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부모 중 상당수는 자녀가 태어나기 전부터
‘명문대 입학’을 목표로 교육에 매달린다.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를 생각하다 보니 시험 성적 1~2점에 울고 웃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좋은
성적과 명문대 입학이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최근 ‘아이는 어떻게 성공하는가(베가북스)’를 펴낸 미국 저널리스트 폴
터프(Paul Tough·전 뉴욕타임즈 매거진 편집장·사진)씨는 “아이의 성공을 약속하는 건 학업 성적이 아니라
뚝심, 호기심, 성실성, 자제력, 회복탄력성과 같은 몇 가지 성격강점”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미국 학교 시스템과 교육 철학을 연구하며, 빈곤
지역인 뉴욕 할렘에서 진행된 학교교육 개선 프로젝트 등을 소개해 미국 내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터프씨가 강조하는
‘성격강점’에 대해 들어봤다.
◇내신 좋은 학생, 대학 진학 후 성공 가능성 높아
몇 년 전 우리나라 대학 입시에 미국과 유사한 입학사정관 전형이 도입됐다. 도입 초기의 우려와는 달리 "입학사정관전형 합격생들이 대학 입학 후 생활, 학업 면에서 모두 우수하다"는 발표가 잇달아 나왔다. 터프씨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SAT(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보다 고교 내신(GPA)이 우수한 학생이 대학 학업성취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에도 고교 간 학력 차가 존재한다. 미국대학 입학사정관들 역시 펜실베이니아 시골 마을과 뉴욕 중심가에 있는 고교에서 똑같이 3.5점을 받은 학생들의 학업능력을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SAT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험이었다. 하지만 미국 경제학자 윌리엄 보원(William Bowen, 전 프린스턴대 총장)과 마이클 맥퍼슨(Michael Mcpherson, 전 매캘리스터대 총장)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력이 높지 않은 고교라 해도 거기서 좋은 내신을 받았던 학생들은 어떤 대학에서든 훌륭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내신은 단순히 교과 내용을 얼마나 잘 익혔는지를 보여주는 게 아니에요. 학생의 공부습관이나 시간관리 기술이 얼마나 훌륭한지, 얼마나 강한 자기절제력과 인내심을 가졌는지 등을 보여주는 척도죠. △고교에서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며 공부한 학생 △어려운 과제를 잘 해결하거나 좌절을 극복했던 학생은 SAT와 같은 시험 성적이 평균 이하였더라도 대학생활을 성공적으로 해냅니다."
터프씨는 "성격강점은 영유아기 부모와의 애착관계에서 형성된다"고 설명한다. 이 시기 부모에게 받은 관심이 아이에게 (역경을 이겨내는) 회복탄력성 등의 성격강점을 키워주고, 그것이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완충장치가 돼 아이를 보호한다는 얘기다. 아이를 꼭 안아주고 쓰다듬는 스킨십과 아이 표현에 잘 반응해주는 부모 행동이 애착관계 형성을 돕는다.
하지만 맞벌이부부 등 많은 부모가 영유아기에 애착관계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다. 터프씨는 "자제력이나 낙관주의 같은 능력은 집중적인 연습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사춘기 아이도 얼마든지 계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 사춘기 아이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은 영유아기 때와는 다르다. 터프씨는 브루클린의 IS318 학교 학생들을 전국 체스대회 챔피언으로 이끈 교사 엘리자베스 스피겔(Elizabeth Spiegel)의 사례를 들어 이를 설명했다. IS318은 재학생 60% 이상이 저소득층 출신인 학교이다. "스피겔씨는 체스시합에서 진 아이들에게 자신의 실수를 깊이 들여다보고 왜 그런 실수를 저질렀는지 검토해보라는 과제를 줬습니다. 어떻게 했더라면 더 나았을지도 곰곰히 생각해보게 했죠. 이 과정에서 그는 아이들에게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생각하라'고 몇 번씩 되풀이해서 상기시켰어요. 그는 이런 교육 방식으로 중학생들의 사고력을 다시 구축하고, 자제력이나 호기심 같은 성격강점을 심어줬죠."
