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4일 화요일

가족 송년회 때 “덕분에 고마웠다” 꼭 말해보기

한 해가 마무리되어 가는 올해의 마지막 한 달, 크리스마스가 있는 이 시기에는 대체로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서로에게 수고했다고 격려하는 망년회나 송년회를 한다. 망년회란 한 해를 돌아보며 괴로웠던 일을 모두 잊자는 모임이고, 송년회란 그 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서로 나누기 위한 모임이라고 한다. 올 한 해를 돌아보면서 자신과의 관계에서 미안하거나 속상하거나 괴로운 일 등이 가장 많았던 사람은 ‘가족’이 아닐까? 나 자신을 더 많이 이해해 주거나 배려해 주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즉시 엄마·아빠나 자녀들에게 짜증을 내거나 필요한 것을 요구하고, 혹은 가정 밖에서 힘들게 하는 여러 가지 일들이 생기면 집에 들어서면서부터‘나! 지금 너무 힘들어!’를 온몸으로 표현하여 가족을 걱정시켰을 것이다.
 대체로 가정 밖에서는 최대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면서 다른 사람과 잘 협력하며 생활하려고 노력하지만 집에 돌아오는 순간 자신을 조절하던 ‘긴장감’이 사라지면서 가족과는 본능 그대로 지지고 볶는 삶을 살기 때문이다. 이유 없이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더라도 받아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혹은 지금 당장 화가 나는 대로 행동하더라도 나중에 말 한마디로 쉽게 화해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쩌면 더 중요한 이유는 가족을 무조건적으로 믿고 의지하며 가정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어야만 다음날 또다시 생활할 수 있는 우리들의 생존본능 때문은 아닐까? 그래서 한 해 동안 나와의 관계에서 가장 많이 괴로웠던 일을 경험한 사람들은 엄마, 아빠, 아이들 혹은 함께 생활하는 가족일 것이다. 가족이기에 이유도 모른 채 화내거나 짜증내는 모습을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에 대해 제대로 해명도 못한 채 한 해가 끝나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가장 먼저 망년회 할 사람은 엄마, 아빠 혹은 자녀들이다. 가장 가까운 가족들이 나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해주고 사랑해주었기에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었고, 아마도 우리는 내년에도 또 가족에게 어리광을 부리며 의지해야만 또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올해는 다른 어떤 망년회보다는 가족과의 망년회를 정성껏 계획하고 실행해 보았으면 한다. 거창한 장소와 특별한 음식이 아니어도 좋다.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며 서로에게 올 한 해 ‘고마웠다’고 말하는 시간을 꼭 갖기 바란다. 한 해 동안 자신이 행했던 많은 미안함을 하나씩 해명하기보다는 그저 ‘덕분에’ 잘 살 수 있었고, ‘덕분에’ 행복할 수 있었다고…. 그래서 ‘고맙다’고 말하고 내년에도 ‘잘 부탁한다’고 말해보자. ‘말하지 않으면’ 아무리 가족이라도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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