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17일 화요일

일반상대성이론 뒤집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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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6. 일반상대성이론 뒤집히나

100년 동안 세상을 바꾸고 과학동아가 특집까지 다룬 이론이 혹시 틀렸다는 말인가. 물론 그렇지 않다. 일반상대론을 검증하려는 시도는 단추 크기(수mm)에서 태양계 크기(수십 억 km) 수준까지만 이뤄졌다. 이 정도 세계에서 아인슈타인이 틀렸다는 징후는 아직 없다. 그런데 태양계보다 훨씬 더 큰 우주에서는 상대론이 강한 도전을 받고 있다. 21세기로 넘어온 우주의 수수께끼,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우주에는 암흑물질(우주의 23%)과 암흑에너지(우주의 72%)가 다량 포함돼 있다. 암흑물질은 중력을 더 무겁게 보이게 하며, 암흑에너지는 반대로 중력을 더 가볍게 보이게 만든다.

과학자들은 우주에서 상대론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발견하자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를 도입했지만 혹시 우리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게 아닐까. 과거 수성의 공전궤도를 이해하기 어려워지자 그 안쪽에 보이지 않는 암흑행성을 가정했던 것처럼 말이다. 과학자들은 생각했다. 일반상대론의 오류를 수정해 보자. 그것이 수정중력이론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당구대 위의 당구공처럼 다차원 공간에 놓여있다. 드발리의 주장에 따르면.

중력이 어딘가로 새어나간다

2000년 물리학자 지아 드발리는 암흑물질이나 암흑에너지 가설 대신 다차원 공간을 이용해서 은하단 크기 이상의 먼거리에서 중력이 약화되는 현상을 설명했다. 필자는 2002년 미국 UC어바인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했다가 드발리 교수의 강연을 들었다. 드발리 교수는 마찰이 없는 당구대에 공이 굴러가는 상황을 우주에 빗댔다. 마찰이 없으면 당구대 위의 에너지가 보존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두 당구공이 충돌했을 때 ‘딱’ 하고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공간으로 전파되는 소리에너지 때문에 당구대 위의 운동에너지는 줄어든다. 당구대는 우리 인간이 살고 있는 4차원 시공간이다. ‘브레인’이라고 부른다. 당구대 위의 공간은 다차원 공간인 ‘벌크’다. 당구대에서 주위공간으로 소리가 새어나가는 것처럼, 브레인에 있던 중력에너지가 벌크로 전파된다면 브레인에서 중력현상을 관측하던 사람에겐 중력이 약해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가 제안한 이론에 따라 우리 우주인 4차원 시공간(브레인)을 무한한 5차원의 직선 공간(벌크) 한가운데에 놓아보자. 이럴 경우 은하단보다 작은 거리에서는 벌크가 없는 4차원 중력현상을 경험하는 반면, 은하단보다 더 먼 거리에서는 벌크를 포함한 4차원 중력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중력이 5차원처럼 느껴진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가까운 거리에서는 새어나가지 않던 중력이 먼 거리에서는 사라진다. 이로 인해 아주 먼 거리에 있는 관측자에게는 중력이 약해진 것처럼 보인다. 암흑에너지처럼 반중력 현상을 일으키는 정체불명의 에너지는 더 이상 필요 없게 된다.

2020년에는 답이 나온다

아직 우주에서 일반상대론을 수정해야 한다는 증거는 관측되지 않았다. 드발리의 다차원 모형 역시 필자를 포함한 후속 연구에서 관측된 자료와 맞지 않았다. 하지만 수정중력 모형은 점점 진화해나가고 있다. “상대론을 수정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현상은 점점 많이 보고되고 있다. 드발리가 다차원수정 중력이론 을 제안했던 것처럼, 숀 캐롤은 ‘f(R) 수정중력’으로 우주가속팽창을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이후에 가바다제, 코리 등 이론우주론자들도 다양한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이제 이런 이론들을 검증할 때가 됐다. 현재 필자는 새로운 이론들을 정밀검증하기 위한 광시야관측(은하 하나가 아닌 넓은 공간에 분포한 은하를 수천만 개 이상 관측하는 방법)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도 2013년부터 DESI(Dark Energy Spectroscopy Instrument) 프로젝트에 참여해 거시세계에서 상대론을 검증하기 시작했다.

광시야관측으로 은하 수천만 개의 분포를 알게 되면 우주거대구조가 진화한 역사를 알 수 있다. 아인슈타인이 가정한 중력상수가 우주 전 공간에 적용되는지도 알 수 있다. 이런 노력이 2020년경에는 결실을 맺는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론이 발표된 지 올해로 100년. 우리는 ‘아인슈타인을 넘어서(Beyond Einstein)’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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