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17일 화요일

독감은 ‘독한 감기’가 아니다?

매년 추운 겨울을 건강하게 나기 위해 본격적인 추위가 다가오기 전에 연례행사처럼 찾는 독감 예방주사. 하지만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방심했다간 감기에 걸리기 십상이다. 일반 감기와 독감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독감을 ‘독한 감기’ 쯤으로 여기는 사람이 꽤 있지만 감기와는 엄연히 다르다. 감기는 리노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콕사키바이러스 등이 코나 목의 상피세포에 침투해 일으키는 질병이다.

매년 어른은 2∼4번, 어린이는 6∼8번 감기를 앓는다. 감기에 걸리면 코가 막히거나 목이 아픈 증세가 오기 시작하고 1, 2일 뒤 증세가 최고조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4일~2주간 기침이나 콧물, 목의 통증, 발열, 두통, 전신권태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잘 먹고 잘 쉬면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 자연 치유된다.

이에 비해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폐에 침투해 일으키는 급성 호흡기 질환이다. 독감의 증상으로는 1∼3일의 잠복기를 거쳐 갑자기 섭씨 38도가 넘는 고열이 생기거나 온몸이 떨리고 힘이 빠지며 두통이나 근육통이 생긴다. 눈이 시리고 아프기도 한다. 일반 감기가 폐렴이나 천식 등의 합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지만 독감은 심할 경우 합병증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이렇듯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워낙 다양해 백신을 만들어봤자 별 실용성이 없지만, 독감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한 종류이기 때문에 백신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평생 한 번만 맞아도 되는 간염주사와 달리, 독감주사는 왜 매년 맞아야 하는 걸까? 그 이유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변이가 심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면역지속기간도 3~6개월에 불과하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직경 80~120nm 크기로, 당단백질로 구성된 지질 외피(겉껍질)와 RNA 핵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보통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인식하는 것은 ‘겉껍질’ 부분이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면 우리 몸속에 독감 백신이 생기는데, 이 백신은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병원균의 모양을 인식해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질병의 원인균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처리해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해준다.

매년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야 하는 이유도 이 겉껍질 부분이 변이되기 때문이다. 겉껍질이 변이되는 과정은 동물에게 감염됐다가 사람에게 전파되는 과정 등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일어난다. 이렇게 겉껍질이 변이된 경우, 변이된 바이러스에 대한 모양이 인식되지 않은 예방접종을 하면 면역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매년 새로운 예방접종이 필요한 이유다.

독감 예방주사는 기존의 독감 바이러스를 예방할 뿐만 아니라 그 해에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기능을 갖도록 처방한다. 단 백신으로 인체가 항체를 만들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므로 독감이 유행하기 2주 전까지 맞는 것이 효과적이다.

대개 지난해 인플루엔자 유행 시기의 마지막 유행했던 균주가 다음 해에 유행을 일으키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그 다음 해에 사용할 백신의 균주를 결정한다. 또 인플루엔자 A형의 화학적 예방조치로 항바이러스제인 아만타딘(amantadine)과 리만타딘(rimantadine)을 독감 유행기간 중 1일 2회, 100㎎ 내복하면 변종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의 약 50%는 예방할 수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정체가 밝혀진 것은 1918∼1919년 ‘스페인 인플루엔자’가 전 세계에 퍼져 2,500만~5,000만 명이 숨진 사건 이후다. 이때의 희생자 규모는 제1차 세계대전 희생자를 뛰어넘는 수치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희생은 이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1957∼1958년에 발생한 ‘아시안 인플루엔자’는 약 100만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키며 세계적인 피해를 낳았다. 가장 최근의 인플루엔자 대재앙은 1968∼1969년 발생한 ‘홍콩 인플루엔자’로, 약 6주 동안 전 세계를 휩쓸며 약 80만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미국 뉴욕과 워싱턴의 동시다발테러로 희생된 사람이 6,000여 명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독감 바이러스’에 의한 희생 규모는 실로 엄청난 수준이다.

물론 현재의 독감은 예방접종으로 70∼90%까지 예방할 수 있다. 반면 감기는 예방백신이 없기 때문에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감기는 대부분 바이러스가 원인이지만 바이러스의 침입을 받는다고 모두 감기에 걸리지는 않는다.

발병과정에는 바이러스의 감염뿐만 아니라 침범한 바이러스에 대한 개인별 방어력이나 급격한 체온 변동, 체력 소모 등도 주요 원인이 된다.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지는 겨울에는 영양가 있는 음식과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을 잘 챙겨먹고 적당한 운동을 통해 체력을 기르는 것이 좋다. 또한 바이러스의 감염을 피하기 위해 집에 돌아오자마자 손발을 씻고 양치를 하는 등 감기 예방을 위한 개인의 위생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
동아사이언스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