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24일 일요일

결과보다 중요한 ‘과정’…글로 쓰는 문제풀이

글을 쓰는 것은 머리와 마음속을 열어 남에게 보여주는 일이다. 특히 수학 글쓰기는 학생의 머리에서 진행되는 사고 과정, 즉 개념적 이해, 논리적 추론 과정, 문제 해결 과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활동이다.
다음은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수학 문제를 풀이한 과정을 글로 쓴 것이다.
[문제] 창의는 동물원에서 원숭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려고 합니다. 2개씩 나눠주면 6개가 남고, 3개씩 나눠주면 1개가 모자랍니다. 원숭이는 모두 몇 마리입니까?
[답] 구하고자 하는 원숭이의 마릿수를 x라 하자. 2개씩 나눠줄 때 사탕의 개수는 2x+6이고, 3개씩 나누어줄 때 사탕의 개수는 3x-1이다. 사탕의 개수는 정해져 있으므로, 2개씩 나눠줄 때 사탕의 개수와 3개씩 나누어줄 때 사탕의 개수는 같아야 한다. 따라서 2x+6=3x-1이고, 정리하면 x=8이다. 즉, 원숭이는 8마리이다.
[평가] 위 학생의 답안은 문제 이해, 문제 해결 접근·방법에서 흠결 없는 우수한 사고 과정을 보여준다. 단, 정답은 8마리가 아니라 7마리인데, 이 학생이 어떤 사고 과정에서 정답을 잘못 구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만약 이 학생이 계산 과정도 드러냈다면 방정식의 계산법을 잘못 알고 있는 것인지 혹은 단순 실수 또는 착각이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풀이 과정에서 보여준 이 학생의 사고 능력으로 보아 단순 실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면 이 학생은 어떤 점수를 받아야 할까? 풀이 과정이 없었다면 이 학생은 0점을 받았을 것이나, 풀이 과정까지도 평가를 받는다면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 타당하다. 그간 수학 교육은 문제 해결 과정을 작성하는 데 소홀했고, 특히 마지막에 구한 답만을 평가했기 때문에 학생들은 사고 과정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7차 교육개정안이 학생들의 의사소통 능력을 중시하고, 글쓰기 능력을 강조하는 것은 대단히 바람직하다.
수학 글쓰기는 논리적 사고를 요구한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수학을 글로 쓸 때, 학생들의 생각은 더욱 정확하고 정교해진다. 게다가 교사는 학생의 글을 피드백으로 활용해 학생을 더 잘 이해하고, 수업 내용도 개선할 수 있다.
수학 글쓰기가 일반적인 쓰기 활동과 다른 점은 수학만의 언어인 기호와 용어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수학 글쓰기 활동은 논리적 추론 능력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수학 기호를 정확히 이해하고 사용하는 능력을 길러준다. 학생들이 수학적 언어를 능숙하게 사용한다는 것은 추상적 사고를 훈련하는 과정일 뿐만 아니라, 수학의 위력과 유용성을 느끼는 과정이다. 그러나 수학 글쓰기가 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수학적 개념과 언어를 자연현상이나 생활 속에서 확인하고 적용하고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학 일기, 수학 독후감, 수학 편지, 수학 시짓기 등의 다양한 방식은 학생들이 일상 언어와 수학 개념을 연결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을 준다. 이런 연계 활동은 수학의 유용성과 가치를 깨닫게 해 수학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길러준다.
장준영(대구 동산초 6년) 학생의 수학 일기
장준영(대구 동산초 6년) 학생의 수학 일기
소개된 학생의 만화는 제1회 수학·과학 일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장준영(대구 동산초 6년) 학생의 수학 일기다. 이 학생은 학습을 통해 알게 된 수학 개념과 사고 방법을 새로운 현상에 적용하면서 수학의 유용성과 즐거움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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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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