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6일 수요일

전지적 수학시점 통계가 알려준 최고의 게임 캐릭터

치킨과 피자, 자장면과 짬뽕처럼 둘 중 하나만 고르기 어려운 때가 있습니다. 일본의 게임회사 닌텐도의 ‘마리오 카트 8 디럭스’에 등장하는 43개 캐릭터에서 하나를 고르기란 더 어렵습니다. 카트와 타이어, 글라이더까지 골라야 하는데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속도와 가속도가 확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2017 닌텐도 제공
닌텐도의 마스코트인 마리오는 1981년 닌텐도가 만든 게임 ‘동키콩’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2년 뒤 게임 ‘마리오 브라더스’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닌텐도의 대표 캐릭터로 거듭났지요. 나온 지 30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2014년 한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 선물로 준 마리오 피규어가 중고 시장에서 몇 배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면서 변함없는 인기를 뽐냈습니다.

마리오 하면 괴수 쿠파에게 납치된 피치 공주를 구하기 위해 모험하는 시리즈가 먼저 떠오르는 분도 있겠지만, 오늘은 ‘마리오 카트’ 시리즈를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마리오 카트는 ‘캐주얼 레이싱 게임’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인기 비결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우선 방향키와 버튼 몇 개만으로 쉽게 운전할 수 있다는 것과 경기 중에 아이템을 써서 상대방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겁니다.

Ⓒ 2017 Nintendo 제공
가장 획기적인 건 카트의 뒤쪽 타이어만 미끄러지게 해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방향을 빨리 바꿀 수 있는 ‘드리프트’ 기술이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 되도록 만들었다는 겁니다. 덕분에 격투 게임의 장점이었던 ‘기술 쓰는 재미’를 레이싱 게임에서도 느낄 수 있게 됐지요. 마리오 카트 덕분에 드리프트는 현재 레이싱 게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요소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캐릭터와 카트, 타이어, 글라이더 같은 운전 장비를 직접 고를 수 있다는 건데요. 이건 장점이자 단점일 수도 있습니다. 무엇을 고를지 고민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맘에 드는 걸 고르면 되는 거 아니냐고요? 장비마다 능력치가 달라서 아무거나 고르면 결승선을 빨리 통과하지 못 할 수도 있습니다.

● 최고의 캐릭터를 찾아라

캐릭터, 카트, 타이어, 글라이더의 능력치는 모두 무게, 스피드, 가속, 핸들링, 마찰력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무게가 무거우면 스피드가 빠르고 가속은 느리다’처럼 각 능력치는 서로 연관돼 있고, 어떤 방식으로든 경주에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어 핸들링 값이 크면 타이어가 잘 꺾여서 방향을 잘 바꿀 수 있고, 마찰력이 크면 카트가 덜 미끄러져서 드리프트 기술을 쓸 때 유리하지요.
최종 능력치는 캐릭터와 운전 장비의 능력치의 각 요소를 합해 결정합니다. 예를 들어 캐릭터와 카트의 무게, 스피드, 가속, 핸들링, 마찰력이 각각 3, 2, 1, 3, 3과 1, 2, 0, 1, 2면 최종 능력치는 4(=3+1), 4(=2+2), 1(=1+0), 4(=3+1), 5(3+2)가 됩니다.

 
슬슬 어떤 캐릭터를 고르는 게 가장 좋을지 궁금할 겁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답은 없습니다. 아이템과 트랙, 상황에 따라 어떤 능력치가 어떻게 경주에 영향을 주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몇 가지를 가정한 뒤 계산해 보면 어떨까요? 레이싱의 핵심은 스피드와 가속이니까 ‘두 값이 클수록 좋은 조합’이라고 가정하고, 최종 능력치에 가장 영향이 적은 글라이더를 빼서 계산할 양을 줄이는 방식입니다.

● 타겟은 능력치 조합

1. 경우의 수를 줄여라!

마리오 카트 8 디럭스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43명, 카트는 40개, 타이어는 21개입니다. 능력치가 같은 캐릭터가 많기 때문에 각 능력치를 대표하는 캐릭터 16명만 계산하면 됩니다.  6×40×21=13440개 조합만 계산하면 됩니다.

2. 파레토 경계를 찾아라!

미국의 데이터 분석 회사인 치비스 애널리틱스 소속 데이터 과학자 헨리 히네펠드는 마리오 카트 8의 캐릭터, 카트, 타이어를 모두 조합해 나온 최종 능력치 중 스피드는 x좌표, 가속은 y좌표인 순서쌍을 만든 뒤 좌표평면에 나타내 분석했습니다.

 
히네펠드와 똑같은 방법으로 마리오 카트 8 디럭스의 최종 능력치 순서쌍을 나타내면 오른쪽 그림과 같습니다. 히네펠드는 ‘파레토 경계(노란 선)’ 위에 있는 순서쌍이 좋은 조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파레토 경계는 경제학에서 쓰는 개념으로 x, y좌표 중 한 값이 줄지 않고는 다른 값이 절대 커질 수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빨간 동그라미 값을 보면 스피드가 같은 조합 중에 가속이 더 좋은 조합이 그 위로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노란 선 위의 조합들은 스피드를 줄이지 않는 한 가속이 더 높은 조합이 없습니다.

● 분석 결과

1. 서로 다른 스피드와 가속의 조합은 총 148개고, 이 중 좋은 조합은 15개로 대략 10%입니다.

2. 베이비피치, 베이비마리오, 레미, 키노피오, 링크, 동키콩은 좋은 조합 중 어디에도 끼지 못했습니다.

3. 카트 중 ‘배드왜건’은 스피드와 가속이 가장 낮은 조합에 포함돼 있어 이름처럼 나쁜(bad) 선택입니다. 
좋은 조합에 포함된 캐릭터 비율

● 유저들이 뽑은 최고의 캐릭터는?

인터넷 커뮤니티 ‘닌텐도 스위치 마이너 갤러리’에서 활동하는 마리오 카트 8 디럭스 유저 50명에게 많이 고르는 캐릭터, 카트, 타이어를 물었습니다. 그 결과 좋은 조합에 포함된 비율이 높은 쿠파가 유저들이 많이 고르는 캐릭터로도 선정됐습니다.

 
스피드와 가속이 높다고 반드시 좋은 건 아닙니다. 카트의 스피드와 가속은 땅, 물, 공중, 반중력 트랙 중 어느 곳을 달리냐에 따라 조금씩 변하고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바나나 껍질을 밟으면 순식간에 고꾸라지니까요. 실제로 마리오 카트 8 디럭스를 해보면 스피드, 가속뿐 아니라 핸들링, 마찰력, 드리프트 실력이 무척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직접 경주를 해보며 내게 꼭 맞는 조합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의외로 무게가 무거운 캐릭터가 최적의 조합에 많이 포함돼 있고 가벼운 캐릭터는 매우 드뭅니다. 친구와의 승부에서 이기고 싶으면, ‘가벼운 사람이 날쌔니까 가벼운 캐릭터를 골라’라고 귀띔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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