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10일 일요일

지난해 영재학교 입시 ‘합격 취소’ 나와, 이유는?

 

《일반고 외에도 영재학교, 특목고, 자사고 등을 염두에 두는 학생과 학부모라면 고입 계획 수립에 여념이 없을 시기다. 문제는 올해 수시모집 확대 추세와 자사고 폐지 등 영향을 예측할 수 없는 이슈가 많아 고입을 계획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시름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 무엇보다 고교 유형에 따라 학교 특징과 전형 방법, 모집 시기 등이 제각각 다르기에 당장 고교유형 선택부터 난관을 겪는 학생과 학부모가 많다. 이에 <에듀동아>는 김진호 씨앤씨학원 특목입시전략연구소장과 함께 영재학교, 과학고, 외국어고, 국제고, 자사고 등의 고교 유형별 특징과 지난해 입시 분석, 대비법 등을 정리하는 ‘2020 고입 길라잡이’ 시리즈를 연재한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는 고입 최대 이슈는 특목고 및 자사고의 선발 시기 변화와 일반고와의 이중 지원 가능 여부다. 이는 간접적으로 지난해 영재학교 입시에도 영향을 미쳐 경기과학고, 광주과학고,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의 경쟁률이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자사고와 외국어고 등에 닥친 불안정한 위험 요소 때문에 전기에 모집하는 영재학교에 반사적 관심이 쏠린 것.  

반면 이 가운데서도 전년도와 거의 동일한 선발 전형을 유지해 지원자 폭을 넓히는 요인이 부족했던 대구과학고, 대전과학고, 서울과학고, 한국과학영재학교의 경쟁률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올해 전국 8개 영재학교의 입시 전망은 어떨까. 2020학년도 고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해 영재학교 입시 특징과 대비법을 정리했다. 


○ 전국 8개교… 4월 원서접수, 7월 전형 종료 
이공계 인재 육성을 위해 도입된 영재학교는 초중등교육법이 아닌 영재교육진흥법의 적용을 받는 학교 유형으로 특차 성격의 신입생 모집을 실시, 특목고 등의 전기 선발 고교보다도 이른 4월에 원서접수를 시작한다. 늦어도 7월이면 전형이 모두 마무리된다. 학년 구분 없이 중학생은 물론 고등학생도 지원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현재 전국에는 8개 영재학교가 있다. 2002년 부산과학고가 한국과학영재학교로 전환된 이후 △2008년 서울과학고 △2009년 경기과학고 △2010년 대구과학고 △2013년 광주과학고·대전과학고 등 5개 학교가 영재학교로 전환됐다. 여기에 2014년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2015년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가 신설되며 총 8개 영재학교가 자리하게 됐다. 

영재학교는 이공계 영재 육성을 위해 설립된 만큼 흔히 ‘의치한’으로 부르는 의대, 치대, 한의대 등의 의학계열 대학 진학 희망 학생들의 지원을 강하게 배제하는 특징을 지닌다. 의학계열 대학 지원만으로도 재학 중 받은 수여된 장학금 전액을 환수하고 추천서 작성도 거부하는 학교도 있다. 따라서 의학계열 대학 지학을 희망한다면 영재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 유형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술영재학교는 기존 과학영재학교와 같이 수학과 과학 역량을 기본으로 하나 인문예술 소양을 위해 예술 기반 교과와 창의융합 교과의 비중이 비교적 높다. 예를 들어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의 경우 기존 영재학교 교육과정의 수학, 과학 중심의 교과목 편제를 80% 정도로 압축해 운영하고 대신 미술, 음악 등의 교과를 창의융합 교과군에 묶어 융·복합 능력 강화를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 지난해 영재학교 입시 단계별·학교별 특징은? 
영재학교 입학 전형은 학교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1단계 서류평가 △2단계 영재성 검사 △3단계 캠프가 기본적인 틀이다. 경기과학고는 2019학년도까지 1단계에서 서류평가와 영재성 검사를 함께 실시해 총 2단계 전형으로 진행했으나 2020학년도부터는 서류평가와 영재성 검사를 분리해 총 3단계 전형으로 실시한다.

1단계는 대부분 ‘학생기록물 평가’로 지칭한다.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자소서), 교사추천서를 평가하는 전형이다. 수상실적 등 일부 제외항목이 있는 자사고, 특목고와 달리 영재학교 입시에서는 학생부 전체를 출력해 제출해야 한다. 자사고와 특목고는 교과 내신을 등급으로 평가하지만 영재학교는 원점수까지 다 받아보는 점 또한 특징이다.

자소서에는 외부 수상 기록과 영재교육원 수료 등의 내용은 기재할 수 없다. 수상실적, 자격증, 영재교육원 수료 여부는 평가에 반영하지 않으며 교외 수상은 기록하거나 제출할 수 없다. 2019학년도 입시 기준 한국과학영재학교는 증빙을 원하는 지원자만 3건 이내로 자소서 증빙 자료를 첨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자소서와 마찬가지로 증빙 자료에도 교외 수상실적(상장), 영재교육원 수료증, 영재교육원 학습노트, 각종 인증·능력 시험 점수는 제출할 수 없다. 나머지 7개 영재학교는 학생부, 자소서, 교사추천서만 받았다. 

