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25일 월요일

명문대생이 말하는 '나는 이렇게까지 공부해봤다'

졸리면 눈 밑에 약 바르고, 수학여행 가서도 공부… 하루도 빠짐없이 책 펼쳐
"교과서를 한 번 읽으면 주요 내용을 대부분 기억할 수 있나요?"

"어릴 때부터 이해력이 특출했나요?"

명문대생들은 흔히 이런 질문을 받는다. 대답은 대부분 '아니오'다. 머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남들보다 열심히 공부해 성적을 올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학창 시절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을까?

조선일보
 
 

◇"12년간 공부 안 한 날 하루도 없었다"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에서 전 과목 만점을 받고 서울대 의예과 수시모집에 합격한 강도희(서울 광남고 3)양은 초등학교부터 12년간 공부를 손에서 놓은 날이 하루도 없다고 했다. 학교 수업을 중심으로 공부했기 때문에 주중에 가장 분주했고, 주말에도 아침부터 책을 폈다. 여행 가는 날도 예외가 아니었다. 가족 여행 시엔 자동차 트렁크에 책으로만 채운 캐리어를 따로 실었다. 수학여행 때는 친구들이 '오늘도 공부한다'고 놀리는 바람에 문제집 푸는 대신 소설을 읽었다. 고 2 여름·겨울방학 때 대학 체험 캠프에 참가하던 날도 가방에 EBS 교재를 챙겼다. 강양은 "매일 성실하게 학습한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했다.

2014학년도 수능 전 과목 만점을 받은 김나형(서울대 경영학과 2)씨는 재수할 때 '학원이 문을 닫는 주말에는 반드시 도서관에 간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해 여름 어느 날 이른 아침부터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그는 "한 치 앞을 분간 못 할 정도로 비가 오는데도 '오늘 분량의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만 머리에 가득했다"고 했다. 30분을 걸어 도착한 도서관엔 김씨 말고는 이용자가 없었다.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갔을 뿐"이라며 "텅 빈 도서관에서 혼자 공부하니 조금 무섭긴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졸리면 허벅지 꼬집어 피멍 달고 살아"

박유진(서울대 자유전공학부 1)양은 '아무리 졸려도 학교에서는 자지 않겠다'고 자신과 약속했다. 박양은 이 다짐을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지켰다.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잠을 깨려고 허벅지를 꼬집거나 펜으로 손등을 찍어 피멍을 달고 살았어요. 입 안쪽 살을 하도 깨물어서 피멍이 맺혀 구강(口腔)이 까맣게 변할 정도였죠." 그 정도로 잠이 깨지 않을 땐 약물(?)의 힘도 빌렸다. 근육통 완화용 아로마 오일을 눈 밑에 발랐다. 시원한 멘톨 성분에 눈이 아려 눈물이 찔끔 나면 정신을 차리고 다시 책에 집중했다. 나중엔 몸이 오일에 익숙해졌다. 박양은 더 강력한 수단을 동원했다. 아버지가 홍콩에서 사온 백화유를 발랐다. 백화유는 물파스처럼 매운 향이 나는 연고다. 그는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 뭐든 열심히 하려고 애썼다"며 "대학 강의 중에도 한 번도 졸지 않았다. 습관의 힘이 참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공부에 몰두하다 병원 신세 지기도"

한예린(미국 프린스턴대 1)씨에겐 집중하면 자기도 모르게 왼쪽 손등으로 턱을 괴는 습관이 있다. 필기할 때나 강의를 들을 때 등 무언가에 몰두하다 보면 어느새 손으로 턱을 받치고 있었다. 그는 "온종일 똑같은 자세로 있다가 일어나면 온몸이 아팠다"면서도 "내 자세가 어떤지 인식도 못 한 채 공부에만 집중했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나쁜 자세 탓에 결국 탈이 났다. 고교 2학년 때 몇 달째 턱이 너무 아파 음식을 씹기 어려울 지경이 됐다. 병원에 갔더니 턱 디스크 진단이 나왔다. 턱 괴는 버릇 때문에 턱관절에 무리가 온 것이다. 한씨는 "요즘도 날씨가 추우면 많이 아파서 밥을 먹기 불편하다"며 "항상 바른 자세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2주 동안 잠 줄여 영단어 1만개 암기"

신하일(서울대 자유전공학부 1)씨는 고 2 겨울방학 때 새로 옮긴 학원에서 '2주 후 영단어 암기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회는 1만개가 넘는 영어단어를 예문과 함께 익힌 뒤 관련 문제를 푸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했다. 영어 내신 성적이 3~4등급으로 다른 과목에 비해 유독 낮았던 신씨에겐 간단치 않은 일이었다. 그는 2주 내내 하루 세 시간씩 자면서 단어를 외웠다.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는 단어는 수시로 보려고 손등에 적어뒀다. 하나 둘 쓰다 보니 나중에는 손이 온통 검게 물들었다고 한다. 마지막 날은 기세를 올려 밤을 새웠다. 노력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40문제를 모두 맞혀 대회에서 우승했다. 신씨는 "3학년 1학기부터는 영어 성적이 1등급으로 올랐고 수능 영어에서 만점도 받았다"며 "그때 암기한 어휘 덕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