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24일 일요일

수식에 ‘언어’ 입히니 문제가 ‘술술

의사소통에는 ‘말하기와 듣기’, ‘쓰기와 읽기’가 있다. ‘토론, 발표’는 말하기와 듣기로 의사소통하는 것이고, ‘리포트 작성, 게시판 글쓰기’는 쓰기와 읽기로 의사소통하는 것이다. 읽을 자료를 제시하고 발표하는 것은 말하기와 듣기, 쓰기와 읽기가 복합된 형태의 의사소통이다. 입시에서 구술 면접이나 논술이 강조되고,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능력이 강조되는 까닭도 결국 의사소통 능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수학에서 말하는 의사소통이란 뭘까. 수업 시간에 학생이 선생님에게 수학 개념 및 문제 푸는 법을 배우는 것, 잘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를 친구와 의논해 보는 것, 주어진 수학 문제를 풀이 과정을 적어 정리하는 것을 모두 수학적 의사소통이라고 한다.
그러면 수학에서 의사소통이 특별히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먼저 수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화된 개념을 다룬다. 이를 잘 이해하고 익히려면 구체적 활동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집합’의 정의는 ‘주어진 조건에 의해 그 대상을 분명하게 결정할 수 있는 모임’인데, 이 정의만으로는 집합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 반에서 키가 큰 학생들의 모임은 집합일까?”, “내가 가진 카드의 모임은 집합일까?”와 같은 일상 속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집합인 것과 집합이 아닌 것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수학에서는 다양한 해결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의사소통을 통해 실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음 그림에 표시된 5개 각의 크기의 합을 구하는 문제를 생각해보자.
[문제] 그림에서 표시된 5개 각의 합은?
답은 하나뿐이지만, 풀이 방법은 많다. 학생들에게 이 문제를 주고 ‘할 수 있는 한 많은 풀이 방법을 찾아보라’고 하면, 다양한 생각이 나올 것이다. 이처럼 여러 해결 방법을 찾아봄으로써 다양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기르는 것은 수학 교육의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다.
셋째, 수학 문제를 해결하려면 주어진 문제를 문자와 기호, 도형과 그래프로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둘레의 길이가 16㎝인 직사각형 가운데 넓이가 가장 큰 것의 가로 길이와 세로 길이는 얼마인가?’라는 문제는 이렇게 해결할 수 있다. ‘가로 길이를 x㎝, 세로 길이를 y㎝라 하면 2x+2y=16이라 쓸 수 있고, 이것은 x+y=8과 같다. 이때, 넓이(가로×세로=xy)를 최대로 하는 x, y를 구해야 한다. y=8-x이므로 xy=x(8-x)이고 (…) 따라서 x=4, y=4일 때 xy값이 최대가 된다.’
이처럼 복잡한 문제를 문자를 써서 간결하게 나타내고, 논리적으로 한 문장, 한 문장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7차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수학 교과서와 수학 익힘책은 의사소통을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한다. 이전 교과서보다 수학과 실생활의 관계, 수학사와 수학자 소개, 스스로 문제 만들어보기, 말하기·쓰기 활동을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다.
수학에서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려면 수학사를 다룬 책을 통해 배경 지식을 쌓는 게 좋다. ‘수학 개념의 역사적 발전 과정’과 ‘실생활에서 수학이 사용된 예’에 관한 지식이 쌓이면 자연히 수학을 배워야 할 필요성(동기)을 느끼게 된다. 또 수학은 쓰기를 통해 정리해야 하는 과목이다. 수학 글쓰기는 수학 기호를 적절히 사용해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으로,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런 과정을 거쳐 수학은 발전했다. 수학 문제를 풀면서 수학의 참재미를 알기 위해선 수학 글쓰기에 익숙해져야 한다.
이처럼 수학을 효과적으로 학습하려면 의사소통 능력을 높여야 한다. 이렇게 길러진 의사소통 능력은 일상에서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나의 주장을 전개하거나 상대방을 설득할 때, 수학에서 배운 개념과 사고의 전개 방법을 적용하면 놀라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수학 시간에 배운 ‘어림’의 개념은 일상생활에서 다음과 같이 적용된다.
철수는 엄마와 함께 과자를 사러 가게에 갔다. 철수가 고른 과자는 7개로 550원짜리 알새우칩, 640원짜리 새우깡, 980원짜리 오징어땅콩과 마늘바게트, 1980원짜리 구운양파와 죠리퐁, 2380원짜리 맛동산이다.
엄마: 지금 만원밖에 없는데, 이거 다 살 수 있을까?
철수: 알새우칩과 새우깡을 합쳐서 1200원 이하, 오징어땅콩과 마늘바게트를 합쳐서 2000원 이하, 구운양파와 죠리퐁을 합쳐서 4000원 이하, 맛동산이 2400원 이하니까 모두 합쳐서 1200+2000+4000+2400= 9600원 이하니까 살 수 있네요!
엄마 : 그렇구나!
다음으로, 수학에서 많이 사용하는 증명 방법인 ‘귀류법’에 대해 알아보자. 귀류법은 결론이 옳지 않다고 가정하면 모순이 생김을 보여서, 결론이 옳음을 증명하는 방법이다. 서로 논쟁할 때 ‘그 주장이 옳다고 하자. 그러면, 이러이러한 모순이 생기므로 그 주장은 옳지 않은 거야’와 같은 논리로 상대를 설득하는 방법이다. 다음 대화에서 귀류법을 이용한 증명이 수학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알아보자.
지나: 길이가 1m인 막대가 있어. 그 막대를 잘라서 작은 막대 5개를 만들었을 때, 그 가운데 길이가 20㎝ 이상인 막대가 항상 있을까?
민석: 그야 1m는 100㎝이고, 100÷5= 20이니까 당연한 거 아닐까?
지나: 음…. 그런 것 같기는 한데, 좀 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민석: 우선 100㎝ 막대를 나누는 방법의 예를 몇 개 생각해보자. (10, 10, 15, 15, 50), (19, 19, 19, 19, 24), … 어떻게 나누어도 길이가 20㎝ 이상인 막대가 항상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
지나: 그렇다고 모든 경우를 다 세어서 알아볼 수도 없고…. 뭔가 좋은 방법 없을까?
민석: 만일 결론이 참이 아니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보자. 나뉜 막대 가운데 길이가 20㎝ 이상인 막대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지나: 즉, 그 말은 나뉜 막대 5개는 20㎝보다 짧다는 것이네. 그러면, 나뉜 5개의 막대의 길이를 합해도 5×20= 100(㎝)보다 짧겠군. 그런데 나뉜 막대 5개의 길이를 합하면 원래 막대의 길이인 100㎝가 돼야 하므로, 이것은 모순이네.
민석: 결론이 참이 아니라면 모순이 생기므로, 결론은 옳을 수밖에 없구나!
지나: 즉, 나뉜 막대 가운데에는 길이가 20㎝ 이상인 막대가 있을 수밖에 없지.
■ 생각해보자
다음 문제를 친구와 토론하면서 해결해보자. 모두 더한 값이 홀수인 세 자연수가 있다. 그러면 그 세 자연수 가운데 적어도 하나는 홀수일까?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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