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25일 월요일

쉽지 않은 수학, 굳이 쉽게 배워야 하나


  • “수학 단원 줄이는 것 보다는 어려워도 공부하게 만드는 게 바람직”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 나오는 악당 데이비 존스의 실감나는 문어 얼굴을 만든 것은 바로 수학입니다”

  2014 세계수학자대회가 한창인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는 보다 나은 수학교육의 방안을 찾는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의 좌장은 박영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이 맡았고, 김명환 대한수학회 회장(서울대 수학과 교수), 잉그리드 도브시 국제수학연맹(IMU) 회장, 장 피에르 부르귀뇽 유럽연구위원회(ERC) 총재가 패널로 참가했다. 이 자리에서 박 원장은 수학의 중요성을 영화 속에 쓰인 컴퓨터그래픽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세계수학자대회 2014' 중 'Why STEM'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장 피에르 부르귀뇽 ERC 총재, 잉그리드 도브시 IMU 회장, 박영아 KISTEP 원장, 김명환 대한수학회 회장(왼쪽 부터)이 참가했다. - 신선미 기자 vamie@donga.com
  하지만 수학은 결코 영화처럼 재미있는 학문은 아니다. 부르귀뇽 총재는 “프랑스 학생도 수학을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그는 15년 전 프랑스에서 시행했던 수학교육의 예를 들었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뽑아 수학동아리를 만들어 수학심화반을 운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동아리에서 수학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이곳 출신 학생 대부분은 예상과 달리 ‘나는 수학적인 재능이 없다’ ‘수학에 자신감이 없다’는 소감을 남겼다. 

  도브시 회장도 “독일을 비롯해 유럽 대부분의 학생도 수학을 어려워하기는 마찬가지”라며 “그렇다고 해서 수학 과목의 내용을 쉽게 만드는 것은 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학은 원래 어려운 학문이기 때문에 쉽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도브시 회장은 이를 “마치 운동이 힘들다고 해서 운동을 적게 하고 살을 빼려는 시도와 같다”는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도브시 회장의 주장에 김 회장도 동의했다. “수학을 보다 쉽게 만들겠다는 2015년 개정 교과과정은 이런 의미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5년에 개정되는 교과 과정은 고등학교의 문과와 이과를 통합하고 미분과 적분 같은 수학의 일부 단원은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올해 8월 통합개정안이 발표될 예정이고, 이르면 2017년 시행된다. 김 회장은 “학생들이 배우는 수학 단원을 줄이는 것은 옳은 방안이 아니다”라며 “이보다는 수학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쓰이고, 왜 필요한지 등 응용분야를 알려주면 어려워도 공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논의를 통해 이번 토론회에서는 수학교육의 방안으로 ‘스템(STEM)’을 제안했다. STEM은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을 융합해 가르치는 교수법이다. 미국은 2009년 이를 추진하기 시작했고, 국내에서는 여기에 예술(Arts)를 더 넣어 ‘스팀(STEAM)’으로 소개됐다.

  박 원장은 “STEM에서도 수학교육이 가장 강조돼야 한다”며 “STEM에서 수학의 ‘M’이 가장 뒤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수학이 다른 학문을 받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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