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17일 화요일

미생물, 우주에선 더 강력해진다

항생제 내성 커지고 산성에도 안 죽어… 우주식민지 시대 새 건강기준 필요

 
국제우주정거장(ISS)의 모습. -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국제우주정거장(ISS)의 모습. -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이달 2일로 지구 상공 약 400km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인류가 거주한 지 15주년이 됐다.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미국은 2030년 유인 화성탐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화성까지 가는 데만 8개월이 걸리는 긴 여정이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우주 공간과 같은 무중력 상태에서 미생물의 변화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인간이 우주에 오랫동안 머물 경우 우주선이나 실험 장비 등에 딸려 올라간 지구 미생물이 우주 탐사의 복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생물은 식중독이나 각종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 우주에서 식중독균 더 강해져
 
여름철 단골 식중독 원인균으로 꼽히는 대장균 O157은 우주에서 독성이 더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석 고려대 식품공학과 교수팀은 무중력 상태로 만든 회전 체임버에 O157을 넣은 뒤 생리적 특성이 어떻게 바뀌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무중력 상태에서 O157은 암피실린과 같은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강해졌으며, 산성에서도 더 오래 살아남았다. 우리 몸에 유해균이 침입했을 때 1차 방어막 역할을 하는 위액이 산성인 만큼 우주에서 미생물이 생존할 확률이 더 높아진 셈이다. 또 무중력 상태에서는 대장균의 번식 속도가 1.5배가량 빨라졌고 크기는 1.8배 늘었다.
 
이민석 교수팀이 무중력 상태를 만들기 위해 사용한 장비. - 고려대 이민석 교수 제공
이민석 교수팀이 무중력 상태를 만들기 위해 사용한 장비. - 고려대 이민석 교수 제공
이 교수는 “열, 항생제 등 스트레스 상황에서 미생물의 생존 능력이 더 강해지는데, 무중력 상태도 미생물에게 일종의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해 스트레스 저항 기작이 발현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미생물 분야 국제학술지 ‘응용 및 환경미생물학’에 실렸다.
 
또 다른 식중독균인 살모넬라균의 경우 무중력에서 독성이 최대 5배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와 미 항공우주국(NASA)은 무중력 환경에서 키운 살모넬라균에 감염된 쥐의 치사율이 일반 살모넬라균에 감염됐을 때보다 더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무중력에서 자란 살모넬라균은 일반 살모넬라균의 5분의 1만으로도 쥐에게 치사량으로 작용했다.

● 지구 오면 미생물 번식력 달라져
 
지구와 우주에서 잘 번식하는 미생물의 종류가 다르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카스투리 벤카테스와란 NASA 제트추진연구소 박사팀은 ISS에서 채집한 시료를 분석한 결과 미생물의 번식 능력이 지구에 오면 달라진다고 미생물 분야 국제학술지 ‘마이크로비옴(microbiome)’ 10월 27일자에 발표했다.
 
ISS의 공기 필터와 청소기 먼지봉투에서 채취한 시료 속 미생물을 지구로 가져와 배양하자 미생물 조성이 우주에서와 다르게 나타났다. 일부 미생물의 비율이 지구에 있을 때보다 100~300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이 교수는 “미생물은 그람(Gram) 양성균과 음성균으로 나뉘는데, O157이나 살모넬라균 등 음성균의 경우 무중력 상태에서 더 강해지는 반면 황색포도상구균이나 리스테리아 같은 양성균은 별 차이가 없거나 약해지는 경향을 보인다”며 “우리가 알고 있는 미생물에 대한 상식이 우주에서는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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