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30일 월요일

논제에 답이 있다

개요는 답안작성의 시작점… 기초연습 충분히 해야

다시 문제는 논술이다. 지난 19일 발표된 각 대학의 2015학년도 입시요강을 보면 논술의 영향이 부쩍 커졌음을 알 수 있다. ‘대입 전형을 단순화하라’는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대학들이 곁가지를 쳐내고 학교생활기록부와 논술 위주로 수시를 개편한 결과다. 세계일보는 고교생의 수험 준비를 돕기 위해 논술단기학교 김윤환 대표강사가 전하는 ‘논술 A to Z’를 매주 월요일 연재한다.

논술은 간단하게 얘기해서 읽고 쓰는 능력, 그리고 사고의 깊이를 측정하는 시험이다. 논술은 말 그대로 읽는 데 익숙해지고, 생각을 빠르게 정리한 채로 차분히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옮기는 종합적인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논술은 전반적인 언어적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자, 동시에 수험생의 종합적인 사고과정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논술을 잘하기 위해서는 글을 읽는 과정, 글감을 정리하는 과정에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수학 공식처럼 정확하게 한 가지 길과 법칙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답안을 쓰는 사람 자신이 자신의 생각을 가장 효과적으로 정리하고 표현할 수 있는 기초적인 단계는 논술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힘이다. 여기서 다룰 내용은 그 가운데 생각 거리를 정리하고, 실제로 쓰기 위해 계획을 하는 단계, 즉 개요 작성이다. 개요 작성은 계획을 짜고, 생각의 밑그림을 다듬는 단계다. 논술 답안을 작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개요는 일종의 설계와 같다. 그러나 개요를 짤 때는 건축물을 설계할 때와는 다르게 처음부터 끝까지 세세한 부분까지 포괄할 필요는 없다. 좋은 개요를 짜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연습을 충분히 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계적으로 어떻게 개요 짜기에 나서느냐다. 개요를 짜는 순서에 익숙해지면, 대부분의 학생은 자신만의 개요 짜는 법, 자신만의 구상법을 터득하게 된다. 어떤 이들은 전체적인 글의 흐름을 다소 듬성듬성 여유 있게 짜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상세하게 글의 전체적인 맥락을 미리 다듬어 놓는다.

이 가운데 어떤 방식이 더 유리하다고 할 수는 없다. 자신만의 방식을 만들어 가기 위한 단계적인 접근이 반드시 중요하다. 논술 이외에 다른 글을 쓸 때에도 개요를 염두에 두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알게 모르게, 거의 모든 글을 쓰는 과정은 단계적으로 ‘아이디어를 취합하고 계획하는 단계’를 거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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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통해 개요의 구조를 확인할 것

모든 설계와 디자인은 실제 사용자가 어떤 목적으로 그 대상을 필요로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상가를 원하는 사람, 일반 단독주택을 원하는 사람이 서로 다른 설계를 원하는 것처럼, 논술 역시 ‘논제’가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답안을 써야 한다. 이 때문에 모든 구성의 기본적인 원칙은 논제가 어떤 생각을 요구하는지를 따지는 데에서 시작한다. 개요는 단순히 문제를 쓱 읽고 곧바로 짜내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잘게 쪼개서 분석한 후, 그렇게 쪼갠 문제의 요구사항을 이정표로 삼는 과정이다. 〈예시문제〉를 통해서 기본적으로 문제를 분석하고 단계를 나누는 방식을 익혀보자.

논술에서는 제시문을 먼저 읽는 것보다 논제를 먼저 읽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독해를 가능하게 한다. 제시문의 내용을 하나하나 읽고 머릿속에 넣어둔다기보다는, 논제에서 제공하고 있는 ‘해석의 틀’을 통해 제시문을 분석하며 읽어야 한다. 우선 제시문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논제를 맞닥뜨렸다고 가정해 보자.

우선 주어진 문제가 비교문제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공통점과 차이점’을 논하라 나와 있는데, 여기서 논제가 요구하는 바를 추론하기 위해 문항을 잘게 쪼개 보자.

일단 각 제시문의 내용을 추리기 전에 〈예시문제〉 ①을 통해 세 제시문의 공통된 주제가 ‘과학적 탐구에 대한 여러 관점’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논제는 그 자체로 제시문 해독의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 다음으로는 논제가 요구하는 전체 사이즈를 구상해 보아야 한다. 이 논제에서는 1000자 안팎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비교를 해야 할 관점을 여러 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추론할 수 있다.

위 논제는 크게 두 부분(②와 ③)을 요구한다. 위 논제의 구성은 단순하지만, 이 유형 이외에도 다층적인 과정을 요구하는 다양한 문제가 출제된다. 이때 논제가 길고 복잡하며, 써야 하는 내용이 많을수록 학생들이 부담스러워한다. 하지만 문제의 요구사항이 많다는 건, 오히려 ‘구성을 위한 레시피’가 많이 제공된다고 보아야 한다.

즉 논제가 길고 요구사항이 많을수록 분석의 기준과 다양한 글감이 미리 안내되고 있는 셈이라 생각하면 된다. 오히려 단순한 문항일수록 수험생의 자율적인 구성력이 더 많이 요구되는 셈이다.

◆문단 틀 만들기. 실제 구성을 위한 기초단계


여전히 문제만 본 상태에서 기초적인 구성을 대략 그려보자. 우선 여기서는 공통점을 먼저 언급해야 한다. 왜냐하면 논리적으로 공통전제에서 출발해 특정 지점에서 견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처럼 공통전제가 차이 기준에 따라 갈라진다고 볼 수 있다.

공통점은 보통 복잡하게 구성하지 않는다. 공통점은 대개 공통전제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관건은 차이점이다. 위 문제를 ‘차이점의 기준에 따라 세 제시문을 구성할 것’이라 가정한 채로 진행해 보자. 각 문제 유형별 접근은 차후에 다루게 될 〈유형별 접근-비교논제〉에서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논술문 구성을 위해서는 〈표1〉처럼 분량 배분을 해 두는 것이 좋다. 반드시 표 형태로 준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문제만 읽은 상태에서도 기본적인 구조적 접근 준비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개요는 문제 읽기에서 상당 부분 결정됨을 명심해야 한다. 다음 시간에는 이 문제의 제시문을 통해 개요작성의 세부적 내용 선정을 연습해 보도록 하자.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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