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합격률 분석
아파트값·학원수 등과 정비례
“공정경쟁 역행 현상 갈수록 심각
인적자원 배분 안돼 성장 악영향”
학생의 진학에 부모의 경제력이 끼치는 영향이 갈수록 심각해져 형평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경제학자의 주장이 나왔다.
14일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서울대 경제연구소의 <경제논집>에 지난 7월 발표한 ‘경제성장과 교육의 공정경쟁’ 논문을 보면, 김 교수는 서울지역 고교 유형(특목고·일반고)과 서울대 입학률, 서울 자치구별 아파트 매매가 및 사설학원 수와 서울대 합격률 등을 비교분석해 이런 결론을 내놨다.
김 교수가 올해 서울대에 합격한 서울지역 학생의 출신 자치구를 따져보니, 최고 21배에 이르는 차이가 났다. 학생 100명당 서울대 합격자가 강남구에서는 2.1명인데, 강북구는 0.1명이다. 강남구와 함께 이른바 ‘강남 3구’로 불리는 서초구가 1.5명, 송파구가 0.8명으로 상위 1~3위를 휩쓸었다. 한편 구로구와 금천구는 각각 0.2명으로 강북구와 함께 하위 1~3위를 차지했다. 이는 자치구별 아파트 매매가와 거의 정확하게 일치한다. 강남·서초·송파구가 차례대로 매매가 1~3위를 차지했고, 강북·구로·금천구는 도봉·중랑구와 함께 아파트 매매가가 낮은 5개 구에 속한다. 자치구별 사설학원 수와 서울대 합격률의 관계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김 교수는 강남권 학생들의 높은 합격률과 관련해 “타고난 잠재력이 이 정도로 막대하고 월등히 앞선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김 교수가 올해 서울대에 합격한 서울지역 학생들의 출신 학교 분포를 분석해보니 학생 100명당 서울대 합격자가 과학고 41명, 외고 10명인데 일반고는 0.6명이다. 과학고·외고 등 특목고 출신 학생의 합격률이 일반고보다 15~65배나 높다. 특목고는 수업료가 일반고의 3배 남짓한 연 800만원 이상이다.
김 교수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에 빗대 “확률적으로 ‘용’의 씨는 각 계층에 골고루 뿌려지나 지금 ‘용’이라고 뽑히는 학생들은 지역적·계층적으로 일부에 극심하게 몰려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진짜 인적자본’이 충분하지 않은 학생도 돈을 많이 투입하여 사교육 같은 치장법으로 ‘겉보기 인적자본’을 크게 향상시켜 자신보다 ‘진짜 인적자본’이 높은 학생보다 좋은 대학과 직장에 갈 확률이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진짜 인적 자본’과 ‘겉보기 인적 자본’을 구분한다. ‘진짜 인적 자본’은 개인이 가진 노동자로서의 잠재력과 이를 개발하는 노력을, ‘겉보기 인적 자본’은 수능 성적이나 스펙같이 사교육이나 비싼 등록금을 내는 특목고와 자사고를 다니며 높일 수 있는 요소를 뜻한다.
김 교수는 “1960년대 이래 고속성장을 이룬 원인의 하나는 지역·계층에 관계없이 우수한 잠재력을 가지고 더 많은 노력으로 인적 자본을 축적해온 인재한테 더 많은 자원을 배분한 덕분”이라며 “지난 십여년간 부모의 영향력이 확대돼 교육의 공정한 경쟁이 점점 더 저해되는 방향으로 역행하여 왔다. 그 결과 인적 자원 배분을 왜곡해 경제성장 잠재력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위험을 증대시키는 한국의 교육 현실을 매우 우려한다”고 짚었다.
한겨레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