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학부모나 학생에게 중요한 과목으로 통한다. 대학 입시에서 당락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수학 문제 하나로 등급이 갈리기도 한다. 하지만 수학은 학생이 즐기면서 여유 있게 공부하기엔 힘든 과목이다. 각종 사교육이 등장한 것도 그 때문이다. 사교육 유형은 다양하다. 유아기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각종 공부법이 사교육가에 등장했다. 초등학생은 학교 선행, 사고력 수학, 영재교육원 수학, 중학생은 내신수학, 경시수학, 그리고 고등학생은 내신수학,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수학, 논술수학 등 다양하다. 용어만 잘 이해해도 훨씬 수월 아이들은 수학을 멀게 느낀다. 어렵고 재미없는 과목이라고 생각한다. 수학과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수학 용어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질문도, 대답도, 계산 과정도 어차피 용어를 통해 전개되므로 수학 용어는 수학적 사고의 시발점이다. 이해한 내용을 머릿속에 정리할 때도 용어를 동원한다. 이 때문에 수학 용어는 수학 학습의 종착점이기도 하다. 용어만 잘 이해해도 수학과 한층 가까워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모선(母線)’이라는 용어를 살펴보자. 모선은 원뿔의 옆선을 뜻하는데, 공간에서 축을 중심으로 모선을 회전하면 원뿔이 생기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원뿔을 만드는 엄마’를 뜻하는 것이다. 이처럼 수학 용어의 근원을 이해하고, 그 이면의 아이디어를 더듬어 공부하면 재미가 배가된다. 또 영어로 제곱은 ‘스퀘어(square)’인데, 여기에는 정사각형이라는 뜻도 있다. 한 변의 길이가 a인 정사각형의 넓이는 a2이기 때문에 정사각형의 넓이는 제곱으로 표현된다. 이 점에서 정사각형과 제곱은 같은 뜻을 갖는다. 세제곱은 영어로 ‘큐브(cube)’다. 큐브는 스퀘어와 같은 이유로 정육면체라는 뜻을 지닌다. 수학의 기본은 계산의 정확도와 신속성이다. 요즘 창의력이 교육의 화두로 등장하다 보니, 기초 계산 기능은 다소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창의력은 내용과 근거가 빈약한 발상을 뜻하는 게 아니다. 창의력을 신장하려면 사고의 기본 재료가 되는 수학 개념에 대한 이해와 정확하고 신속한 계산 능력이 필요하다. 수능에서 고득점을 얻는 비결은 뭘까. 수학은 시간 싸움이다. 전반부의 정형적인 문제를 빨리 해결해, 후반부의 비정형적인 신유형 문제에 시간을 충분히 할애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계산 연습을 많이 시키는 것이 비교육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는 계산 능력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계산에 발목을 잡히면 고등 사고력을 갖춰도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오지 않는다. 물론 촉박한 시간 안에 문제를 푸는 것이 정상은 아니다. 정상적으로 사고를 발전시켜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암기식으로 문제를 풀어야 고득점을 올릴 수 있다. 비극적인 현실이다. 어찌 됐든 초등학생 때부터 연산 실력을 꾸준히 갈고 닦아야 한다. 수학 공부는 이해의 공백이 생긴 곳에서 시작한다. 중학교 3학년에 이차방정식이 나오는데, 이는 앞서 중학교 1학년의 일차방정식, 중학교 2학년의 연립일차방정식, 중학교 3학년의 인수분해를 배운 다음에야 진도를 나갈 수 있다. 특정 단원에서 어려움을 겪으면 원인이 되는 부분으로 되돌아가 다시 공부해야 한다. 수학 문제를 잘 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수학 문제를 풀 때는 관성의 법칙이 작용하는 것 같다. 바로 위 문제에서 적용한 방법은 다음 문제에서 효력을 상실하는 게 보통이다. 그럼에도 해법 원칙을 말하자면, 문제에서 구하라는 것을 명확히 하고, 주어진 조건과 자료를 점검하며, 문제에 포함된 개념의 정의를 되짚고, 문제의 정보를 표나 그림으로 정리하라는 것이다. 정공법으로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는 단순화해 쉬운 문제로 바꿀 것을 권한다. 난공불락의 문제를 만났을 때는 문제를 여러 개로 쪼개 각개격파를 시도해야 한다. 문제를 풀고 난 뒤의 과정도 중요하다. 자신이 사용한 방법보다 더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풀이 방법은 없는지, 문제 풀이를 일반화할 수 없는지를 생각해보고, 문제의 조건을 바꿔서 다시 해결해본다. 문제 만들기도 적극적으로 권한다. 문제를 꿰뚫어보는 실력을 갖춰야 문제도 만들 수 있다. 이 때문에 문제 내기는 수학 실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훈련 방법으로 사용한다. 흔히 수학 공부를 할 때 정답을 보지 말라는 말을 한다. 혼자 힘으로 문제해결력을 기르라는 것이다. 하지만 수학은 제로섬 게임이다. 시간 대비 효과를 생각하면 고지식하게 한 문제를 잡고 늘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사고를 다양하게 훈련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다만 투자 시간과 실력 상승이라는 두 변수 사이의 관계에서 보면 늘 득이 된다고 보긴 어렵다. 내신 대비에서는 이런 방법이 비효율적일 수 있다. 선행학습은 비효율적 관행
수학 게임도 유용하다. 게임을 통한 학습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모든 교과목에서 보편적이지만, 수학은 특히 더 그렇다. 게임은 공부한다는 의식 없이 자연스레 개념을 깨치는 데 도움이 된다. 선행학습은 어떨까. 수학은 선행을 해야 하는 과목으로 통하고, 해가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요즘은 한두 학기 앞서 배우는 게 트렌드다. 교육과정을 정할 때 여러 기초 자료를 토대로 하는데, 소위 말하는 학습자의 인지 발달 과정을 고려해 교육과정이 만들어진다. 원론적으로 보자면 선행은 부적절하다. 평균적인 인지 발달 수준을 고려해 교과과정을 만들었는데, 그것을 거스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대부분 선행학습으로 어설프게 내용을 알고 지나간다. 그리고 해당 학년에서 그 부분을 다시 배울 때는 시시하다 생각하고 대충 넘어간다. 장하준 교수는 선행학습을 “극장 뒤에 서서 영화를 보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첫째 줄 관객이 일어나면 둘째 줄 사람도 서서 영화를 보게 되고, 결국 모두가 일어서서 보게 된다. 다 같이 앉아 보면 될 텐데, 피곤을 자처하는 것이다. 선행학습도 이 같은 경쟁 심리 때문에 생긴 비효율적인 관행이라 본다. 수학은 장거리 경주다. 수학을 피해 문과를 선택해도 벗어날 수 없다. 누구나 12년간 달려야 하는 장거리 경주인 셈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수학을 강조하면 일찍 지칠 수 있으니, 후반부로 가면서 달릴 수 있도록 조금씩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즐겁게 여정을 지날 수 있도록 게임 같은 방법을 활용하고, 성적에도 관대하게 반응하며, 수학책도 읽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동아일보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