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17일 화요일

차세대 비행기 설계도 5

Part1. 차세대 비행기 설계도 5

차세대 비행기는 창문을 없애 구조를 더 견고히 하는 대신 풀스크린에 실시간 바깥 풍경을 비춰 승객의 답답함을 해소할 예정이다.

창문 없애고 디스플레이로 하늘 본다기자 : 먼저, 구조입니다. 비행기를 설계하는 사람들은 창문을 ‘암세포 같은 존재’라고 표현합니다. 창문 뚫느라 비행기가 엄청 무거워지기 때문이지요. 아크릴 소재인 비행기 창문은 높은 고도에서 압력차를 견디기 어려워 세 겹인 데다, 창문과 동체를 연결하느라 수많은 부속물이 별도로 달립니다. 문제는 창문이 없으면 승객이 답답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이죠.

톰 테일러 영국 생산공정혁신센터(CPI) 연구원 : 저희는 무게를 줄이려는 목적으로 창문 없는 비행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비행기 무게를 1% 줄이면 연료 소비량을 0.75% 줄일 수 있거든요. 고객들의 심리적 문제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이용해 해결할 계획입니다. 영화나 인터넷을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행기 바깥에 설치된 카메라로 바깥 하늘도 볼 수 있습니다. 하늘에 둥둥 떠서 가는 듯한 색다른 느낌이 들겠지요. 창문이 없는 매끄러운 동체 표면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수도 있어요.

김승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기반기술실장 : 아직은 창문보다 디스플레이가 훨씬 무거워요. 이착륙시 극심한 진동에 견디기 어렵고 전력을 많이 먹는 것도 문제입니다. 최신 OLED TV의 에너지소비효율은 3~4등급에 불과해요.

톰 테일러 : 맞습니다. 극한 진동 환경에서 버틸 수 있으면서, 가볍고 전력을 덜 먹는 디스플레이가 개발돼야 창문 없는 비행기가 가능합니다. 약 5년 뒤에는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어요. 그 날이 오면, 승객들은 ‘멀티플렉스 객실’에서 색다른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효율 90%, 프로펠러 엔진의 화려한 귀환기자 : 가장 근본적인 고민은 항공기의 심장인 ‘엔진’이 아닐까요. 보잉787이 엔진 배기구를 톱니 모양으로 설계해 소음을 줄이고 효율을 높였다고 합니다만, 터보팬 형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이상 효율을 극대화하기는 어렵지요. 연료를 훨씬 덜 먹는 새로운 엔진이 없을까요?

린다 라르손 스웨덴 차머스기술대 박사 : ‘개방형 회전날개 엔진’은 대표적인 차세대 엔진입니다. 공기흡입구로 공기를 빨아들여 연료와 섞어 폭발시킨 뒤, 그 힘으로 서로 반대로 회전하는 두 벌의 프로펠러를 돌려 추력을 내지요. 크고 무거운 엔진실 없이도 큰 추력을 낼 수 있습니다. 제 연구에 따르면, 효율이 15% 더 높아져요.

최동환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 개방형 엔진은 이론 효율이 최대 90%에 달합니다. 프로펠러 길이를 늘이면 추력도 더 세져요. 하지만 날개가 길수록 부러질 위험이 크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프로펠러 비행기는 터보제트(시속 980km)의 절반 수준인 시속 500km 정도로 비행할 수밖에 없었죠. 개방형 엔진이 아직 실용화되지 못한 것도 이런 문제 때문입니다. 다행히 이제는 감속기어로 회전속도를 낮춰 프로펠러를 훨씬 길게 만들 수 있습니다.



