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6일 수요일

피자를 공평하게 나눠보자! '피자 정리'

학교가 끝난 뒤, 절친과 피자를 먹으러 갔지요. 팔뚝만 한 대왕새우 위에 스위스 그뤼에르 마을을 통째로 옮겨온 듯 깊은 풍미의 치즈가 잔뜩 뿌려진 ‘피자헐’의 신 메뉴 ‘듬뿍 뿌린 치즈에 빠져 눈 깜짝할 새우 사라지는 피자’를요! 그런데 오늘따라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직원도 정신없었는지, 우리 피자를 조금 이상하게 잘라줬습니다. 동그란 피자 중앙에서 한참 먼 곳을 중심으로 피자를 자른 것이지요. 저와 절친의 우정은 늘 음식을 똑같이 나눠먹었기에 가능했던 것인데…. 이렇게 우정에 금이 가나요?

일러스트 = 김윤재 작가 
“한 방향으로 번갈아가며 한 쪽씩 먹으면 되겠다! 같은 각도로만 8조각으로 나눈다면, 어떤 점이 준이더라도 정확히 반씩 먹을 수 있지.”

친구는 이 중대한 문제를 참 태연하게도 말합니다. 그러나 곧 당황스러운 제 표정을 보고 친절히 설명해 주더군요. 피자를 나누는 방법에 대한 논란은 약 50년 전부터 시작됐답니다.


● 전통 있는 피자 정리

때는 1967년, 미국수학협회에서 발행하는 수학 잡지에 퀴즈 하나가 등장합니다. 동그란 피자에서 한 가운데가 아닌 아무 곳이나 기준을 잡아 4번 칼질해 크기가 서로 다른 8조각을 만들어도 두 사람이 공평하게 나눠 먹을 수 있는 방법을 물었지요. 그리고 이듬해 이 문제를 일반화해 원 안에 어떤 점을 선택하든 4이상의 짝수 번 칼질로 여러 명이 똑같이 나눠먹을 수 있는 방법을 문제로 제시합니다. 

일반적으로 피자는 한 가운데를 중심으로, 같은 각도로 자릅니다. 보통 십자 모양으로 자른 뒤,×자모양으로 잘라 8조각으로 나누지요. 그런데 피자 정리를 알고 있다면 어디를 중심으로 잡아도 상관없습니다. 각도를 360°를 8등분한 45°로 유지하기만 하면요. 

그러고 나서 두 사람이 한 조각씩 건너뛰어 먹으면 정확히 피자를 반씩 나눠 먹게 됩니다. 아래쪽 그림에서 하늘색 부분의 넓이 합은 주황색 부분의 넓이 합과 같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크기가 제각각이라 똑같이 나눠지지 않을 것 같지요?

1994년 래리 카터와 스탠 웨이건은 직소 퍼즐처럼 피자를 조각내는 ‘해체 퍼즐’ 방법으로 수식 없이 피자 정리를 증명했습니다. 해체 퍼즐은 같은 조각으로 서로 다른 기하학적 형태를 만드는 퍼즐입니다. 두 사람은 8조각을 각각 더 작은 조각으로 나눈 뒤 똑같은 모양으로 두 개씩 짝지었습니다. 그 결과 짝이 딱 맞아 떨어졌습니다. 그림에서 하늘색 부분에 속한 조각과 주황색 부분에 속한 조각을 같은 숫자끼리 직접 짝을 맞춰 보세요.

 
이처럼 2명이 8조각을 4개씩 나눠 먹는 경우, 문제는 쉽게 해결됩니다. 이후 피자 정리에 관심이 있는 다른 수학자들이 더 정교하게 증명해냈습니다. 2012년에는 마침내 수학자 그렉 프레드릭슨이 8보다 크거나 같으며, 4로 나눠지는 모든 수에서 이 정리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중심을 어느 곳으로 잡든 일정한 각도로 자르면 n명이 4n 조각을 똑같은 양으로 나눠 먹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3명이 12조각을, 4명이 16조각을 나눠 먹는 경우도 해결된 것입니다. 

피자헐 직원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나 봅니다. 피자를 정확히 같은 각도로 잘라 놓아 주었네요. 그리고 피자 정리 덕분에 친구와의 우정은 변하지 않았답니다.



● 이것도 피자 정리?

1. 무한히 나뉘는 피자 

 
영국 리버풀대학교 수리과학과 연구원인 조엘 안토니 하들리와 스테판 월슬리는 2016년 원판 모양의 피자를 가능한 많은 사람이 나눠 먹을 방법을 찾았습니다. 방패처럼 갈고리 모양으로 피자를 나눴지요. 이 방법을 이용하면 20, 28, 36조각까지 낼 수 있고, 이론적으로 무한히 자를 수 있습니다. 다만 토핑이 골고루 올라간 맛있는 부분을 먹는 사람과 퍽퍽한 빵만 먹는 사람으로 나뉜다는 게 흠이지만요.

2. 피자가 PIZZA인 수학 같은 이유 

 
원의 넓이는 원주율 파이(π, pi)에 반지름을 두 번 곱하면 구할 수 있고, 원기둥은 여기에 높이까지 곱해 부피를 구합니다. 반지름이 Z이고, 높이가 A인 피자의 양은 PI × Z × Z × A =PIZZA라서 피자가 됐다는 무시무시한 전설이 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수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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