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2016학년도 수능과 범위가 다르다. 2007년과 2009년 개정교육과정 간 차이 때문이다. 수능 전 ‘재수하면 위험’하다는 언론 보도가 많았다. 하지만 2016학년도 수능을 본 수험생 가운데 재수를 결정한 학생들이 큰 폭으로 줄지는 않을 전망이다. 대성·종로학원 등 주요 재수학원의 수강 관련 문의나 예약은 예년과 큰 차이가 없다. 지난해 고교 3학년을 담당한 교사들도 “재학생은 지난 수능이 ‘물수능’일 것이라 예상했었는데, 상대적으로 변별력이 있었던 터라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교육과정 변화에도 재수를 선택할 학생들이 생각보다 줄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에 재수를 할 경우, 재수생들의 가장 큰 심리적 부담 가운데 하나는 시험 범위나 유형의 변화다. 한국사가 필수과목으로 들어가고, 문·이과 모두 수학 범위나 반영 비율에 변화가 있다. 국어도 기존에는 계열별로 A, B형으로 나뉘었다가 하나로 통합되면서 문제 유형이 예전과 다소 달라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략만 꼼꼼히 잘 세운다면 오히려 재수생들에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잘한 변화들이 많지만 이전과 다른 문제 유형에 익숙해지도록 신경 쓰면 큰 걱정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뜻이다.
교육과정 바뀌며 시험범위 변화
‘올해 재수는 안된다’ 말도 많지만
큰 틀에서 보면 차이 없어
범위 많은 한국사 꾸준히 펼쳐보고
수학 양보다 질에 집중해야
꾸준한 페이스 조절이 관건
‘올해 재수는 안된다’ 말도 많지만
큰 틀에서 보면 차이 없어
범위 많은 한국사 꾸준히 펼쳐보고
수학 양보다 질에 집중해야
꾸준한 페이스 조절이 관건
교과서만 400쪽 한국사, 필수과목으로
2017학년도 수능부터는 문·이과를 막론하고 한국사가 필수과목이다. 기존 한국사를 선택했던 문과 학생의 경우 새로 공부할 사회탐구 과목을 찾아야 하고, 이과 학생의 경우 생각지도 않았던 한국사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사에 너무 많은 부담을 갖지 말라고 조언한다. 분량은 많지만 문제의 난이도가 그다지 높지 않을 것이라 예상되고, 실제 대학 입시에서의 반영비율도 낮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주요 대학들의 한국사 수시 최저기준은 문과 기준 3등급(30점), 이과 4등급(25점)이다. 이과의 경우 50점 만점에 반타작만 하면 된다.
하지만 반영비율이 낮다고 수험생들의 심적 부담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교육청 대학진학지도지원단 소속 서울 숭의여고 정제원 교사(한국사)는 “교과서 내용이 예전에 비해 방대해졌지만 수업 시수가 줄면서 현장에서 한국사 수업이 파행 운영되는 경우가 많았기에 수험생들의 체감 부담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반영비율이 낮다고 해도, 학생들이 중용을 지키기가 쉽겠느냐는 것이 중론입니다. 10문제 맞히는 것이야 별거 아니지 않겠냐고 미루다가 여름이 지나버리면 너무 늦죠. 문제가 쉽게 출제된다 해도 교과서만 400쪽인 한국사는 여전히 부담이에요. 특히 재수생들의 경우 한국사 필수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에 더 생소합니다. 이비에스(EBS)의 <필수 한국사> 등 좋은 기본서를 잘 활용해 감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1주일에 2회 정도, 혹은 주말을 이용해서라도 한국사 공부 시간을 꾸준히 확보해야 합니다.”
새 사회탐구 과목을 찾아야 하는 문과 학생은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할 필요 없다. 탐구영역은 재학생들도 지금쯤 수능 대비를 시작하는 경우가 80% 이상이기 때문에 시간을 효율적으로 안배하면 오히려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만 다수의 학생들이 많이 선택하는 한국지리나 생활과 윤리도 추가되거나 삭제된 내용이 있으니 올해 기준으로 맞추어 공부해야 한다.
문과 수학, 기존 출제 범위와 많이 달라
수학의 경우 문·이과 모두 예년과 다르다. 특히 문과의 경우 기존 기출문제 가운데 2017학년도 수능 범위에 해당하는 문제가 많지 않다. ‘문제집 박치기’보다 양질의 문제를 숙지하는 학습법이 필요하다.