날개 키우고 접어 양력은 UP, 항력은 DOWN!조일윤 국방기술품질원 기술기획본부 연구원 : 구조를 바꿔 연료를 아끼려는 시도는 그뿐만이 아닙니다. 신형 여객기 ‘보잉777X’를 볼까요. 2013년 12월 두바이 에어쇼에서 처음 공개됐는데요, 날개 폭이 71.1m에 이릅니다. 기존 날개보다 더 길어서 연료를 똑같이 써도 양력(뜨는 힘)을 많이 받을 수 있어요. 보잉에 따르면, 경쟁 기종보다 에너지를 12% 절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날개마다 끝부분 3m를 접을 수 있어
현재 공항 인프라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어요. 현재 국제공항 폭 규격은 65m고, 보잉777X의 날개는 활주로 폭보다 약 6m나 길거든요. 2020년 출시될 예정이라는데, 벌써 선주문이 폭주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기자 : 날개가 커지면 양력이 커지지만, 그만큼 항력(비행기를 뒤로 잡아 끄는 공기 마찰력)도 커지는 게 문제입니다. 비행기 날개의 변천사는 마치 양력과 항력의 싸움 같아요. 예를 들어, 날개폭 대비 날개길이(종횡비)가 클수록 항력이 더 작습니다. 항력을 줄이기 위해 날개 끝을 L자(윙렛)로 만들거나 작은 보조날개를 붙이는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대한항공이 개발해 에어버스 A320 시리즈에 공급 중인 ‘샤크렛’은 직각이 아닌 부드럽게 휘어지는 모양이 특징인데요, 일반적인 윙렛보다 효율이 3% 이상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철새처럼 V자로 날아 항력 줄인다유럽 항공사 ‘에어버스’ 기술 연구원 :
비행기가 나는 방법, 즉 항법도 다듬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직항 노선이라는 말은 다소 부적절한 용어입니다. 현재 하늘 길은 바둑판 모양이어서 여객기가 선을 따라 지그재그로 비행해야 하거든요. 만약 전체 공역을 하나로 묶으면, 최단거리로 갈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되면 몇 대의 여객기가 동시에 같은 항로를 비행할 확률이 높아지는데, 철새처럼 편대비행을 하면서 연료를 아낄 수 있습니다.

기자 : 실제로 최근 영국의 최대 방위산업체인 BAE시스템스가 비행기끼리 합체해 날아가는 ‘트랜스포머’ 시스템 개발 계획을 밝혔어요. 콘셉트 영상을 보면, 재난 현장으로 파견된 비행기 세 대가 장거리 비행을 할 때는 합체해서 효율적으로 비행하고 현장에 도착하면 분리해서 수색이나 구조를 더 빠르게 수행합니다.

김승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기반기술실장 : 트랜스포머 비행을 하면 연료 사용량을 10~12% 줄일 수 있을 겁니다. 비행기 양 날개 끝에는 공기 흐름이 불안정해지면서 마찰력이 증가하는 ‘유도항력’이 생기는데, 합체하면 안쪽에 있는 비행기 날개에서는 더이상 유도항력이 발생하지 않지요. 문제는 ‘합체’입니다. 공중에서 움직이는 핸드폰에 충전기 커넥터를 꽂는다고 상상해보세요. 대기 마찰이 없는 우주에서 우주선을 도킹시키는 게 더 수월할 겁니다.

방효충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 합체에는 무인기 공중급유 기술을 응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각자 카메라로 서로를 찍은 뒤 정확한 위치와 거리를 자동으로 계산해 접근하는 ‘영상인식’ 기술을 쓰고 있습니다. 이 기술로 2012년 10월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항공우주국(NASA), 노스롭 그루먼사가 2대의 개량형 글로벌호크를 13.7km 상공에서 9m까지 근접 비행시키는 데 성공한 바 있습니다.

 

전투기처럼 사출하는 여객기기자 : 사실 비행기는 이착륙 할 때 연료를 가장 많이 씁니다. 적당한 추력을 얻기까지 긴 활주로를 따라 달려야 하지요. 착륙시에도 동체 수평을 유지하려고 연료를 분사합니다.

유럽 항공사 ‘에어버스’ 기술 연구원 : 별도의 추진장치로 이륙할 때 추가 에너지를 주면, 연료 탑재량을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무게가 가벼워지니 비행 효율도 높아지겠죠. 2050년쯤이면 공항 활주로에 항공모함의 전투기 사출기(캐터펄트)와 유사한 이륙 보조시스템이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활주로 길이를 지금보다 최대 3분의 1까지 줄일 수 있을 거에요. 항공교통관리(ATM) 시스템만 최적화해도 비행시간과 연료소비를 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 비행기는 착륙 시점을 맞추기 위해 공항 근처에서 선회하는 경우가 많은데, 만약 활주로까지 점진적으로 하강할 수 있다면 비행시간이 평균 13분 단축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정도면 전 세계의 연료 소비를 연간 900만t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은 2800만t 줄일 수 있을 겁니다. 항공 여행객들이 아낄 시간도 계산해 봤답니다. 무려
5억 시간이에요.

에어버스는 항공모함의 전투기 사출기(캐터펄트)와 유사한 전자기 모터방식의 이륙 보조시스템을 설치하면 활주로 길이를 지금보다 최대 3분의 1까지 줄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

 
         과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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