잖아요. 그 말이 정말 맞아요. 지방 소도시에서 최신 사교육을 못 받았다고 쫄 필요 없어요(웃음). 수학·과학 분야를 즐기며 공부하다 보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겁니다."(김경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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