이비에스 강사이자 서울 성덕고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정유빈 교사는 “이비에스에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이 부분이 시험 범위가 맞냐’는 것”이라며, “내용은 있는데 명칭이 빠진 것이 있다거나, 확률과 통계 부분의 중요도 상승 등 변수에 맞는 전략을 짜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기출문제 가운데 수능 대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문제가 줄어든 것도 사실이에요. 이번 수능에 맞춘 양질의 문제가 많지 않죠. 이럴수록 현역 고3들이 공부한 교재의 문제들을 철저히 봐야 합니다. 특히 올 6월, 9월 평가원 모의고사 문제는 아주 중요합니다. 꼭꼭 씹어 분석할 필요가 있어요.”
예전에는 이과 중·하위권 학생들이 수능 접수에 임박해 수학 응시 영역을 바꾸는 경우가 많았다. 수도권 중·상위권 대학들 가운데 문과형 수학을 반영하는 대학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어렵다. 문·이과 수학 범위의 차이가 예전보다 크다. 확률과 통계 부분을 빼고 보면 문과 수학 범위는 수학Ⅱ와 미적분Ⅰ, 이과는 미적분Ⅱ와 기하와 벡터다. 이과는 기하와 벡터 심화 학습이 필요하고, 문과는 이전에 포함되지 않았던 집합과 명제, 함수 부분을 추가로 짚어야 한다. 최상위권이 아닌 이과 수험생들은 어떤 영역에 응시할 것인지 빨리 선택하고 거기에 맞게 대비할 필요가 있다.
중·하위권의 경우 4점짜리 문제를 포기하는 과감함도 필요하다. 대찬입시연구소장 이정형 강사는 “심화 문제를 포기하고, 기본 이론을 다지는 것에 집중해 3점짜리만 모두 맞는다고 해도, 운이 좋은 경우 2~3등급도 노려볼 수 있다”며 “너무 큰 것을 좇다가 기본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어, 올 수능 변별과목 될 가능성 커
올해부터 한 과목으로 통합되는 국어의 경우 변화가 있다고 해도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문과에선 예전에 포함되지 않았던 기술지문이 비문학에 포함되며, 이과는 중세국어 분야도 따로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두 경우 모두 기본 교육과정에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범위가 달라져 수험생의 긴장이 아주 커지는 수준은 아니다.
문제는 난이도다. 2018학년도 수능부터 절대평가로 전환될 영어 과목, 올해 범위가 대폭 변한 수학 등은 난이도가 상승하리라 보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큰 변화가 있는 과목은 어렵게 출제될 확률이 낮다. 때문에 수능 전체의 변별력을 위해서는 국어 과목이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작다.
서울 광문고 남영우 교사(국어)는 “국어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은 비문학 독해를 특히 버거워하는 경우가 많다”며 “수능 국어의 핵심은 독해력이기 때문에, 기출문제를 분석하며 다양한 지문을 접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국어를 잘하는 학생들이라면 높은 표준점수를 기대할 수 있는 수능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정형 강사는 “국어를 잘하는 상위권 학생들과 이과 하위권 학생들이 같은 과목에 응시하기 때문에, 점수 분포 범위가 넓어 표준점수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재수생은 상대적으로 재학생보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 하지만 초반에 너무 욕심을 부리며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재수 성공의 열쇠는 ‘페이스 조절’에 있다. 급한 마음에 3~4월까지 무리를 하다가, 5월부터 긴장이 풀어져 재학생 때와 비슷한 수준의 결과를 받는 사례가 허다하다. 장기적으로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계획을 짜고, 초반부터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 우직함이 필요하다.
항간에는 ‘과학고 조기졸업생이 줄면서 과학탐구Ⅱ 과목의 응시자 수가 늘어나 등급 기준 점수가 높아질 것’이라는 등의 우려도 있다. 그러나 전국 과학고 재학생들 수는 많지 않고, 과학탐구Ⅱ 응시생 비율도 낮기 때문에 영향은 미미하다. 과도한 소문에 겁부터 먹지 않도록 대범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하지만 이번 재수에 실패할 경우 삼수는 어렵다. 마지막 기회라고 굳게 마음먹어야 한다. 2018학년도부터는 영어 과목 절대평가 등 제도도 바뀔뿐더러 정시 모집인원이 절반 이상 줄기 때문에, 수시에 강한 재학생들에게 유리한 입시가 될 확률이 높다.
한겨레신문사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