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2일 목요일

의대 쏠림 심해 서울대 다른 학과 합격선 낮아질 듯

19일 시작되는 2014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상위권 지원 전략

서울대 인문계열은 합격선 상승 예상

사탐 고득점 땐 고려·연세대 지원에 유리

A·B 선택형 수능이라 배치표에 의존 말아야

중앙일보
19일 시작되는 2014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에선 각종 입시기관의 배치표에 의존하지 말고 대학별 지원 흐름을 살펴야 한다고 입시전문가들은 조언한다. A·B형 선택형 수능이 올해 처음으로 치러지면서 과거 수능 성적에 기초해 만든 배치표의 정확성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상위권 수험생 사이에선 올해 어렵게 출제된 수학과 영어B형의 고득점 여부가 관건이다. 탐구영역 선택에 따른 유·불리도 당락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사회탐구 한국사·세계사·경제가 만점을 받아야 1등급이 나올 정도로 쉽게 출제된 반면 과학탐구 화학Ⅰ·지구과학Ⅰ·화학Ⅱ 세 과목은 만점자가 각각 0.06%, 0.2%, 0.37%에 불과할 정도로 어려웠다.

올해 상위권 대학 정시 지원 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할까.

우선 상당수 입시전문가는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생들이 이번 정시에서 특히 의·치의예과에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2015학년도부터 전국 대학의 의·치의예과 정원이 1000여 명 가까이 증가하기 때문에 재수를 각오하고 적극적으로 의·치의예과를 지원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대에 지원하는 최상위권 학생들은 보통 서울대 의대를 제외한 자연계열 학과와 저울질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 소장은 “자연계 최상위권이 의대로 쏠리면 서울대 생명공학·화학·생물학과를 비롯해 자연계열 학과의 경쟁률과 합격선이 하락할 수 있다”며 “반대로 경쟁이 치열한 의대에 무리하게 도전하기보다 서울대 자연계열로 눈을 돌리는 게 틈새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정시에서 서울대 인문계열은 경쟁률과 합격선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시모집 선발 방법이 바뀌어서다. 1단계에서 수능 100%로 2배수를 뽑는 것은 지난해와 같다. 하지만 2단계에서 수능 반영 비율이 30%에서 60%로 늘고 학생부 반영 비율은 40%에서 10%로 줄었다. 김명찬 종로학원 이사는 “학생부에서 불이익을 받았던 특목고생과 수능에 강한 재수생들이 적극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도 “올해 수능 수학·영어B형이 어려워 상위권 수험생 간 변별력이 확보됐고 2015학년도 입시도 큰 틀에서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재수에 대한 두려움이 적다”며 “상위권 수험생들의 소신 지원 흐름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고려대·연세대 정시에선 탐구영역 성적이 당락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수능에서 어떤 탐구 과목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갈렸기 때문이다.

올해 사회탐구에서 한국사·세계사·경제는 만점자 비율이 각각 8.94%, 5.79%, 8.37%나 나왔다. 만점을 받아도 이 세 과목에선 백분위(자기 성적 밑으로 몇 %의 학생이 분포하는지 보여주는 수치)가 96~97%밖에 안 나온다.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으로 떨어지고 백분위는 90%까지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고려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 등 상위권 대학 대부분은 탐구영역에서 백분위를 대학 자체 변환 점수로 바꿔 반영한다. 이성권(한국교사정책연대회의 대표) 서울 대진고 교사는 “쉬웠던 한국사·세계사·경제에서 실수로 문제를 틀린 학생은 저조한 백분위 점수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반대로 나머지 사회탐구 과목에서 고득점을 얻은 학생들은 연·고대 지원 시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연계열 학생이 선택하는 과학탐구에서도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가 예상된다. 과학탐구는 화학Ⅰ·지구과학Ⅰ·화학Ⅱ 세 과목이 어렵게 출제되면서 세 과목에서 고득점을 받은 학생이 유리하게 됐다.

고려대·연세대 자연계열 우선선발은 수능 반영 비율이 서로 다르다. 연세대는 국어A 20%, 수학B 30%, 영어B 20%, 과탐(2과목) 30%를 반영한다. 이와 달리 고려대 자연계열 일반선발은 연세대와 같지만 70%를 뽑는 우선선발은 국어A는 반영하지 않고 수학B·영어B·과탐(2과목)을 40·20·40%씩 반영한다. 고려대 자연계열이 연세대에 비해 수학·과탐의 반영비율이 더 높다. 김명찬 이사는 “국어·영어 성적은 낮지만 수학·과탐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고려대에 많이 지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학별 원서접수 마감일 달라 눈치 작전 치열할 듯

가군 고려대·나군 서울대 경쟁률 눈여겨봐야
대학별 원서접수 마감일이 달라 올해 정시모집에선 어느 때보다 눈치작전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가군에선 고려대가 원서접수를 12월 21일 가장 먼저 마감한다. 연세대·성균관대·한양대는 23일 마감이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고려대의 경쟁률 변화에 따라 성균관대·한양대 최상위권 학과의 합격선이 움직일 수 있다”고 했다. 고려대의 경쟁률이 높으면 연세대 지원자가 예년보다 줄 것으로 보고 성균관대·한양대 최상위권 학과를 노리던 수험생이 연세대에 몰릴 수 있는데, 이럴 경우 성균관대·한양대 최상위권 학과의 합격선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고려대의 경쟁률 하락→연세대 지원자 수 증가→연세대 지원 희망자 중 일부 성균관대·한양대 최상위권 학과로 안전 지원 증가→성균관대·한양대 최상위권 학과의 합격선 상승’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가군에서 고려대의 경쟁률을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나군에선 서울대가 변수다. 김명찬 종로학원 이사는 “서울대 인문계열의 경쟁률이 올라가면 같은 군에 속한 서강대·성균관대 인문계열 최상위권 학과의 경쟁률과 합격선은 소폭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19~20일 이틀간 원서를 접수하고 서강대·성균관대는 23일까지 접수한다. 김 이사는 “예년과 비교해 서울대 경쟁률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면 서강대·성균관대의 최상위권 학과에 지원할 학생들이 서울대로 빠졌다는 얘기”라며 “이럴 경우 점수가 조금 부족해도 서강대·성균관대에 소신 지원하면 의외의 결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수시에서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도 변수다. 지난해 고려대 자연계열의 정시 최초 모집인원은 374명이었지만 수시 미등록 인원이 이월되면서 최종 선발 인원은 492명으로 118명 늘었다. 지난해 이월 인원은 경희대·고려대·서강대·서울시립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 등 11개 대학에서 2218명이나 됐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 소장은 “12월 17일까지 대학별로 수시 미등록 충원을 마감한 뒤 이월 인원을 발표한다”며 “정시 원서를 내기 전에 이월 인원을 확인하고 모집인원이 크게 늘어난 대학·학과를 눈여겨보라”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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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이투스청솔. 한국외대 인문계열은 서울캠퍼스, 자연계열은 용인캠퍼스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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