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1일 금요일

'돼지 게임' 전략 확률로 짠다

'피그'는 마치 한국의 윷놀이처럼 서양의 오래된 전통 주사위 놀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피그(돼지) 게임'은 한국의 윷놀이처럼 서양의 오래된 전통 주사위 놀이입니다. 언제,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알 수 없지만, 1945년 미국의 마술사이자 게임 발명가인 존 스칸이 쓴 대중서를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됩니다. 스칸이 ‘주사위 위에 스칸’이라는 책에서 피그를 소개한 뒤, 많은 사람이 피그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게임은 주사위를 던져서 규칙에 따라 점수를 내는 방식입니다. 주사위를 이용한다는 데서 눈치 챘겠지만, 확률 계산으로 전략을 짜면 승산이 높은 게임입니다. 규칙은 매우 간단합니다. 주사위 하나를 여러 번 굴려 나오는 눈의 수만큼 계속 더하면 됩니다. 그렇게 100을 먼저 넘기는 사람이 이깁니다.

순서가 돌아오면, 원하는 만큼 계속 주사위를 굴릴 수 있고, 또 언제든지 원할 때 상대방에게 순서를 넘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순서대로 3, 4, 6이 나온 뒤 순서를 넘기기로 결정했다면, 이전 순서까지 합산한 점수에 13을 더하고 상대에게 주사위를 넘겨주면 됩니다. 엄청 쉽고 간단합니다. 다만 1이 나오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주사위 눈이 1이 나오는 순간 여러분은 세상이 무너져버리는 기분이 들 겁니다. 순서가 바로 상대에게 넘어갈 뿐 아니라 본인이 이제껏 쌓아 놓았던 모든 점수가 사라져 버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너무하지만 그게 이 게임의 묘미입니다.

그러니 1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만 주사위를 굴리고 순서를 넘기는 전략을 짜야 합니다. 마침 본인 점수를 지켜내면서 상대방보다 먼저 100점을 얻는 최선의 수학적인 전략이 있습니다.

전략의 비밀은 기댓값

어떤 사람은 게임만 하지 않고 최선의 전략을 찾을 방법을 궁리했습니다. 하지만 간단한 게임 규칙과는 달리 전략을 찾는 방법은 매우 복잡해 답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고려해야 할 상황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언제 상대에게 순서를 넘겨야할지, 상대방과 본인이 가지고 있는 점수, 또는 지금 차례에 얻은 점수에 승패가 달려 있을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크니치아는 독일 울름대학교에서 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래서인지 그가 디자인한 600개가 넘는 게임 중 다수는 수학 원리에 따라 확률을 계산해 만들었다. AmandaDesignUK 유튜브 캡쳐
독일의 보드게임 디자이너 라이너 크니치아는 직관적이고도 수학적인 방법을 이용해 간단한 전략을 짰습니다. 확률과 기댓값만 알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정육면체 주사위를 던졌을 때 어떤 눈이 나올 확률은 모두 6분의 1로 같습니다. 주사위를 한 번 던질 때 기댓값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1~6을 모두 더한 뒤 6으로 나누기만 하면 됩니다. 따라서 주사위를 한 번 던질 때 기댓값은 3.5입니다. 기댓값이란 어떤 확률 과정을 무한히 반복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값의 평균값입니다. 주사위 눈의 기댓값이 3.5라는 것은 주사위 던지기를 무한히 반복하면 평균값이 3.5에 가까워진다는 뜻입니다. 

‘20에서 멈춰라!’ 전술

크니치아는 1이 나오지 않는 기댓값을 구해 한 순서에 몇 점 이상 나면 상대방에게 순서를 넘겨야 하는지 알아냈습니다. 본인 순서에서 1을 제외한 2~6의 수가 나와야 열심히 쌓아놓은 점수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1이 나오지 않는 기대값은 2부터 6까지의 기댓값을 구하면 됩니다. 2부터 6까지 더한 뒤, 5로 나누면 되니 기댓값은 4입니다. 주사위를 5번 던져 1을 제외한 다섯 개의 수에서 평균적으로 20을 얻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크니치아는 20점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만약 한 번의 순서에서 점수의 합이 20 미만이면 조금 더 던져도 되고, 20 이상이면 상대에게 순서를 넘기는 게 좋은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합니다. 늘 20점을 채운 뒤에 1이 나오는 건 아니니까요. 주사위를 던지자마자 1이 나와 상대한테 순서가 넘어가 버릴 수도 있고, 아무리 던져도 1이 나오지 않아 한 번에 100점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지난 2005년 컴퓨터 과학자인 토드 넬러와 클리프턴 프레서가 피그의 최적의 전략을 찾는 데 도전장을 냅니다. 크니치아의 전략은 직관적이고 단순하긴 하지만, 완벽한 답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크니치아의 방법은 이길 확률보다는 순서가 돌아왔을 때 얻을 수 있는 최대 예상 점수였습니다. 

두 컴퓨터 과학자는 가능한 모든 게임 상태에서 수학적으로 이길 확률을 계산한 뒤 상태에 따른 최선의 전략을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나타냈습니다. 

● "날아라 돼지 두 마리"

피그를 변형한 보드게임 '패스 더 피그'를 소개합니다. 마찬가지로 100점을 먼저 넘긴 사람이 이기는 게임입니다. 돼지 두 마리를 주사위처럼 하늘로 던진 뒤, 착지하는 자세에 따라 점수를 주는 겁니다. 
디자인 유승민
1997년 미국 레이크사이드 중학교 학생 52명이 3939번 돼지를 던진 결과로 각 모습이 나타날 확률을 계산해 공개했습니다. 2015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살고 있는 데이터과학자 데인 배튼은 이 결과를 이용해 최선의 전략을 찾는 데 도전했습니다. 돼지 2마리의 특정 조합이 나올 확률을 계산했고, 기댓값을 구했지요. 그 결과 패스 더 피그의 경우 한 순서 당 22.5점에서 멈추라고 밝혔습니다.
디자인 유승민
돼지들이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며 점수를 내려고 아등바등하는 모습 때문인지 사람들이 돼지를 던지는 게임을 더 좋아합니다.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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