◇부모 과잉보호, 성격강점 배울 기회 빼앗아
터프씨는 성격강점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로, 지난 1999년 KIPP아카데미(미국 사우스 브롱크스 소재)를 졸업한 38명 학생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흑인 혹은 히스패닉계 저소득층 가정 출신인 이들은 4년 간 학교에서 집중 교육을 받은 끝에 1999년 실시된 뉴욕시 중학교 졸업반 수능시험에서 브롱크스 지역 최고점, 뉴욕시 전체에서도 5위의 점수를 획득했다. 이는 뉴욕타임즈 1면을 장식할 정도로 놀라운 사건이었다. 그들 대부분은 유명 사립고등학교와 가톨릭계 학교에서 입학 허가를 받았고, 전액 장학금을 받은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고교 졸업 후 6년이 지났을 때, 이들의 모습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38명 중 8명 만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것이다.
"이들은 고교 진학 후 (자신을 집중 관리해주는 교사가 없는 상태에서) 학업의지와 집중력을 잃었어요. KIPP아카데미는 학업을 잘 지도했지만, 정서나 심리적 문제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겁니다. 이들을 지도했던 교사 데이빗 레빈(David Levin)은 훗날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죠. 대학에서 끈기 있게 공부한 학생들은 KIPP에서 좋은 성적을 받던 아이가 아니었어요. △성적이 나빠도 다음엔 더 잘하겠다고 결심했던 학생 △교사를 설득해 방과 후 보충 지도를 받은 학생 △밖에 나가 놀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고 공부했던 학생들이 대학을 성공적으로 졸업했죠. KIPP 교사들은 이후 뚝심, 열의, 호기심, 낙관주의, 사회지능, 감사하는 마음, 자제력이라는 7가지 성격강점 항목 리스트를 만들어 교육 핵심으로 삼았습니다."
그렇다면 풍족한 집안에서 자란 아이들은 '성격 강점'을 갖기 쉬울까? 터프씨는 뉴욕시의 사립학교인 리버데일 컨트리 스쿨 교사들로부터 일명 '헬리콥터형 부모'가 자녀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들었다. "리버데일 같은 엘리트학교 학부모들은 아이의 성공에만 골몰한 나머지 '실패 가능성'에서 자녀를 보호하려 합니다. '우리 아이가 이렇게 훌륭한 답안지를 냈는데 왜 C학점을 받았느냐'며 불평하거나 '이번 과제를 마치도록 이틀만 여유를 달라'고 요구하는 학부모가 있을 정도죠. 하지만 이렇게 '과잉보호'를 받은 아이들은 역경과 실패가 가르쳐주는 '성격 강점'을 절대 배울 수 없습니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 대신 만사를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에요. 아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게끔 기회를 주고, 뒤에서 묵묵히 지원해야 합니다."
조선일보
◇내신 좋은 학생, 대학 진학 후 성공 가능성 높아
몇 년 전 우리나라 대학 입시에 미국과 유사한 입학사정관 전형이 도입됐다. 도입 초기의 우려와는 달리 "입학사정관전형 합격생들이 대학 입학 후 생활, 학업 면에서 모두 우수하다"는 발표가 잇달아 나왔다. 터프씨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SAT(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보다 고교 내신(GPA)이 우수한 학생이 대학 학업성취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에도 고교 간 학력 차가 존재한다. 미국대학 입학사정관들 역시 펜실베이니아 시골 마을과 뉴욕 중심가에 있는 고교에서 똑같이 3.5점을 받은 학생들의 학업능력을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SAT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험이었다. 하지만 미국 경제학자 윌리엄 보원(William Bowen, 전 프린스턴대 총장)과 마이클 맥퍼슨(Michael Mcpherson, 전 매캘리스터대 총장)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력이 높지 않은 고교라 해도 거기서 좋은 내신을 받았던 학생들은 어떤 대학에서든 훌륭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내신은 단순히 교과 내용을 얼마나 잘 익혔는지를 보여주는 게 아니에요. 학생의 공부습관이나 시간관리 기술이 얼마나 훌륭한지, 얼마나 강한 자기절제력과 인내심을 가졌는지 등을 보여주는 척도죠. △고교에서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며 공부한 학생 △어려운 과제를 잘 해결하거나 좌절을 극복했던 학생은 SAT와 같은 시험 성적이 평균 이하였더라도 대학생활을 성공적으로 해냅니다."
