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5일 목요일

과학적 사고에 재미를 더한 마틴 가드너 |

자신의 전공 분야 외에 다방면에 걸쳐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을 가리켜 우리는 ‘다재다능하다’라고 표현합니다. 이러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다방면의 재능들을 조합하여 더 뛰어난 결과물을 만들어내곤 하는데요. 오늘 소개할 마틴 가드너 역시 이러한 다재다능의 표본이라 할만하답니다. 그는 철학을 전공했음에도 수학자보다 수학을 더 사랑했는데요. 과학뿐 아니라 마술, 문학, 유사과학, 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관심으로 60권이 넘는 책을 저술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그의 관심사는 단연 수학과 문학이었는데요. 뛰어난 문장력과 수학에 대한 깊은 이해로 대중이 수학을 더욱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든 일등공신이기도 합니다. 또한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대한 최고의 전문가로도 꼽히는데요. 다방면에서 독보적인 능력을 보여주었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마틴 가드너. 과연 그는 어떠한 인물이었는지 함께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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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5월 22일 96세를 일기로 타계한 마틴 가드너의 부고 소식을 가장 처음 알린 매체는 철학 관련지도, 문학 관련지도 아닌 과학저널의 부고란이었습니다. 학력이라고는 시카고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것이 전부, 저명한 과학자도 수학자도 아니었던 그가 웬만한 과학자들도 이름을 올리기 어려운 일급 과학저널 부고란에 이름을 올렸다니, 상당히 의아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이 특별한 일에는 살아 생전 그의 독특한 이력들이 한몫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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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미국 시카고대 철학과를 졸업한 가드너는 공부를 계속해 학자가 되는 것보다는 글을 쓰는 것이 자신의 적성에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한 그는 점차 글의 스펙트럼을 넓혀 과학과 철학, 게임에 대한 기사를 써나갔는데요. 당시 그는 사람들을 현혹하던 사이비과학의 폐해를 파헤치고 고발하는 데 열심이었다고 하죠. 덕분에 1952년 발간한 그의 첫 저서 ‘과학의 이름으로(In the Name of Science)’는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며 새간의 관심을 집중시켰습니다.
 
또한, 그는 1950년대 ‘험프티 덤프티’라는 어린이 잡지의 편집자로 일하면서 수학 퍼즐을 자주 다뤘는데요. 그가 개발하고 정착시킨 ‘유희수학(Recreation Mathematics)’이라는 분야의 역사는 1956년 유명 월간 과학잡지인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지’에 ‘플렉사곤(Flexagon, 종이를 접어 만든 다면체)’을 다룬 기사를 기고하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 기사는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는데요. 잡지 측에서는 그의 글 쓰기 능력을 높이 사 매달 수학기사를 연재해줄 것을 제안하게 되죠. 1981년까지 25년을 이어온 ‘수학게임(Mathematical Games)’이라는 칼럼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이 칼럼은 제목처럼 수학에 관한 글이면서도 게임의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로 수학 퍼즐이 소재가 되었는데요. 이런 것들을 가리켜 ‘유희수학’이라고 표현합니다. 당시 잡지의 편집자는 어렵게만 느껴지는 수학을 일반 대중이 쉽게 이해하고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제시한 플렉사곤 기사의 매력과 잠재력을 간파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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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러한 그의 이력에는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숨어 있는데요. 수학 퍼즐에 관한 글을 아주 오랫동안 기고한 것을 보면 그가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수학자일 것이라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사실 그가 받은 정규 수학 교육은 고등학교 때까지가 전부라고 합니다. 물론 그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던 시절 그의 지도교수가 수학 및 논리학에 정통한 사람이었고 수학 및 논리학을 철학과 연결시키는 연구에 몰두해 있었기 때문에 마틴 가드너 또한 그 지도교수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는 있으나, 결론 적으로 그는 수학 전공자가 아니었죠. 심지어 그는 고등학교에서 미적분을 배울 때 상당한 어려움을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어려움이 그가 수학을 좀 더 쉽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는 데 일조했는데요. 펜로즈 타일링이나 프랙탈 같은 현대 수학도 이 코너를 통해 접한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때 수많은 가드너 팬들이 생겨났고 그들이 보낸 편지에서 가드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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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방면에 능했던 철학자이자 과학자 그리고 수학자였던 마틴 가드너
 
