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17일 화요일

이그노벨상

의심 가는 먹거리를 진행자가 직접 먹어보는 콘셉트의 TV 프로그램이 인기였던 시절이 있었다.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라는 진행자의 말을 과학자 버전으로 바꾸면 “제가 한번 실험체가 돼보겠습니다” 정도일까? 올해 이그노벨상 수상자 중에는 유난히 스스로 실험체가 된 사례가 많았다.

미국 코넬대 물리학과 박사과정 대학원생인 마이클 스미스는 벌에게 쏘였을 때의 아픔을 신체 부위 별로 수치화해 생물학•의학 학술지 ‘피어제이’에 발표했다. 그는 이 연구를 위해 38일 동안 하루에 5번씩, 총 200방 정도의 벌침을 자신의 몸 여기저기에 쏘았다. 그는 25군데의 신체 부위 중 가장 아픈 세 곳으로 콧구멍, 윗입술, 성기를 꼽았다. 그는 “우리 신체에서 얼굴 피부가 가장 얇고 그 다음으로 성기의 피부가 얇다”고 원인을 밝혔다. 이런 엄청난 아픔을 이겨낸 대가로 그는 2015년 심리학•곤충학상 분야 이그노벨상을 수상했다.

이그노벨상은 미국 하버드대에서 발간하는 과학유머잡지 ‘황당무계 연구 연보’에서 노벨상을 발표하기 한 달 전에 주는 괴짜상이다. ‘사람들을 웃게 하고 그 다음에는 생각하게 한다’는 잡지의 신조에 맞게 수상자들의 연구와 시상식은 일단 유쾌하다. 수상소감이 길어지면 꼬마가 나와 ‘그만해. 진짜 지겨워’라고 소리치는가 하면, 지난 수상자가 칼 삼키기 묘기를 보이기도 한다(사진➍).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기이한 시상식은 9월 17일 저녁 6시 하버드대 샌더스 극장에서 열렸다.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