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고등과학연구소에서 삼단칠판을 펼치고 강의하는 수학자 막심 콘체비치. 그는 “계산 가능성 문제를 연구하는 것은 뭐든지 완전히 장악하고 싶은 욕구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독일 수학자 가우스(1777~1855)는 열 살 때 이 문제를 보자마자 규칙을 발견했다. 1부터 100까지 더하시오.일일이 더하느라 진땀 빼지 않았다. 1과 100, 2와 99, 3과 98…. 합해 101이 되는 쌍이 50개니까 101×50=5050. 수열의 대칭성을 간파한 것이다.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지금 우리가 쓰는 10진법 대신 60진법을 사용했다. 60은 약수가 많아 곡물이나 토지를 나눠줄 때 편리했다. 그들은 '360=6×60'이라는 산술적 관계에 끌려 1년을 360일로 나눴다. 60과 360을 중요하게 여기는 습관은 오늘날까지 살아남았다. 원은 360도, 1시간은 60분, 1분은 60초다.
13일 수학자대회 앞두고 교양서 줄이어… 한옥 지붕 기와에 숨어 있는 수학 원리
따분하지 않을까하는 편견 깨는 에세이, 1700쪽짜리 안내서도 눈길 사로잡아
◇수학은 문명의 기둥
먼 옛날 사람들은 돌멩이를 헤아리며 양떼를 관리했다. 라틴어 '칼쿨루스(Calculus·계산)'는 '돌멩이'를 뜻하는 칼쿨리(Calculi)에서 뻗어 나왔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개수를 세고 양(量)을 가늠하며 높이나 넓이를 궁금해한다.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가 쓴 '수학, 인문으로 수를 읽다'는 수학과 음악·경제·영화·건축·동양고전과의 관계를 해부한 책이다. 2500년 전 수학자 피타고라스는 "음악은 수학처럼 자연의 구조를 볼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대장간을 지나다 평소와 달리 듣기 좋은 소리를 들은 그는 비밀이 불의 온도, 쇠의 재질이 아니라 길이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3분의 2 비율은 어떤 것이든 화음을 이룬다.
한옥 지붕에 얹힌 기와는 우묵하게 생겼다. '사이클로이드(cycloid)'라 불리는 이 곡선에도 수학이 있다. 빗물은 직선 경사면보다 사이클로이드 곡선 위에서 가장 빨리 흘러내린다. 수분에 취약한 목조건물의 문제를 이렇게 해결한 것이다. 석굴암에 우리 전통건축의 비율인 1:√2가 적용됐다는 대목도 흥미롭다.
◇수학자에게 '침대'란?
'수학자들'은 프랑스 고등과학연구소에 머무른 수학자 54명이 쓴 수학 에세이다. 얼마나 따분할까 하는 선입견은 금방 깨진다.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상(Fields Medal)을 받은 마이클 아티야 영국 에든버러 대학 교수는 "대낮에는 개울가의 돌을 하나씩 뒤집어 보듯 정확하게 수식과 증명을 확인하지만 밤에는 수학자도 꿈을 꾼다"면서 "우리는 꿈에서 영감을 얻고, 꿈이 없다면 수학도 없다"고 썼다. 역시 필즈상 수상자인 알랭 콘은 '침대'와 '용기'를 각각 이렇게 풀었다.
- ."침대: 수학자들은 어둠 속에서 침대에 누워 있을 때 가장 열심히 일한다는 것을 이해시키기 어려워한다. 용기: 수학적 발견은 용기를 내야 할 단계와 벽을 타고 올라가며 절대 밑을 보면 안 되는 단계로 나뉜다. 밑을 내려다보기 시작하면 '그럼 그렇지, 누군가 벌써 이 문제를 살펴봤군. 그 사람이 풀지 못했는데 나라고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일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십 가지 이유를 들어 벽을 타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기념비적 저작도 나와
규칙을 아는 사람에게 수학은 친절하고 예측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수학은 천덕꾸러기다. 2010년 필즈상을 받은 세드릭 빌라니가 쓴 에세이 '살아 있는 정리'는 수학을 업으로 삼은 사람의 고백이다.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때의 흥분과 희열, 안갯속을 헤맬 때의 절망과 불안, 퍼즐 조각을 찾았을 때의 기쁨과 안도감…. 어떤 정리(定理)가 완성될 때까지 수학자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
세계적인 수학자 135명이 저술에 참여하고 금종해 고등과학원 원장 등 29명이 번역한 '프린스턴 수학 안내서'는 기념비적 저작이다. 현대 수학의 큰 물줄기를 담은 이 '벽돌책'(1700쪽)은 200여 항목을 통해 기본적인 수학적 도구와 언어를 소개하고, 수학의 역사적 맥락을 더듬고, 수학이 다른 분야에 미친 영향을 설명한다.
수학은 보이는 부분보다 보이지 않는 부분이 훨씬 더 크다. 증명된 진리만 받아들여진다. 세계수학자대회는 수학자들을 강의실로 불러모은 것과 같다. 누군가 방금 짠 '양탄자'를 펼쳐 보이면 어떤 사람은 감탄사를 연발하고 어떤 사람은 흠을 잡아낼 것이다. 그 혼돈을 견디며 수학은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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