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1일 월요일

수학연구에 성공하는 것은 멋진 그림을 그려내는 것

세계수학자대회 첫 한국인 강연자 황준묵 교수 "수학은 대화와 협력연구의 결과물"
"수학 연구에 성공하는 것은 마치 멋진 그림 한 폭을 그리는 것과 같습니다."

13일 개막하는 세계수학자대회(ICM)에서 한국인으로서는 처음 기조강연을 맡은 황준묵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는 10일 수학의 아름다움을 이같이 묘사했다.

황준묵 교수는 1999년 기하학계 난제로 꼽혀온 '라자스펠트 예상'을 세계 최초로 증명한, 국제 수학계에서 인정받는 석학이다.

그는 라자스펠트 예상 외에도 40여년 간 세계 어느 수학자도 풀지 못했던 변형불변성의 증명을 완성함으로써 2006년에는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ICM에 분과 강연자로 초청받고, 올해는 기조강연까지 맡게 됐다.

황 교수는 "ICM 기조강연을 맡은 것은 수학자로서 대단한 영광이고 개인적으로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에게 내 연구 분야를 소개할 좋은 기회이고, 참가자들은 손님인 만큼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의식으로 기조강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했으나 이후 수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그 이유에 대해 "아인슈타인처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서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가는 일을 꿈꿨는데 물리학보다는 고급 수학에서 그런 욕구를 충족할 길이 보였다"면서 "수학은 엄격한 논리를 바탕으로 얼마든지 자신만의 자유로운 상상의 나래를 펴볼 수 있다는 점이 다른 과학 분야보다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황 교수는 예술가 부부로 유명한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 이화여대 명예교수와 소설가 한말숙씨의 아들이기도 하다.

이런 집안 분위기에서 자란 성장배경을 반영하듯 "수학은 과학과 예술 두 가지의 면을 다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전공하는 기하학이 미술과 상통한다"면서 "순수 수학자들은 상당수가 아름다움을 찾고자 연구하고, 기하학 문제에 도전할 때 내 마음속에는 수학적으로 어떤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욕구가 작용한다"고 얘기했다.

황 교수는 자신의 연구 대부분이 많은 다른 수학자들의 협력과 도움 덕분에 가능했다면서 수학이 '혼자 하는 학문'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고개를 저었다.

그는 군론(group theory) 전문가인 리처드 바이스와의 협력 연구를 예로 들었다.

몇 해 전 한 기하학 문제와 씨름하던 황 교수는 연구를 진척시키기 위해 군론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군론과 거리가 있는 연구를 하는 자신에겐 너무 어렵다는 생각에 수년 전 어느 학회에서 잠시 만났던 바이스에게 연락했다.

이름조차 잊을 정도로 서로 교류가 없던 사이지만, 바이스는 몇 달 후에 그 문제의 해답을 보내왔고 두 사람은 군론과 기하학을 결합해 멋진 연구를 완성할 수 있었다.

황 교수는 "대부분의 훌륭한 수학자는 끊임없이 다른 수학자와 의견을 나누고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연구한다"며 "아이디어를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수학자들과 대화하고 세미나 및 학회에 참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ICM이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황 교수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황 교수는 "ICM 개최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 수학은 많이 발전했다"며 "다음 단계는 진정한 수학 선진국으로의 도약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 젊은 수학자들이 좀 더 넓은 안목을 갖고 중요한 연구 주제에 오래 매진할 기회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려면 적어도 상위권 대학·연구소에서는 채용·승진·연구비 등의 심사에서 논문 수·저널 순위·인용도 등에만 의존하는 구시대적 평가제도에서 벗어나 전문가가 정성적 평가를 하는 선진평가제도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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