2단계 영재성 검사는 수학, 과학에 대한 지필평가 형태로 치러진다. 중학교 교육과정의 수학, 과학 교과 지식을 바탕으로 융합적 사고와 창의적 문제해결력 등을 평가한다. 영재성·사고력 검사와 창의성·문제해결력 검사로 검사 유형을 구분해 실시하는 서울과학고의 경우 영재성·사고력 검사에서 언어이해력(국어)을 평가하기도 한다.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와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는 수학, 과학 역량 검사에 더해 인문예술 융합 소양 검사도 실시한다.

수학은 서울과학고, 경기과학고, 한국과학영재학교가 비교적 더 어려운 편으로 다수 문항이 경시대회 기초 수준의 문제로 출제됐으며, 고난도 문항은 경시대회 심화 수준이었다. 대전과학고, 대구과학고, 광주과학고, 세종·인천 과학예술영재학교는 경시대회 기초 수준의 문제가 출제됐다. 

과학 시험에서는 융합형 문항이 일부 학교에서 출제됐다. 융합형 문항의 경우 △화학+지구과학 △화학+생명과학 △물리+화학+지구과학 등의 유형으로 출제돼 화학 영역의 개념과 이해가 중요하게 평가됐다. 또 개념을 묻는 문항과 탐구 유형 문항이 많았고, 창의 유형 문항이 적게 출제되는 경향도 보였다. 즉 중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정확한 개념 이해는 물론 탐구 능력을 겸비한 학생이 영재학교 입시에 유리함을 알 수 있다.

3단계는 보통 1박 2일 일정의 캠프로 진행되나 1일(대전과학고), 2박 3일(경기과학고)의 일정으로 진행한 학교도 있었다. 캠프에서는 수학, 과학 탐구능력과 창의적 문제해결능력, 인성 면접 등의 개인 면접과 연구 설계 및 해석, 토론 및 발표 등의 단체 면접이 실시된다. 주입식, 단순 암기식 학습이 아닌 일상에서의 지적 호기심과 과제 해결능력, 발표 및 토론능력이 뛰어난 학생을 선발하는 것. 인성 역시 중요한 평가 요소다. 캠프 기간 함께 생활하는 학생들과의 원만한 관계 유지가 중요하다.  

추가로 2019학년도 영재학교 입시에서 이슈가 됐던 점은 중학교 3학년 2학기 내신이었다. 대전과학고가 중학교 3학년 2학기 성적 미달을 이유로 재학생 2명의 합격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이는 중학교 3학년 2학기 성적 미달을 영재학교 입학 취소 사유로 인정한 첫 사례이기 때문에 앞으로 모든 영재학교 입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수학과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역량이 필수… 경시대회 수준 문제 대비해야
영재학교 입시의 경우 1단계 서류평가에서는 학생부가 크게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심지어 성적표 상에 ‘B’가 몇 개 있어도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2단계 지필 평가가 있기 때문에 학교에선 가급적이면 많은 학생들에게 응시 기회를 부여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해 1단계 평가에선 탈락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내신이 좋지 않은 학생도 과감히 도전해 볼만 하다는 이야기다. 

수학은 풀이 과정 속 정확한 개념 활용과 응용력, 문제해결 과정, 창의력 등을 평가한다. 특히 수학은 ‘세트 서술형’과 ‘세트 단답형’으로 유형을 나눌 수 있는데 서술형 위주의 문항을 출제하는 학교의 경우 정확한 용어를 활용한 문제풀이를, 단답형 위주의 문항을 출제하는 학교의 경우 신속한 문제해결력과 꼼꼼한 계산력이 중요하다.

영재학교는 학교별로 차이가 있긴 하나 대체적으로 경시대회 기초나 심화 수준의 문제가 출제된다. 그래서 영재학교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중등 심화 수준의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과학은 화학과 물리 분야의 강세가 유지되는 특징이 있으며 중등 교과 과정 내용에 대한 정확한 개념 이해와 탐구 능력을 겸비한 학생이 유리하다. 

결국 영재고 진학을 위해서는 선행보다는 중학교 과정의 수학, 과학의 심화학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경시대회 기출문제를 많이 풀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영재학교 입시 결정에 앞서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수학,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 그리고 역량이다. 영재학교는 일반 학교가 아니라 영재를 위한 학교다. 이에 대한 고민과 점검 없이 대학 진학률만 보고 입학해 맞지 않는 공부를 하는 것은 학생에게도 큰 손해다. 부모만의 의지로 영재학교 입시를 강행하다 보면 실패할 가능성도 크다. 영재학교 입시 결정에 앞서 학생이 진정 수학과 과학에 대한 열정이 충만하고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에듀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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