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4일 목요일

수학 노벨상'에 첫 여성… "數學 잘하는 비법? 자신감이죠"

"젊은 여성 수학자와 과학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줄 수 있게 돼 무척 기쁩니다."

13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가 수학의 역사를 새로 바꿨다. 이날 마리암 미르자카니(Mirzakhani·37)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상(Fields Medal)을 받았다. 40세 이하의 젊은 수학자에게 수여하는 필즈상은 1936년부터 지난 2010년 인도 대회까지 52명의 수상자를 냈는데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 그는 "앞으로 더 많은 여성이 이와 같은 상을 받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78년 만에 여성이 '수학계 노벨상' 필즈상 받아

국제수학연맹(IMU)은 이날부터 21일까지 서울에서 120개국, 5000명의 수학자가 참가한 가운데 세계수학자대회를 개최한다. IMU는 개막식에서 미르자카니 교수, 아르투르 아빌라(Avila·35)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 석좌연구원, 만줄 바르가바(Bhargava·40) 미국 프린스턴대 석좌교수, 마틴 헤어러(Hairer·38) 영국 워윅대 교수 등 4명에게 필즈상을 수여했다.

시상식은 '우먼 파워'의 현장이었다. 수상자는 물론이고 주최자와 시상하는 사람까지 모두 여성이 등장한 것. 필즈상은 관례에 따라 대회 개최국의 국가원수가 수여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제수학연맹의 첫 여성 회장인 잉그리드 도비시(Daubechies) 미 듀크대 석좌교수의 사회로 미르자카니 교수 등에게 시상했다. 박 대통령은 "여러 가지 힘든 상황을 극복한 여성 수학자의 도전과 열정에 큰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도비시 회장도 "여성 수학자로서 너무나 멋진 소식"이라며 "미르자카니 교수는 전 세계 여성 수학자들의 롤 모델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르자카니 교수는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다녔다. 이후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2004년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기하학과 동역학계 분야의 연구를 통해 수학의 여러 분야를 연결한 업적을 인정받았다.

미르자카니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나도 열두 살 무렵에 수학이 싫어진 적이 있었다"며 "수학을 잘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신감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르자카니 교수는 "대부분의 여학생이 스스로 수학을 잘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안타깝게도 자신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10대 때는 자신이 가진 기본적인 재능보다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신감이 더 중요해요. 천재는 분명히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감을 가지면 더 창조적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남미 출신 수학자 두각

이번 필즈상 시상식에서는 전통적인 수학 강국인 미국·유럽이 아니라 미르자카니 교수처럼 아시아나 남미 국가 출신들이 두각을 드러냈다. 아빌라 석좌연구원은 브라질에서 태어나 자국의 국립순수응용수학원(IMPA)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박사 학위를 따지 않은 첫 필즈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그는 시스템 내에서 벌어지는 무작위적인 현상을 수학 원리에 따라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만줄 바르가바 교수는 인도계다. 프린스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지 2년 만인 2003년 이 대학 역사상 둘째로 젊은 나이에 정교수가 됐다. 그는 '정수론'을 바탕으로 암호학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스트리아 출신인 마틴 헤어러 교수는 주가를 예측하거나 분석하는 데 쓰이는 편미분 방정식 분야의 업적을 인정받았다.

IMU가 필즈상과 더불어 시상한 네반리나(수리정보과학 분야)상은 수브하시 코트(Khot·36) 뉴욕대 쿠랑연구소 교수가 받았다. 응용수학 분야의 가우스상은 스탠리 오셔(Osher·48) 미국 UCLA 교수에게, 기하학 분야의 천(Chern)상은 필립 그리피스(Griffiths·52) 미국 프린스턴 고등연구원 명예교수에게 돌아갔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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