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2016학년도 정시모집 원서 접수가 마감됐다. 올해 정시는 ‘변별력 있는 수능’의 영향으로 소신·안정 지원 양상이 뚜렷했다.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에서 안정 지원 추세가 나타났고, 자연계열 최상위권의 소신 지원 현상도 두드러졌다. 자연계열 최상위권 수험생의 소신 지원 추세와 수시 이월 인원 감소로 인해 의대 경쟁률이 상승했으며, 특히 모집단위가 적은 다군 지원율이 높았다.
특별법에 의해 설립돼 모집군 제한을 받지 않는 이공계특성화대학들은 지난해보다 경쟁률이 급등했다. 이와 반대로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부실대학’으로 평가된 대학들은 수시에 이어 정시모집에서도 지원률이 떨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SKY 경쟁률 하락
올해 수능은 예년보다 변별력이 높아 최상위권 동점자 수가 줄었다. 이에 따라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를 포함한 상위권 대학에서는 안정 지원 성향이 두드러졌다. 일반전형을 기준으로, 서울대가 3.74:1로 전년도 3.93:1보다 다소 떨어졌으며, 고려대도 지난해 4.64:1에서 4:1로 하락했다. 연세대는 전년도5.62:1에서 올해 4.8:1로, 서울대·고려대보다 낙차가 컸다. 연세대의 경우, 수시 이월인원의 증가(전년도 155명→올해 275명)와 상위권의 안정 지원 추세가 맞물리면서 경쟁률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의대 지원율 상승전국 37개 의대의 올해 정시 일반전형 및 지역인재전형의 평균 경쟁률은 9.55:1로, 지난해 6.87:1보다 소폭 상승했다. 전반적으로 안정 지원 경향이 우세한 가운데, 자연계열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소신 지원하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수시 이월인원의 감소로 정시모집 인원이 줄어든 점도 의대 경쟁률 상승 이유로 꼽힌다. 37개 의대의 올해 총 모집인원은 1126명으로, 지난해 1360명에 비해 다소 줄었다. 경기 불황과 취업난 등이 가져온 전문직 선호 현상이 의대 지원율 상승에 한몫했다는 견해도 있다.
올해 의예과 정시모집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곳은 순천향대다. 다군 순천향대는 43명 모집에 984명이 몰리면서 경쟁률 22.88:1을 기록했다. 다군 아주대가 20명 모집에 432명이 지원(21.60:1)해 뒤를 이었고, 다군 대구가톨릭대 19.85:1, 다군 고신대 17.92:1 등도 지원율이 높았다. 높은 경쟁률을 보인 곳들이 모두 ‘다군’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당초 다군은 가‧나군에 비해 모집 대학 수와 선발 인원 수가 적어 나머지 모집군에 비해 경쟁률이 높고 자연스레 합격선이 올라갈 가능성이 큰 모집군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가‧나군에 합격한 복수 합격자들의 이탈이 많아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이공계특성화대 인기 급등
지난해 ‘울산과학기술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면서 9월부터 과학기술원으로 전환한 UNIST는 올해 첫 신입생 선발에서 30명 모집에 2626명 지원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냈다. 계열별로 따져도 경쟁률은 굉장하다. 15명을 모집한 자연계열에만 1668명이 지원해 111.20: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역시 15명을 모집한 경영계열에 958명이 몰리면서 경쟁률 63.87:1로 마감했다.
UNIST의 폭발적 지원 양상은 가·나·다군 지원 제한을 받지 않는 군외 모집 대학인데다 이중등록 금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점 등도 이유로 들 수 있다. 여기에 유·불리가 발생할 수 있는 수능 탐구 영역 조합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는 점도 상위권 수험생의 지원율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수능 성적 100%로 전형해 수능에서 변별력을 확보한 수험생들이 복수 지원의 기회로 삼았을 수도 있다.
DGIST와 GIST의 경쟁률도 주목할 만하다. DGIST의 경우 미래브레인 일반전형∥ 10명 내외 모집에 총 749명이 지원하면서 74.9:1을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해 같은 전형 경쟁률 7.02:1과 비교했을 때 10배가 넘는 수치다. 25명을 모집한 GIST 일반전형에는 550명이 지원해 22.00:1의 경쟁률로 마감을 했다. 지난해 14.71:1보다 다소 상승한 수준이며, 올해 수시모집 이월인원은 없었다.
KAIST의 경우 경쟁률이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낮지 않은 수치다. 정시 수능우수자전형 30명 내외 모집에 1218명이 지원해 40.6:1로 마감했다. 전년도 경쟁률 42.47:1과 미미한 차이다.
◇대학구조개혁평가 부실대학 지원자 수 감소지난해 교육부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하위등급인 D와 E등급을 받은 대학의 경쟁률은 하락했다. 수시에 이어 정시에서도 부실대학에 대한 수험생들의 비선호 양상이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하위등급(D+, D-, E)을 받은 32개 4년제 대학들 가운데 올해 대입 정시모집에서 경쟁률이 하락한 곳은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은 서울기독대를 제외한 24개교다.
지난해 정시모집보다 경쟁률이 오른 △서남대(+0.1) △강원대(+0.1) △청주대(+0.3) △평택대(+0.6) △한성대(+1.4) △을지대(+1.6) △고려대 세종(+2.6) △KC대(+3.6) 등 8개교의 경우에도 그 상승폭이 매우 작었다. 이들 대학은 청주대(D-)와 서남대(E)를 제외하고는 모두 하위등급 중 비교적 높은 등급인 ‘D+’를 받은 곳들이었다.
정원 미달인 곳도 3개교였다. E등급인 한중대의 경우 0.4(476명 모집에 185명 지원)로 모집정원을 못 채웠고, D+등급인 금강대는 99명 모집에 49명이 지원해 0.5:1의 경쟁률을 보였다. D-등급인 경주대도 453명 모집에 132명만이 몰려 0.3:1로 마감했다.
◇지방거점국립대 경쟁률 상승9개 지방거점국립대의 정원 내 일반전형 기준 평균 경쟁률도 4.39:1로, 지난해 3.95:1보다 다소 올랐다. 최근 정부가 지방대학 특성화사업(CK-1)을 시행 중인데다 지역 공기업 등이 해당지역 대학교 출신 채용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낮은 등록금, 풍부한 장학금 혜택 등도 경쟁률을 높인 요인으로 꼽힌다.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곳은 충북대다. 1378명 모집에 7780명이 지원하면서 5.65:1을 기록, 지난해(3.46:1)보다 경쟁률이 크게 높아졌다. 다음은 제주대로 1614명 모집에 8645명이 지원, 5.36:1의 경쟁률을 보였다.
◇수능 변별력 확보로 전체적 하향 지원 추세… 재수생 급감할까
한편 올해는 예년보다 재수 움직임이 적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수능 변별력이 높아지면서 수험생들이 대체로 정시에서 하향 지원을 했고, 추가합격까지 지켜보려는 추세가 늘면서 재수 움직임이 더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물수능’으로 수능이 끝나자마자 재수학원 문의가 들끓었던 지난해와 대조적이다.
인천의 한 대입종합학원 관계자는 “수능이 어려우면 ‘다시 준비해도 나아질 게 없다’는 생각에 재수를 포기하는 경향이 일시적으로 있을 수 있지만, 추가합격이 모두 끝난 2월에는 수강생이 어느 정도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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