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 안되려면 단계적으로 수와 연산 능력 쌓아야
많은 교육 전문가들이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가 나오는 이유로 ‘수학 과목의 계통성’를 꼽는다. 계통성은 하나의 개념을 숙지해야 다음 단계의 학습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덧셈과 뺄셈은 곱셈과 나눗셈과 같은 초등 수학이 중·고등 수학의 기본이라는 얘기다. 다시 말해 초등 수학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연산력이 부족하면 학년이 오를수록 복잡해지는 문제에 대응할 수 없고 튼튼한 기본기로 수학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얻은 아이들은 중·고등학교에 올라가서도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새 학년이 되기까지 한 달여의 기간이 남았다. 새롭게 배울 수학 내용을 미리 점검해 보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초등은 물론 중·고등 수학의 기본은 ‘연산력’
초등학교 수학 교과서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 있다. 바로 ‘수와 연산’이다.
해당 학년에 필요한 수학 실력을 기르지 못하면 격차가 점점 커지므로, 단계적으로 연산능력을 쌓아야 한다. 실제로 초등학교 5학년, 6학년이 되면 복잡한 사칙연산 문제가 등장하고 기초가 부족한 아이들은 문제를 풀지 못해 수학을 일찌감치 포기하게 된다. 더 나아가 중·고등 수학에서 ‘수와 연산’ 영역은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때 연산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쉬운 문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나머지 고득점 문제는 손을 대지도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초등학교 수학의 기본인 연산력을 제때 제대로 다져놓지 않으면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복잡해지는 문제에 전혀 손을 대지 못할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수학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도 잃을 수 있다.교원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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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문제부터 ‘스몰 스텝’으로
어른들의 시각에서 연산 문제는 쉽고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아이들이 연산문제를 푸는 것을 자세히 살펴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스스로 식을 세우고 계산의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수학의 개념과 원리를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되고 사고력과 논리력을 기를 수 있다.
문제는 아이들이 이러한 것들을 쉽게 지겨워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처음부터 아이의 능력보다 어려운 문제를 풀게 하기보다는 한 단계 쉬운 문제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또한 아이의 실력과는 상관없이 진도를 앞서 나거나 학습 분량을 무리하게 늘리는 것도 좋지 않다. 해야 할 범위와 분량을 조금씩 단계적으로(Small Step) 풀게 해야 조금씩 성취감을 느끼며 수학에 대한 흥미를 가질 수 있다.
그다음은 좀 더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틀리지 않을 때까지 여러 번 반복해서 풀어보게 한다. 정해진 시간 내에 문제를 푸는 연습은 효율성과 집중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또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곧바로 답을 보고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앞에 나온 문제와 비교하며 스스로 생각해 보는 연습을 통해 개념을 보다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 빠르고 정확한 연산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날마다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만은 꼭! 학년별 주요 수학 개념
초등 1학년은 1부터 100까지의 수를 익히게 된다. 1학기에는 1~9까지의 수, 50까지의 수는 물론 기본 덧셈·뺄셈을 배우므로 수에 대해 정확한 인지 학습이 필요하다. 이때, 10과 나머지 숫자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연습을 하면 좀 더 수월하다. 99는 100-1, 103은 100+3과 같은 방식이다.
2학년 1학기에는 세 자릿수와 함께 1000까지 수 학습이 이루어지므로 수의 확장에 대한 개념을 연습하는 것이 좋다. 또한 길이재기, 분류하기 등에 대한 개념이 나오므로 일상 생활 속에서 놀이하듯 연습하면 나중에 쉽게 이해할 수 있다.
3학년은 덧셈, 뺄셈과 함께 곱셈과 나눗셈까지 배우는 사칙연산 학습이 중요하다. 구구단을 본격적으로 적용하는 법과 분수와 소수에 대한 개념도 배우게 된다. 가장 어려워하는 단원은 길이와 시간의 단위다. 특히 시간은 60진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아이들이 생소하게 느낄 수 있다.
4학년은 혼합계산이 처음 등장한다. 곱셈과 나눗셈을 먼저 하고 덧셈과 뺄셈을 하는 등의 풀이 순서를 이해하고 복잡한 문제를 순서에 맞게 정확하게 풀이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확하게 계산하는 능력을 길러둬야 5, 6학년에 올라가서도 큰 문제가 없다.
5학년이 되면, 수학이 어렵다고 느낄 수 있다. 특히 대분수를 가분수로 고치는 것, 통분 등에 대한 이해를 어려워한다. 약분과 통분, 분수와 소수의 사칙연산 등을 꾸준히 연습해서 기초를 다져야 한다. 더불어 도형의 넓이에 대한 개념과 정확한 넓이를 구하는 연산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6학년은 분수와 소수의 나눗셈, 도형의 넓이를 구하는 과정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1학기 내용 중 비·비율·퍼센트(%) 등을 배우는 ‘비와 비율’ 단원을 가장 어려워한다. 이를 잘 익혀야 2학기에 나오는 ‘비례식과 비례배분’, ‘비율 그래프’, ‘정비례와 반비례’ 등을 무리 없이 배울 수 있다. 고학년은 연산 관련 단원이 많으므로 계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실수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연산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수학 문제에 적응
요즘 초등학생은 단순 연산을 넘어 스토리텔링형 수학, STEAM형 수학 등 다양한 형태의 문제를 접한다. 스토리텔링형 수학은 딱딱한 수학 개념을 이야기를 통해 재미있게 풀어가는 과정이다.
STEAM형 수학은 과학·기술·공학·미술·수학 등의 과목들을 하나로 통합해 문제를 풀도록 되어있다. 단순히 수학 문제를 푸는 과정을 넘어 사고의 힘을 기를 수 있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수학을 좀 더 친근하게 생각할 수 있다. 반면, 사전 배경지식이 없다면 수학 개념은 물론 문제 자체를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더욱 어렵게 느낄 수도 있다.
이러한 수학 문제 유형은 기존에 있던 내용을 아이들이 더욱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도입했을 뿐, 새롭게 나온 개념이 아니다. 많은 학부모들이 사고력, 창의력에 관심을 두고 스토리텔링형, STEAM형 문제 풀이에 집중한 나머지 연산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 문제 유형이 다양해질수록 쉬운 문제라도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기초 연습이 필요하다. 즉, 수학의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며 연산력을 키운 다음,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문제를 접하며 적응하는 것이 좋다.
고등부터 중등, 초등 순으로 수학 교과서를 살펴보면, 아이가 반드시 익혀야 할 수학 개념과 꼭 갖춰야 할 실력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교원그룹 장원봉 구몬교육연수팀 과장은 “빠르고 정확한 연산력은 단기간에 완성되거나 길러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며 “이 때문에 중·고등학교 수학을 대비해 초등 시기에 매일 일정 시간 동안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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