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4일 목요일

시간 걸려도 어려운 문제 안 뛰어 넘어요, 수학에서 가장 필요한 능력은 '끈기'

머리 좋아도 어려우면 포기 쉬워
문제 풀이에만 급급하지 말고 일상에서 수학적인 부분 찾아야
 수학과 친해져 시간 충분히 주고 스스로 해결
나만의 방식 만들어 문제 풀어
중앙일보
지난 7월 수학 영재들의 세계적인 축제 ‘WMO 싱가포르 대회’서 금상을 수상한 이채운(왼쪽) 군과 정성현 군. 두 학생은 수학의 의미에 대해 단순히 배우는 과목이 아니라 ‘삶의 원리’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한국 학생들의 수학 성취도는 높은 편이다. 2011년 국제수학·과학성취도평가(TIMSS)의 자료를 살펴보면 조사에 참여한 세계 42개국 중 초등 4학년은 2위, 중2는 1위였다. 그러나 수학 흥미도는 41위, 자신감은 38위에 머물렀다. 수학 성적은 높지만 ‘왠지 불편한 과목’으로 어려워하거나 멀리 하다가 결국 단념하게 된다는 의미를 읽을 수 있다. 입시 위주의 정형화 된 수학 교육 방식이 학생들의 흥미를 반감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우리나라 수학교육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2012년 1월 교육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이 같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수학 교육의 선진화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기존의 문제 풀이와 공식 암기에서 벗어나 수학적 의미와 역사적 맥락, 실생활 사례를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엮는 등의 융합교육 방식을 추진했다. 수학은 무조건 공식 암기라는 현 수학 교육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이를 반영하듯 각종 경시대회에서 출제되는 문제 또한 수학적 사고력을 알아보기 위한 창의적인 질문들로 바뀌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WMO(World Mathe matical Olympiad Competition) 대회’는 단연 돋보인다. WMO는 창의적 사고력과 수학적 표현력을 중시하는 대회로, 개인별 시험(지필고사 형태)와 단체전 모두 단순 암기식 문제는 찾아볼 수 없다. 실생활 수학과 참가 학생들의 팀워크를 중시한다.

올 7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WMO 대회’에서 금상을 획득한 천재 소년 이채운(중대부초4, 이하 이) 군과 정성현(불암초6, 이하 정) 군을 지난 4일 만났다. 매일 같이 수학 원서에 푹 빠져 있는 아이들은 장차 세계적인 수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이군의 어머니 남가연(41·반포동) 씨는 “채운이는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주말마다 과학관을 찾아갔다. 개장할 때 들어가서 폐장할 때 나올 만큼 호기심도 많고 열정이 강했다. 갈 때마다 도시락을 싸서 들고 다닐 정도”였다고 말했다. 정군의 어머니 윤일선(47·중계동) 씨는 “수학에 흥미를 붙이기 시작하면서 말그대로 폭풍성장했다. 성균관대 경시대회 장려상을 받은 뒤 9개월 만에 같은 경시대회서 은상을 수상했다. 수학적으로 큰 성장을 이룬 것을 몸소 체험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아이큐 테스트에서 늘 만점(백분위 99.9%)을 놓치지 않았다는 이군, 서울 북부교육청 수학 영재로 꼽힌 정군. 불가능에 가까운 이 능력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바로 ‘생각하는 방식’을 바꾼 것에서 출발했다고 답했다.

-WMO 대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게 있다면.

이 "대회 전 다른 나라 아이들과 같이 겨뤄야 한다는 점에서 긴장했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서 문제를 풀 때는 모든 상황을 즐겼다. 특히 단체전이 기억에 남았다. 단체전의 첫번째 주제는 꽃등을 만드는 것이었다. 내가 큐브를 재료로 써서 만들자는 것에 동의했고 여기에 친구들이 내 의견을 모두 수용해줘서 고마웠다.”

정 “달리는 애벌레가 가장 재미있었다. 송충이 모양의 큰 튜브를 만들어 뛰어 노는 것인데 친구들과 협동심이 중요했던 게임이었다. 한 팀이 여러 문제를 해결하면서 이를 다각적으로 평가하는 게 좋았다. 다분히 일반 경시와는 차이점이 있었던 것 같다.”

-수학 문제를 풀 때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나.

이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푼다. A라는 쉬운 방법이 있더라도 내가 생각할 때 B 방식이 더 편하다고 느끼면 B를 택한다. 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간다.”

정 “수학문제를 풀 때 여러 문제를 다루기보다 한 문제를 놓고 오랜 시간 고민하며 나만의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문제 풀이 방식을 어떻게 터득하나.

정 “항상 주변 환경에 관심을 갖고 수학이 실생활에 쓰이고 있다는 것을 알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을 나만의 방법으로 재현한다. 그러한 면에서 CMS 교육 프로그램은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 CMS의 교육 프로그램은 학생이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스스로 답을 찾게끔 많이 도와줬던 것 같다.”

-수학 문제를 풀 때 가장 필요한 능력은.

정 “끈기라고 생각한다. 좋은 머리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려운 문제에 부닥치면 포기할 수 있다. 그러다 자신의 수준보다 쉬운 문제만 찾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멀리 보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려운 문제를 풀 때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끝까지 붙들고 있어야 한다. 한 문제를 풀더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고민해봐야 한다. 그리고 문제를 풀었을 때 그 쾌감은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짜릿하다.”

-수학과 친해지려면.

정 “문제풀이에만 급급하지 말고 주변에 수학적인 부분에 대한 사례를 찾아보면 수학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수학적인 요소를 한번 찾아보고 실생활이나 주변환경에 관심을 갖고 사물을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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