터프씨는 "성격강점은 영유아기 부모와의 애착관계에서 형성된다"고 설명한다. 이 시기 부모에게 받은 관심이 아이에게 (역경을 이겨내는) 회복탄력성 등의 성격강점을 키워주고, 그것이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완충장치가 돼 아이를 보호한다는 얘기다. 아이를 꼭 안아주고 쓰다듬는 스킨십과 아이 표현에 잘 반응해주는 부모 행동이 애착관계 형성을 돕는다.
하지만 맞벌이부부 등 많은 부모가 영유아기에 애착관계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다. 터프씨는 "자제력이나 낙관주의 같은 능력은 집중적인 연습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사춘기 아이도 얼마든지 계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 사춘기 아이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은 영유아기 때와는 다르다. 터프씨는 브루클린의 IS318 학교 학생들을 전국 체스대회 챔피언으로 이끈 교사 엘리자베스 스피겔(Elizabeth Spiegel)의 사례를 들어 이를 설명했다. IS318은 재학생 60% 이상이 저소득층 출신인 학교이다. "스피겔씨는 체스시합에서 진 아이들에게 자신의 실수를 깊이 들여다보고 왜 그런 실수를 저질렀는지 검토해보라는 과제를 줬습니다. 어떻게 했더라면 더 나았을지도 곰곰히 생각해보게 했죠. 이 과정에서 그는 아이들에게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생각하라'고 몇 번씩 되풀이해서 상기시켰어요. 그는 이런 교육 방식으로 중학생들의 사고력을 다시 구축하고, 자제력이나 호기심 같은 성격강점을 심어줬죠."
◇부모 과잉보호, 성격강점 배울 기회 빼앗아
터프씨는 성격강점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로, 지난 1999년 KIPP아카데미(미국 사우스 브롱크스 소재)를 졸업한 38명 학생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흑인 혹은 히스패닉계 저소득층 가정 출신인 이들은 4년 간 학교에서 집중 교육을 받은 끝에 1999년 실시된 뉴욕시 중학교 졸업반 수능시험에서 브롱크스 지역 최고점, 뉴욕시 전체에서도 5위의 점수를 획득했다. 이는 뉴욕타임즈 1면을 장식할 정도로 놀라운 사건이었다. 그들 대부분은 유명 사립고등학교와 가톨릭계 학교에서 입학 허가를 받았고, 전액 장학금을 받은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고교 졸업 후 6년이 지났을 때, 이들의 모습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38명 중 8명 만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것이다.
"이들은 고교 진학 후 (자신을 집중 관리해주는 교사가 없는 상태에서) 학업의지와 집중력을 잃었어요. KIPP아카데미는 학업을 잘 지도했지만, 정서나 심리적 문제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겁니다. 이들을 지도했던 교사 데이빗 레빈(David Levin)은 훗날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죠. 대학에서 끈기 있게 공부한 학생들은 KIPP에서 좋은 성적을 받던 아이가 아니었어요. △성적이 나빠도 다음엔 더 잘하겠다고 결심했던 학생 △교사를 설득해 방과 후 보충 지도를 받은 학생 △밖에 나가 놀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고 공부했던 학생들이 대학을 성공적으로 졸업했죠. KIPP 교사들은 이후 뚝심, 열의, 호기심, 낙관주의, 사회지능, 감사하는 마음, 자제력이라는 7가지 성격강점 항목 리스트를 만들어 교육 핵심으로 삼았습니다."
그렇다면 풍족한 집안에서 자란 아이들은 '성격 강점'을 갖기 쉬울까? 터프씨는 뉴욕시의 사립학교인 리버데일 컨트리 스쿨 교사들로부터 일명 '헬리콥터형 부모'가 자녀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들었다. "리버데일 같은 엘리트학교 학부모들은 아이의 성공에만 골몰한 나머지 '실패 가능성'에서 자녀를 보호하려 합니다. '우리 아이가 이렇게 훌륭한 답안지를 냈는데 왜 C학점을 받았느냐'며 불평하거나 '이번 과제를 마치도록 이틀만 여유를 달라'고 요구하는 학부모가 있을 정도죠. 하지만 이렇게 '과잉보호'를 받은 아이들은 역경과 실패가 가르쳐주는 '성격 강점'을 절대 배울 수 없습니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 대신 만사를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에요. 아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게끔 기회를 주고, 뒤에서 묵묵히 지원해야 합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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