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25일 월요일

집에서 다시 풀어 맞힌 시험 문제, '아는 것' 착각 말아야

성적 향상 첫걸음은 정확한 자기진단
 
유독 시험에 약한 학생들이 있다. 이런 학생 중에는 '나는 본래 실력이 있는데 시험에서는 좋은 점수를 못 받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집에 와서 다시 풀어 보니 다 맞히더라'는 게 주된 이유다. 자신은 시험에만 약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벌어진 경우에는 '내 평소 실력이 아니니 한 번 더 도전하자'고 마음먹기도 한다.

물론 정말로 시험 공포증을 갖고 있어서 시험에서 제 실력을 발휘 못 하는 학생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이런 경우가 아니다. 집에 와서 다시 풀어봤다는 전제에 오류가 있다. 처음 본 문제인가, 두 번째 접한 문제인가에 따라 읽고 이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달라진다. '평가', 즉 시험은 단순히 '안다'와 '모른다'를 구분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다. '정해진 시간 내에 주어진 문제를 다 풀어내는가'도 평가기준의 하나다. 제시간에 못 푸는 문제는 '제대로 안다'고 정의할 수 없다. 누구는 며칠 동안 한 문제를 풀고, 누구는 한 시간에 여러 문제를 푼다면 공정한 평가방식이 아니다.

또 집에 와서 문제를 풀 때는 5개 선지 중 몇 가지를 '배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험을 볼 때 1~5번까지의 선지 중에 현장에서 하나를 선택했다고 하자. 아예 답을 몰라서 아무것이나 골랐을 수도 있지만, 대개는 정답처럼 보이는 두세 가지 중 고민 끝에 하나를 고르게 마련이다. 출제자들이 문제를 낼 때 매력적인 오답을 설계해 놓기 때문이다. 집에서 문제를 다시 풀 때는 이러한 선지를 배제할 수 있다. 잘못 골랐던 매력적인 오답을 제쳐놓고 남은 선지 사이에서 답을 찾는 것이다. 당연히 처음 풀 때보다 훨씬 수월하다. 그런데 이렇게 다시 풀고 정답률이 높아지면, 대부분 학생은 '아는 문제인데 시험장에서 못 풀었다'고 착각한다.

학생 중에 공부법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자기가 아는 것을 실천하는 게 쉽지 않을 뿐이다. 공부는 그냥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정확히 알고 나서' 제대로 된 방법으로 열심히 해야 한다. '시험 문제를 집에 와서 다시 풀어보니 잘 풀리더라'고 생각했다면, 그 문제를 모르는 것이다. '내 평소 실력은 훨씬 좋다'고 너그럽게 생각할 게 아니라 더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한 번에 못 맞힌 문제는 모른다고 생각하고 다시 개념부터 쌓기를 추천한다. 미련 없이 새롭게 공부를 시작하라. 지금 재수를 결정한 수험생이 있다면, '집에서 다시 풀어보니 잘 맞히더라'를 자기 실력의 기준으로 삼지 말길 바란다.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처음부터 다시 공부할 각오를 해야 한다. 필자도 재수하기로 마음먹을 당시 자신과 약속을 하나 했다. '처음부터 다시 하리라.' 그 약속이 그동안 잘못된 공부를 부수고 기초부터 단단하게 만들어줬다. 어려워도 이것이 성공의 왕도(王道)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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