 
그가 이를 위해 주로 사용했던 수학 퍼즐이라는 소재는 사람들에게 도전 의식과 흥미를 불러일으키며, ‘히트’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한낱 심심풀이 땅콩으로 여겨지던 퍼즐에 치밀한 수학적 고찰을 더함으로써 퍼즐의 수준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킨 것이죠. 그의 칼럼은 단지 퍼즐문제를 내고 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닌, 관련된 수학 이론, 에피소드, 역사, 흥미 있는 이야기 등이 버무려져 있었는데요. 단순해 보이는 수학퍼즐 하나에는 아주 풍부한 참고문헌들이 동원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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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틴 가드너의 수학 게임
출처 : 보누스 출판사
 
 
마틴 가드너는 칼럼을 통해 논리, 수, 기하, 확률, 통계, 시간과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간단한 만화와 함께 설명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면 논리적 모순과 관련된 간단한 이야기들입니다. 다음 문제를 함께 보실까요?
 
 













 
Q. 여기에 3개의 잘못된 명제가 있다. 과연 어떤 것인가?
 



2 + 2 = 4
3 × 6 = 17
8/4 = 2
13 - 6 = 5
5 + 4 = 9
 


























 
여러분은 이 질문에 대해 어떠한 답을 내리셨나요? 확인되는 두 개의 오류 말고 놓친 하나가 무엇인지 찾고 있진 않았나요? 확인되는 두 개의 오류, 여기에 질문 자체도 오류이므로 총 세 개의 잘못된 명제가 있다는 사실! 마틴 가드너는 이처럼 간단한 문제들 속에서 무릎을 탁 치게 되는 논리를 발견하는 재미를 선사하며 수학에 실증을 느꼈던 사람들의 마음까지 돌려놓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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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그가 칼럼 연재를 그만두자, 물리학자 더글러스 호프스태터가 ‘Metamagical Themas(초 마법적 주제)’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칼럼을 시작하게 됩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더글러스의 Metamagical Themas와 가드너의 Mathematical Games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철자를 유심히 살펴보면 어떠한 연관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애너그램(Anagram)이라는 것으로서 한 단의 처자 순서를 바꾸어 새로운 단어를 만든 것입니다. 마틴 가느너가 연재했던 칼럼과의 연속성도 강조하고 가드너에 대한 경의도 표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분야를 강조한 이름이라 할 수 있죠. 여기서 Mathematical Games라는 제목 자체도 마친 가드너의 이니셜인 M.G.와 같도록 그가 의도한 것이리라는 추론도 가능합니다.
 
더글러스 호프스태터 이후에는 수학자 이언 스튜어트가 ‘수학적 유희(Metamagical Recreation)’라는 이름으로 칼럼을 연재했으며, 이후에는 컴퓨터 과학자인 데니스 샤샤가 ‘퍼즐 모험(Puzzling Adventure)’이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연재했습니다. 그러나 마틴 가드너만큼 오랫동안 연재를 한 사람은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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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틴 가드너의 <The Annotated Alice>

 
 
수학퍼즐 연재를 끝낸 뒤에도 가드너는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수학, 철학, 종교 등 다방면에서 글을 쓰며 활약했습니다. 특히, 그는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대한 최고의 전문가이기도 한데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그 속편인 <거울 나아의 앨리스>에 주석을 달아 <The Annotated Alice>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들어 있는 숨은 의미, 뜻을 알 수 없는 표현들의 의미, 각종 수학적 수수께끼, 말장난 등을 담고 있는데요. 그의 문장력은 이 책을 통해 또 한번 빛을 발하게 됩니다. 어찌 보면 자신의 글쓰기 능력을 수학에 대한 관심과 적절히 버무려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낸 것이 아닐까 하는데요. 그의 수학 및 다방면에 걸친 능력은 지금의 유희수학을 있게 한 원동력이었습니다.
 
 
 
 
 


























자신의 관심 및 능력을 한 곳에 국한시키지 않고 각 분야를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세상에 이로운 결과물을 탄생시킨 마틴 가드너의 이야기, 어떠셨나요? 우리는 종종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보다 스스로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곤 하죠. 하지만 그는 관심과 능력을 적절히 버무려 자신만의 전문 영역을 구축해냈습니다. 이러한 그의 활약을 통해 고정관념과 스스로 만든 틀을 깨고 나왔을 때, 비로소 새로운 길이 열리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볼 수 있는데요. 여러분도 마틴 가드너처럼 자신이 가진 능력들을 있는 힘껏 발휘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SK하이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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